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조세를 두고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태도를 취한다. 국가채권을 확고히 거둬야 한다는 국고주의, 조세는 납세자에게 부당한 부담을 주지 않도록 통제해야 한다는 납세자 주권주의가 그것이다.
정부가 올해 1만명 규모로 출범시킨 국세청 국세·국세외수입 체납관리단은 조세채권에 이어 비조세채권까지 효율성이란 명목 하에 국세청 통합관리 하에 넣으려 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 효율성을 위로는 악의적 체납자에 대한 철저한 징수, 아래로는 생계형 체납자에 대한 복지라는 얼핏 상반된 두 가지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국세외수입 체납액의 징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은 국세외수입에 대해 현행 조세채권처럼 국세청에 국고주의적 자력집행권과 거기에 더해 간접 강제수단을 부여함으로써 강력한 징수 의지만을 부각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통합징수정책은 이미 그 안에 효율·효과성을 높이겠다는 명확한 정책 추진 의사가 반영된 것이라서, 권한 부여하지 않는다면 통합징수하는 의미가 퇴색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국세외수입 체납관리법 제정안 5장, 50조
국가의 수입에는 크게 세금이 있고, 세금 외에도 벌금, 과태료, 과징금 등 공법을 어겼을 때 물리는 벌과금 등이 있다.
이밖에 고용보험료, 산재보험료와 같이 사실상 세금처럼 걷는 수입도 있는 반면, 나라재산을 팔거나 대여해주고 받는 민사채권 성격의 금전 수입도 가지고 있다.
그간 300여개 법률에 근거해 4500개 개별 관서에서 쪼개서 관리하다보니 통지서 보내기도 쉽지 않고, 압류도 제대로 못하다보니 과징금은 부과액의 73%밖에 걷지 못하고 있으며, 과태료는 징수율이 40%, 변상금은 22%, 추징금은 1%에 불과하다.
정부는 국내 정부기관 가운데 가장 많은 체납징수 기능을 갖고 있는 국세청에 체납관리를 일원화하여 국세외수입 체납률을 낮추겠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면서 OECD국가 가운데 31개국이 단일 기관, 통합징수 체제를 갖추고 있다며 국제적인 추세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 2월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세외수입 체납액의 징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이하 제정안)은 이러한 국세외수입을 규정하고, 체납에 대한 징수방법 등을 담아 총 5장, 50개 조문으로 구성돼 있다.
제1장 총칙에선 국세외수입과 적용범위에 대한 정의, 타 법률에 우선한다는 특별법으로서의 외관을 갖추었다.
제2장 국세외수입 체납액의 징수에서는 국세외수입 징수 우선순위와 가산금, 제2차 납부의무, 국세청이 체납 징수를 위해 과세정보이용 허용, 현장 실태확인, 미납 시 간접 강제수단 그리고 생계형 체납자에 대한 체납소멸특례 등 징수와 관련된 기본 도구를 나열했다.
여기서 간접 강제수단은 국세청이 압류나 공매를 제외하고, 정부 대금지급 정지, 관허사업 제한 등을 통해 체납자를 압박하는 수단을 말한다. 제3장 체납처분의 절차에선, 국세청에 자력집행권을 직접 부여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자력집행권이란 담당기관 판단 하에 법원이나 원천기관 승인 없이 징수기관이 바로 강제집행을 하는 권한을 말한다. 그리고 체납자가 악의적으로 재산을 팔거나 타인 명의로 빼돌린 경우에 대해서 해당 행위를 취소하라는 채권자취소권도 부여했다.
제4장 보칙에선 국세청에 국세외수입 체납액 및 체납정보 제공 의무, 국세외수입 정보통신망 구축, 지방국세청 및 일부 지정된 세무서에 국세외수입심의위를 설치하도록 했다.
제5장 벌칙에선 체납정보 악용·유출에 대해서 20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규정을 두었다.
