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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08 (목)

[데스크 칼럼] 6만 3천 원으로 들여다본 요즘 청년들의 계산기

미 연준 0.2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에 커지는 시장 불안
가계부채 관리와 실수요자 보호 사이 커지는 정부의 딜레마

(조세금융신문=손영남 편집국 부국장) 6만 3천 원. 얼마 전 동네 중국집에서 아이들에게 저녁을 사고 받아 든 영수증 금액이다. 친구들과 1박 2일 여행을 떠난 마눌님의 신신당부에 아들의 20년 지기 친구들을 불러 모은 자리였다.

 

세 살 무렵 아기스포츠단에서 처음 만나 2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온 아이들이다. 어느새 훌쩍 자라 어엿한 어른이 된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음식 주문을 마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요즘은 뭐에 관심이 있느냐고 물었다. 코르티스니 리센느니 하는 요즘 아이돌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하면 참 꼰대스러운 발상이었다.

 

놀랍게도 아이들 입에서 나온 것은 주식과 집 이야기였다. 주식이야 요즘 젊은 사람들이 많이 한다니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대화가 대출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귀가 쫑긋해졌다. 얼마를 빌릴 수 있는지, 금리는 어떤지, 집을 사려면 얼마가 필요한지 제법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얘들이 벌써 집을 걱정한다고?’

 

내가 저 나이였을 땐 다음 학기 등록금이나 용돈 정도가 고민의 전부였다. 집값이나 대출금리는 관심사조차 아니었다. 돈이 생기면 어디에 쓸지를 고민했지, 몇 년 뒤 집을 사려면 얼마를 모아야 하는지 계산기를 두드리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 아이들은 달랐다. 집을 생각하면 대출을 생각해야 하고, 대출을 생각하면 금리를 따져야 한다. 어쩌면 요즘 젊은 세대가 사는 세상이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집 한 채를 생각하는데 미국 연준의 금리까지 들여다봐야 하는 세상이다. 이거 정상인 걸까. 잘 모르겠다.

 

◆ 미국 금리가 청년의 계산기로 들어오는 이유

 

이 글을 읽을 즈음이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FOMC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시장은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미국 금리가 움직이면 결국 한국의 대출금리까지 흔들린다는 것쯤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테다. 중요한 건 그 다음이다. 금리가 움직이면 집을 사려는 청년의 계산기도 다시 돌아간다.

 

집값만 들여다보면 되던 시절은 지났다는 의미다. 얼마를 빌릴 수 있는지, 매달 얼마의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지까지 따져야 한다. 0.25%포인트라는 숫자가 뉴스에서는 작아 보일지 몰라도 몇 억 원을 짊어져야 하는 이에겐 월급봉투를 뒤흔드는 수치다. 지구 반대편에서 움직인 숫자 하나가 서울의 아파트를 바라보는 청년의 식탁까지 들어오는 이유다.

 

결국 뉴스 속 기준금리는 대출을 받는 순간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피 같은 내 돈이 된다. 대출 의존도가 높은 청년 세대일수록 금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집을 살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할 때 집값만 볼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정부의 고민도 여기서 시작된다. 무리한 대출을 막아 가계부채를 관리하고 집값을 잡겠다는 원칙은 옳다. 하지만 대출자를 모두 같은 '차주(借주)'로 묶어버릴 때 문제가 생긴다. 투기 목적의 다주택자와 평생 살 내 집 한 채를 구하는 실수요자의 사정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금 당장 보금자리가 필요한 이에게 대출은 단순한 투자 자금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전세 만기나 결혼 같은 삶의 이벤트는 마음대로 미룰 수 없고, 내가 집을 사야 하는 순간에 맞춰 금리가 내려가 주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계부채가 위험 수위에 도달한 상황에서 대출을 무작정 풀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대출 문을 무조건 잠그거나 열어두는 일차원적 방식이 아니다. 돈을 빌리는 목적과 상환 능력을 세밀하게 따져보는 정책적 디테일, 지금 필요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또 장기 고정금리 대출처럼 금리 변동 위험을 덜어줄 상품을 늘리고 실수요자가 자신의 소득과 형편에 맞춰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는 것도 정부가 해줘야 할 몫이다.

 

다시 그날로 돌아가 본다. 대화를 나누며 속으로 몇 번이나 놀랐는지 모른다. 집을 대하는 아이들의 태도가 내가 저 나이였을 때와는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그 시절 나에게 집이란 그저 부모님이 계시는 보금자리일 뿐이었다. 언제 집을 살지, 금리가 몇 퍼센트인지 따져볼 필요조차 없었다. 열심히 일하다 보면 언젠가 내 집 마련도 가능하리라 막연히 믿던 시대였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은 다르다. 집값은 기본이고 대출 한도와 금리 추이, 정부 정책의 변화까지 꼼꼼히 살피며 지금이 진입할 적기인지 냉정하게 따져보고 있었으니 하는 말이다. 심지어 그 청년들의 계산기 속에 미 연준의 금리 향방까지 들어와 있었다. 미국이 물가와 고용 지표를 놓고 고민할 때 한국의 청년들은 그 숫자를 지켜보며 자신의 월급봉투를 펼쳐놓고 계산기를 두드린다.

 

‘이 정도면 감당할 수 있을까.’
‘지금 들어가는 건 좀 부담스러운데.’
‘조금 더 기다려봐야 하나.’

 

집을 사는 일이 이렇게까지 복잡해졌다. 집값만 보면 되는 게 아니다. 금리도 봐야 하고 대출 한도도 확인해야 한다. 정부 정책이 어떻게 바뀌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그러다 보니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는 FOMC까지 신경 쓰게 된다.

 

식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도 아이들의 말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예전에는 근면함 하나로 '언젠가'를 꿈꿨다면, 지금은 그 '언젠가'가 과연 오기는 하는지 계산기부터 두드려 증명해내야 한다. 늘어나는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지 하나씩 짚어봐야 하는 게 요즘 청년들의 현실이다.

 

이렇게 짚어보고 나니 이상한 건 아이들이 아니라 이 나이 먹도록 세상 물정 모르고 살던 나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어쩌면 그래서 아이들과의 다음 만남이 더 기다려지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만나면 요즘 아이돌 이야기부터 슬쩍 꺼내볼 생각이다. 리센느가 누구인지도 미리 공부해 가면서 말이다. 물론 식사가 끝날 즈음엔 결국 이렇게 물어보고 말겠지만.

 

“그래서, 요즘 금리는 어떻게 생각하냐?”

 

아마 그때는 6만 3천 원으로도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지갑만큼은 기꺼이 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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