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5대 은행장의 임기가 올해 말 일제히 만료되면서 차기 행장 선임 절차가 본격화된다. 이번 인선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은행 자체 추천위원회의 역할이다. 금융감독원이 승계 절차의 투명성과 은행 이사회의 역할 강화를 주문하면서, 일부 금융그룹은 기존 지주 중심의 후보 선정 구조를 손질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이 후보 발굴부터 평가·검증까지 얼마나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다만 은행의 후보 추천권 확대가 최종 결정권의 이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주가 최종 후보를 추천하는 기존 구조는 유지되는 만큼 은행 추천위원회가 제시한 후보와 평가 의견이 실제 인선에 얼마나 반영될지가 관건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의 임기는 오는 12월 31일 모두 만료된다.
정 행장을 제외한 4명은 지난해 1월 취임해 첫 2년 임기를 마치는 상황이다. 정상혁 행장은 2023년 2월 취임한 뒤 한 차례 연임했다.
◇ 후보 추천부터 은행 의견 반영…신한·하나 승계절차 손질
신한금융은 이번 승계 절차에서 은행 추천위원회의 역할을 한 단계 넓혔다.
신한금융은 지난 21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를 열고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12개 자회사 대표이사의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했다.
이번에는 신한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승계후보군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후보군에 포함할 인사를 직접 추천할 수 있도록 권한을 확대했다.
기존에는 은행 임추위가 행장 자격요건을 제시하면 지주 자경위가 이를 심의 기준에 반영하는 방식이었다. 올해부터는 은행 측이 자격요건 제시에 그치지 않고 후보군 구성에도 참여하도록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신한금융은 자회사별 대표이사 자격요건과 세부 평가기준도 구체화해 후보 심의에 활용하기로 했다.
선임 일정은 10월 은행 임추위의 후보 추천과 자격요건 제출을 시작으로 10~11월 후보 심의를 거쳐 12월 초 지주 자경위가 최종 후보를 추천하는 순서다. 이후 은행 임추위의 검증과 이사회·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선임을 마무리한다.
그러나 은행 임추위가 추천한 인사가 최종 후보에 반드시 포함되는 구조는 아니다. 최종 후보 추천은 여전히 지주 자경위가 담당한다. 은행의 후보 발굴 권한을 넓히되 최종 추천 체계는 유지하는 방식이다.
하나금융은 지주와 은행 추천위원회가 후보군 구성과 압축 과정에서 의견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인선을 진행한다.
9~10월 하나은행 임추위가 추천한 인사를 반영해 후보군을 구성하고 자격요건에 대한 심화 검증을 거쳐 최종 후보군인 숏리스트를 확정한다. 이후 11~12월 지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그룹 임추위)가 숏리스트를 은행에 전달해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후보를 추천한다.
은행 임추위는 추천된 후보의 자질과 역량을 검토하고, 이사회 및 주주총회를 거쳐 12월 중하순 선임을 확정할 예정이다.
신한금융이 은행 임추위에 후보군 추천권을 새롭게 부여했다면, 하나금융은 후보군 구성부터 최종 추천에 이르기까지 은행 측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이다. 다만 두 금융그룹 모두 최종 후보 추천권은 지주 추천위원회가 유지한다.
◇ KB·우리도 추천위 가동…은행 이사회 참여 수준 주목
KB금융과 우리금융도 추석 연휴 직후부터 차기 은행장 선임을 위한 지주 추천위원회 가동에 나선다.
KB금융은 이미 계열사 임추위로부터 대표이사 후보군을 추천받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금융당국의 개선 방향을 고려해 은행 추천위원회의 역할을 추가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는 양종희 회장을 위원장으로 사외이사 3명과 비상임이사인 이환주 현 행장 등 총 5명으로 구성돼 있다. KB국민은행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는 김성진 위원장을 비롯한 사외이사 5명이 참여한다.
구체적인 올해 승계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직전 신규 은행장 선임이 진행된 2024년에는 지주 대추위가 11월 중순 후보군을 압축하고 같은 달 말 최종 후보를 추천했다. 은행 행추위의 심층 인터뷰와 주주총회는 12월에 진행됐다.