제정안의 문제점 ‘권한’
제정안에서 가장 큰 쟁점은 ‘권한’이다. 먼저 권한 측면에서 안 갚는 채권을 회수하려면, 개인이나 국가나 강제력이 필요하다.
| ① 채무존재 확정을 통한 압류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판결 및 고지서). ② 채무자 거주지·재산 확인 및 우편·전화 메시지를 통해 빚 갚으라고 안내하고 촉구한다(추심). ③ 그래도 안 갚으면 계좌를 압류하거나, 빨간 딱지라고 불리우는 현장 압류를 하기도 한다. 압류된 재산을 강제로 팔아서 빚을 회수하기도 한다(강제처분). ④ 채무자가 불법적으로 재산을 빼돌린 사기 행위에 대한 취소소송(채권자취소권·사해행위 취소소송 청구권) |
다만, 개인과 정부가 다른 점은 개인은 채무와 관련된 확정판결이 있어도 강제처분을 위해선 추가로 법원 결정을 받아야 하지만, 정부 기관은 꽤 많은 경우 법원 결정 없이도 압류 등 강제처분을 자력으로 집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영화나 뉴스에 많이 봤을 텐데 세무공무원들이 고액체납자 집에 찾아가 고액체납자가 숨겨둔 은닉재산을 들고 나오는 데, 이것이 흔히 보는 자력집행 모습이다.
여기엔 추가로 국가만이 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이 있다. 간접 강제수단이다.
| ⑤ 정부 대금지급금지 요청, 관허사업 제한 요구, 신용평가사 요구 시 자료제공, 출국금지 요청권, 명단공개, 체납자 감치 신청 등 제정안에서 국세청에 허용하는 간접 강제수단은 꽤 강력한 권한들이다. |
이에 대해 재경위 전문위원실에서는 아래와 같은 사항을 검토하라고 명시했다.
| Ⓐ 국세청이 모든 국세외수입에 대해 일반 민사채권에 인정되지 않는 자력집행권 및 광범위한 간접 강제수단을 사용하는 건 적정한지 Ⓑ 타 기관 체납채권에 대해 국세청이 직접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청구하는 것은 과도, 국가채권관리법에 따라 법무부 장관에게 청구를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 Ⓒ 재산형 등 현행 원천기관이 수행하는 게 적절한 경우는 현행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 Ⓓ 실태확인원이 체납자 개인정보를 취득하여 범죄에 활용될 우려, 단순 과실 체납자에 대한 과도한 인격권 제한 우려 |
‘강제수단’ 없으면 통합징수효과 ‘뚝’
Ⓐ는 ‘통합징수기관에 강력한 권한을 줘서 효율·효과성을 높일 것이냐, 아니면 국가가 함부로 기본권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통제해야 하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애초에 국세외수입 통합징수 정책을 하겠다는 것 자체에 체납관리의 효율·효과성을 높이겠다는 뜻이 담겼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통합징수기관에게 국세외수입 체납관리를 맡기는 나라들은 원천기관들에 상응하는 강력한 자력집행권과 간접 강제수단 역시 부여하고 있다.
국세청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의뢰한 ‘국세외수입 체납 통합관리에 관한 연구’를 보면, 연구대상 국가 중 미국, 프랑스, 스웨덴, 노르웨이 등은 통합징수기관에 자력집행권을 부여한다.
현재 우리 국회에서 나온 제정안보다도 더 강한 간접 강제수단을 부여하기도 한다. 월급 차압, 대출·카드·주택 임대차 계약·휴대전화·인터넷 가입 등 신용활동을 차단하거나 미국 같은 경우는 재무부 상계 프로그램을 이용해 체납자가 받아야 할 세금 환급금을 가져가거나, 연금의 일정부분을 가져가기도 한다.
이러한 흐름은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벨기에, 덴마크, 스위스 등 국세외수입 통합징수기관을 운영하는 다양한 나라에서도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국세외수입 채권에 대해 자력집행권과 간접 강제수단을 적용하라는 것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왜냐하면 같은 국세외수입이라고 해도 채권의 성격에 따라 공권력을 동원해 체납처분을 하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벌금이나 과태료, 과징금처럼 재산형이나 행정벌에서 비롯한 공법상 채권은 국가의 강제수단을 인정하는 국가채권이고, 국가와 개인 간 계약에 따른 민사적 성격을 갖는 국가채권은 공권력을 동원해서라도 체납관리를 하라는 근거가 우리 법에 보이지 않는다.
제정안에서도 이를 고려 채권 성격에 따라 국가가 체납관리에 공권력을 동원할 수 있는 범위를 나눠 놓기는 했다.
제정안 제3조 제1호에선 과징금, 이행강제금, 부담금, 변상금, 과태료, 위약금, 징계부과금 및 환수금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전 수입에 대해선 추심(②번 기능), 자력 강제집행(③번 기능), 사해행위 취소소송 청구권(④번 기능), 간접 강제수단(⑤번 기능)까지 허용했다.
제정안 제3조 제2호에선 국유재산 사용료, 국유재산 매각대금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전 수입에 대해선 추심과 자력 강제집행, 사해행위 취소소송 청구권(②~④번 기능)까지는 주고, 간접 강제수단(⑤번 기능)만 못 쓰도록 했다.
제정안 제3조 제3호에선 고용보험료, 산재보험료, 양곡관리사업 수입, 조달사업 수입 등에선 제4장 보칙만 적용함으로써 통계관리만 하도록 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과태료, 과징금 등 행정벌 형태의 채권과 위약금에 대해선 압류 등 자력집행권이나 간접 강제수단을 모두 다 쓸 수 있게 하고, 국유재산 관련한 금전에 대해선 압류 등 자력집행권까지만, 4대보험료나 정부 자체 사업에 대해선 추심이나 압류, 간접 강제수단 없이 통계관리 정도를 하겠다는 형태를 띄고 있다.
그런데, 제정안 제3조 제1호에서 명시적으로 나열된 국세외수입 가운데 위약금에 자력집행권을 동원할 수 있을지는 한번 짚어볼 대목이 있다. 우선 개별 법률에서 위약금 연체에 대해 강제징수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
행정소송법 제3조 제2호에서는 ‘공법상 법률관계에 관한 소송으로서 그 법률관계의 한쪽 당사자를 피고로 하는 소송’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와 개인이 맺은 공법상 계약에서 분쟁이 발생하였을 때 당사자 간 행정소송을 통해 풀어야 하지, 정부가 개인을 상대로 공권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금 어렵게 설명하면, 공권력을 동원하려면 해당 법률관계에 공정력·존속력·집행력 등이 인정되어야 하나, 공법상 계약에는 이러한 권력적 성질이 없기 때문이다.
대법 2021다250025(2023. 6. 29.), 대법 2019다277133(2021. 2. 4.) 등에서도 공법상 계약에 대한 다툼은 공법상 당사자 소송, 행정소송으로 풀라고 판시하고 있다. 따라서 영화에서 세무공무원이 체납자 현장 압류하듯, 법원 집행문 없이 현장방문 압류를 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점을 고려해서 제정안 제4조에서는 ‘국세외수입의 체납액에 대한 징수 및 관리에 관하여는 이 법을 우선하여 적용한다’는 조문이 있기는 하다. 이 부분 제정안이 실제 법으로서 빚어져도, 이것만으로 대법에서 쌓아온 공법상 계약에 대한 원칙을 깰 수 있을지, 특히 현행 행정소송법을 그대로 둔 채, 제정안 방식만으로 가능할지는 다소 미지수다. 같은 취지에서 제정안 제3조 제2호 국유재산 사용료·매각대금에 대한 자력집행권 부여도 살펴볼 대목이 있다.
국유재산을 규율하는 국유재산법은 국가 재산의 효율적 관리와 공공성 유지에 대한 법이며, 상 국유재산 관리·처분의 기본원칙은 국가전체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 공공이익의 특수성 때문에 사용료 등 일부 체납에 대해서 원천기관에 자력집행권을 부여하고 있다.
현행 국유재산법 제73조 제1항을 보면 국유재산 사용에 대한 변상금 및 연체료, 매각대금 미납 시 연체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국유재산법 제73조 제2항에서는 자력집행권 대상을 가산금, 대부료, 변상금 및 ‘제1항에 따른 연체료’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국유재산법 제73조 제2항에서 규정하는 ‘제1항에 따른 연체료’다. 분명히 법조문 안에는 매각대금 원금이 아니라 매각대금 미납에 따른 연체료를 자력집행 대상으로 규정한 내용이다. 매각대금 원금에 대해선 명시적으로 규정하지도 않았다.
여기에는 국유재산법 연혁에 실마리가 있다
국유재산은 재정경제부(옛 재무부)가 관리한다. 1965년 12월 30일 국유재산법 개정을 할 때 제28조를 살펴보면 ‘국유재산 중 일반재산(옛 잡종재산) 매각대금 미납에 대해선 매매계약을 해제하거나 국세징수법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체납처분’ 할 것을 명시하고 있었다. 이때는 법에서 명시적으로 국유재산 매각대금에 대해서 자력집행권을 허용했던 것이다.
그런데 1977년 5월 1일 시행된 국유재산법을 보면 매각대금 체납에 대한 자력집행권 부분이 삭제되고, 제25조 국유재산 사용료 체납에 대해서만, 관리청 위임을 받은 관할 지자체나 세무서장이 자력집행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법 내용이 바뀌었다.