이번에는 차기 지주 회장 후보로 선정된 이재근 후보의 취임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기존 인선과 다른 대목이다. 새 회장 체제 출범과 은행장 승계 일정이 맞물린 상황에서 후보 검증과 추천 절차가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모인다.
우리금융 역시 은행 임추위에 상시후보군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후보 검토 과정에서 의견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절차를 보완할 방침이다.
지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는 임종룡 회장과 사외이사 7명 등 총 8명으로 구성된다. 우리은행 임추위는 윤수영 위원장을 포함한 사외이사 4명이다.
후보군 압축과 최종 추천 등 세부 일정은 지주 자추위 논의를 거쳐 결정된다.
NH농협금융은 이달 중 승계 절차를 개시한다. 지주 임추위가 후보를 추천하면 농협은행 임추위가 검증한 뒤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하는 구조다.
지주 임추위는 사외이사 4명, 비상임이사 1명, 사내이사 1명 등 총 6명이며 이찬우 회장은 포함되지 않는다. 은행 임추위는 사외이사 2명과 비상임이사 1명 등 총 3명으로 구성돼 있다. 구체적인 후보 추천과 선임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 금감원 문제 삼은 건 ‘형식적 검증’…추천권 확대만으로 충분할까
금융그룹들이 승계 절차를 손질하는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5일 임원회의에서 상당수 금융지주 자회사 CEO 승계절차가 미흡하고 자회사 임추위의 역할도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CEO 자격요건을 명시하지 않거나 후보 압축 단계별 최소 검증기간을 두지 않은 점, 형식적인 상시후보군 관리, 불투명한 압축·검증 절차 등이 문제로 제시됐다.
특히 지주 추천위원회가 관리하는 상시후보군 정보를 은행 임추위에 충분히 공유하지 않거나, 은행 측에 후보 추천권을 부여하지 않는 사례도 지적 대상에 포함됐다.
지난 23일 금융지주 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도 같은 취지의 주문이 이어졌다.
이 원장은 특정 계파나 친소관계에 매몰되지 않고, 능력에 기반한 적임자를 선별할 것을 강조했다. 은행 임추위에 후보군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평가 과정에 의견을 반영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금감원은 추천위원회의 형식적인 운영에서 벗어나 후보 검증 과정에서 은행 이사회의 실질적인 역할이 확보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은행 임추위가 최종 후보를 전달받은 뒤 제한된 기간에 적격성만 검토한다면 후보 간 비교나 독자적인 평가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후보군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시점과 검증에 확보된 기간, 은행 측 의견의 반영 방식이 중요한 이유다.
은행 임추위의 후보 추천권 확대가 최종 선임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 후보 추천과 최종 결정 권한이 분리된 구조에서 실질적인 변화는 각 추천위원회가 확보하는 정보와 검증 절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현직 5명 거취도 결정…연임·교체와 별개로 검증 절차 확인 필요
승계 절차 개편과 별개로 현직 은행장 5명의 임기 만료에 따른 인선도 진행된다.
KB국민은행은 차기 지주 회장 후보 선임과 은행장 인사가 맞물려 있다. 이환주 행장은 지난해 1월 취임했으며, 이번 선임 절차에서는 현직 행장의 연임 여부와 함께 새 지주 회장 체제에 따른 계열사 인사 방향이 관심사다.
신한은행은 정상혁 행장이 이미 한 차례 연임한 상태다. 2023년 2월 취임한 정 행장이 추가 임기를 부여받을지, 새로운 후보가 추천될지가 이번 심의 대상이다.
하나은행 이호성 행장과 우리은행 정진완 행장, NH농협은행 강태영 행장도 첫 2년 임기를 마치고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를 앞두고 있다. 각 금융그룹은 경영 실적과 자격요건, 후보 검증 결과 등을 토대로 최종 후보 추천을 진행하게 된다.
이번 인선은 5대 은행에 국한되지 않는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에서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자회사 CEO는 총 54명이다. 그룹별로는 하나금융 13명, 신한·우리금융 각 12명, KB금융 10명, 농협금융 7명이다.
은행장 승계 과정에서 적용되는 후보군 관리와 검증 방식이 다른 금융계열사 인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금융당국이 주문한 절차 개선의 실효성에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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