그 이후로 국유재산수입 체납에 대해서 몇 차례의 법 개정을 통해 자력집행권 범위가 조정되긴 했지만, 현행 국유재산수입 체납제도의 기틀이 된 2009년 5월 27일 개정 국유재산법까지 어디서도 매각대금 체납을 자력집행권 범위에 포함하지 않았다. 이는 국유재산 사용료나 대부료, 가산금과 달리 매각대금은 매매계약의 본질이 사인 간 계약처럼 비권력적 속성이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위약금·국유재산 매각대금 체납액 관리에 있어서 국세청의 자력집행권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위약금이나 매각대금 미납의 경우 법원에서 국가채권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낮을 것이고, 강제집행권한도 중간 절차일 뿐 이 역시 법원에서 안 내줄 가능성 역시 매우 낮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제정안 제4조 하나로 풀 수 있을지, 아니면 관련 법 개정을 통해서 풀어야 할 것인지, 아니면 국가채권 체납 징수의 당위성을 고려해 제정안 제3조에 발생 원인과 무관하게 체납 채권에 자력집행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추가 조문을 신설할지에 대한 숙고가 필요해 보인다.
사해행위 취소소송 청구권, 원칙과 현실
지적 Ⓑ에서 법무부 장관의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타 기관 체납채권에 대해 국세청이 광범위하게 사해행위 취소소송 주체까지 맡는 것은 문제가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법 체계적으로 타당한 지적이 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한 소송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국가를 대표하며, 국가채권은 말 그대로 국가가 채권자이고 대한민국이 소송당사자이나, 국가채권관리법 제22조에서는 각 국세외수입 채권을 담당하는 원천기관들은 사해행위를 취소하기 위해선 법무부 장관에게 소송 청구를 요청하는 권한만을 가진다.
따라서 국세청 역시 법무부에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요청할 수 있게만 하고, 법무부가 소송을 승인 및 지휘·감독하는 방안은 체계자구를 감안하더라도 지극히 합리적이며, 타당한 논리를 가지고 있다. 기능적 측면에서 봐도 법무부는 2020년 12월 송무심의관실 및 국가송무과를 신설하면서 자체적으로 국가소송 관련한 승인 및 지휘체제를 갖춘 바 있다. 다만, 실무차원에서 국세청 내 사해행위 취소소송 청구권한을 두는 방안에도 몇 가지 사유가 있다.
첫째, 사해행위 취소소송은 상대를 고의로 속였을 가능성이 있고, 그만큼 신속성이 요구된다. 절차가 많아지면, 소송 시기가 늦어질 수도 있다.
둘째, 국세청에도 송무조직이 있다. 법무부에는 송무심의관실 산하 국가송무과가 있는 반면, 국세청은 본부와 지방국세청에 법무-송무조직을 두고 있다.
셋째, 지방행정제재·부과금의 징수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의 경우 지자체는 지방세외수입에 대한 사해행위 취소소송 청구권을 가진다. 다만, 지방채권은 지방정부, 국가채권 중앙정부의 것이라서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것은 감안해야 한다.
만일 제정안 취지를 살리려면, 국가채권관리법 제22조에 국세외수입 체납채권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국세징수법상 예에 따른다는 식으로 조정하는 방법이 가능하다.
또는, 제정안 제3조 제4조를 신설하여 ‘기타 위 채권과 유사한 채권으로써 채권 원인을 불문하고, 국가기관이 소유하는 체납채권’을 추가하는 식으로 명확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재산형은 검찰만 가능? 채권회수 기능은 민사와 동일
지적 Ⓒ 관련 벌금·과료·추징금 등 재산형의 경우 검찰만 할 수 있다는 의견에는 이의가 있을 수 있다. 법무부는 재산형에 대한 체납징수는 형법과 형사소송법(이하 형소법)을 알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재산형이라도 채권회수의 본질도 기본적으로는 ①~④-2번 기능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형법은 형벌을 규율하는 법이고, 형소법은 범인과 증거를 찾는 절차에 대한 법인 반면, 채권은 국세외수입의 결과물이든 재산형의 결과물이든 그 본질은 채권이다.
실례로 공정위 과징금을 들 수 있는데, 형사와 병과가 가능한 행정제재인데도, 그 체납에 대해선 공정거래 전문가가 아닌 자산관리공사(캠코)에 징수를 맡길 수 있다.
형소법 체제에서도 이러한 민사상 채권회수 원리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있다.
형소법 제477조는 재산형의 집행에 대한 조문인데, 전체 틀을 보면, 재산형 체납징수 기본 원리는 민사집행이고, 징수 효율성을 위해 국세청과 같은 자력집행권을 확보한 것일 뿐 징수에 형법상 원리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제477조 제1항은 재산형 집행권한을 검사의 명령으로 두고, 제2항에선 검사의 집행 명령을 집행권원과 동일한 효력을 부여하고 있다.
이는 검사 명령의 집행권원 기능을 규율하는 내용인데, 집행권원의 의미는 채권회수를 위한 강제력을 쓸 수 있다는 권리를 인정해주는 공적 기능을 말한다. 그 본질은 강제집행의 원천이며, 형사법상 원리라기보다는 민사상 원리다.
형소법 제477조 제3항에선 체납 강제처분은 민사집행법상 규정을 준용하라고 되어 있는데, 이는 검찰이라도 강제처분을 하려면, 민사채권처럼 법 집행문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2007년 6월 1일 형소법 제477조 제4항이 신설되면서 검찰도 자력집행권을 갖게 됐다. 검찰이 법원을 거치지 않고, 국세청처럼 압류나 공매 등 체납처분을 할 수 있도록 된 것이다. 검찰도 악성 채권회수에 있어서는 국세청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란 것을 보여준다.
징수 효율성 측면에서 기관 간 징수기능을 비교하자면, 국세청이 압도적이다.
검찰은 대검 공판송무부 및 각 지청 밑에 ‘집행과’가 징수조직이다. 반면 국세청은 국세청 본부 및 각 지방국세청에 징세송무국(서울은 징세관) 내 각 징세과를 지휘부로 두고, 각 세무서에서도 징세과를 운영하고 있다. 조직구조만 보면 얼핏 비슷해 보일지는 몰라도, 조직·인적 규모, 다루는 채권의 숫자와 금액 규모 면에서 징수기능의 실질은 국세청이 더 크다.
굳이 재산형 징수와 관련해 국세청이 할 수 없는 업무라면 노역, 인신구속 정도다.
형사소송법 제473조 형의 집행을 위한 구인, 형사소송법 제492조 노역장 유치의 집행, 재산형 등에 관한 검찰 집행사무규칙 제5장 노역장 유치의 집행이 근거이며, 이는 현행 국세 체납 감치 제도처럼, 국세청은 의무적으로 관련 규정에 따른 정보를 검사에 넘겨주고, 검사가 집행하면 된다.
재산형 집행은 검찰만이 해야 한다는, 또는 형법 전문가가 해야 한다는 어떠한 당위적·보편적 법칙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미국은 재무부 산하 재정서비스국, 스웨덴은 재무부 산하 집행청, 프랑스는 재정경제부 산하 공공재정총국(DGFiP), 노르웨이·스웨덴은 국세청에서 징수하며, 핀란드는 법무부 산하 집행청이, 영국은 법무부 산하 영국 법원·심판소 서비스가 담당하지만, 민간 전문기관에게 징수를 맡긴다.
벌금 체납 징수에 필요한 기능은 민법, 민사소송법 등 민사와 동일한 채권회수 관련 법 지식이지, 형법·형소법 지식이 아니다.
또한, 제정안에 과태료를 명시한 이상 제3조 제1호 적용대상에 ‘~등’이란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벌금, 과료, 추징 그리고 필요하다면 소송비용 및 비용배상에 대해 명시하는 것이 명확성의 원칙에 부합한다.
법 연원적으로도 벌금 등의 형집행기능을 모두 검찰에 부여하는 것만이 유일한 측면인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검사에게 독점적 형집행권을 부여한 연원은 1912년 침략국 일제가 공포한 조선형사령에서 찾아볼 수 있다.
침략국 일제는 당시 군국주의 국가 프로이센 등을 참고해 형사법 체계를 구성했는데, 이 형소법은 억울한 피해자 발생을 막기 위한 적법 절차 규정이 아니라 형벌을 신속히 내려 국가 통제를 강화하는 측면이 강했다.
일제 패망 후 일본은 검찰이 기소권·형집행권, 경찰은 원칙적 수사권을 갖고, 검경이 영장청구권을 공유하는 식으로 권한 조정이 이뤄졌지만, 한국은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시 조선형사령에 있었던 수사권·영장청구권·기소권 그리고 독점적 형집행권까지 담았고, 그것이 현재에 이르게 됐다.
‘실태확인원’ 정보침해 우려, 본질은 법체계 문제
지적 Ⓓ 실태확인원에 의한 체납자 정보유출 및 인격권 제한 우려는 7년 전에 여론에서 지적된 바 있다.
2019년 7월 경기도 체납관리단 출범 당시 모 일간지는 ‘지방세 1만1300원 체납됐다고 시청 직원이 집까지 찾아왔다. 경기도가 사채업자인가’란 제목의 소셜미디어 게시글을 바탕으로 행정이 과도하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마저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해당 행위가 정말로 심각한 문제인지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선 행정안전부에서 운영하는 주민등록 사실조사의 ‘확인원’, 통계청의 ‘조사관’은 모두 민간인 신분이다.
이들은 꽤 깊숙한 내용의 개인민감정보를 상세히 묻고, 미혼자에게 결혼할 의사 등 상당히 주관적인 내용까지 수집하며, 주민등록 사실조사의 경우 범위가 전 국민, 국가 지정통계 조사의 경우는 정당한 사유 없이 답변을 거부할 수 없도록 법적 의무까지 부여한다.
체납자에 한정하여 단순사실확인만 한다는 실태확인원과 비교하면, 그 행위의 범위와 정도가 훨씬 넓고 강하다고 보여지지만, 행안부 확인원이나 통계청 조사관에 대해서 인격권 침해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우려가 있다는 언론보도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행안부 확인원·통계청 조사관은 법령 등 상위 단계의 법에 존립근거를 두고 있지만, 경기도 체납관리단은 법 체계에서 제일 하단에 해당하는 조례에 존립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법은 국민 투표로 정하는 헌법을 정점으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정하는 법률, 역시 국민의 대표인 대통령이 법률에 위임을 받아 정하는 시행령, 국무총리나 장관이 시행령의 위임을 받아 정하는 총리령과 부령(시행규칙),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나 지방의회가 정하는 규칙과 조례로 나뉜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윗물이 아랫물로 흐르듯 엄격한 상위법을 하위법이 거스르지 못하는 법률 우위의 원칙을 따른다.
지방자치단체가 정하는 규칙과 지방의회가 의결하는 조례 역시 상위 법률과 법령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만드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모든 사안을 법률에서 규정할 수 없기에 법률을 만들 때 일부러 ‘~등’이란 모호한 표현을 사용해, 하위법령에서 추후 발생할 변화에 대응하는 여지를 주고 있다. 이는 매우 흔하게 발견되는 입법 사례다.
같은 관점에서 조례로 시야를 돌려보면, 조례 역시 상위법들에서 명확히 규정하거나 혹은 해석을 통해 규정하고 있다고 판단될 수 없는 영역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법상 자치사무로 보아 재량적 규정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행안부나 통계청 민간인 계약직의 행위를 볼 때, 실태확인원의 행위가 특별히 더 문제가 있다고 단정짓기 어려워 보인다. 이 문제는 행위를 지적하는 게 아니라 법 체계에서 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국회에선 국세청 국세외수입 체납관리단 관련한 제정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정부에선 정부는 최근 지방세징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경기도처럼 다른 지자체도 체납관리단을 운영할 수 있도록 법률상 근거를 만드려 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가 밝히고 있는 체납관리단의 기능은 단순히 징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기도 체납관리단은 실태확인원들이 단순사실확인을 하고, 담당 기관이 수집된 실태정보를 바탕으로 체납징수나 복지시스템과 연계하는 것을 기본방침으로 만들어졌다.
국세청이 운영하고 있는 체납관리단도 2025년 9월 국세 체납관리단 출범 계획에 따라 생계형 체납자 복지 지원을 담고 있고, 2025년 12월 23일 생계형체납자 체납액 납부의무 소멸특례 제도가 신설되기도 했다(조세특례제한법 제99조의15).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은 복지제도가 있어도 몰라서 못 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실태확인을 하지 않으면, 이들이 있는 것조차 알 수 없는 것 역시 현실이다.
2019년 7월 모 일간지기 체납관리단에 내린 비판은 당시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됐고, 현재도 일부 언론에서 지적하는 사례지만, 2022년 6월 모 지방매체에서는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체납관리단이 생활고로 어려운 소액 체납자를 복지 시스템과 연계해 줬다는 미담은 거의 회자되지 않았다.
행위가 문제인지 아니면 그것을 바라보는 태도가 문제인지, 국회는 추후 법안심의과정에서 다양한 측면을 조명해 무엇이 공익에 부합하고, 나아나 사람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제도인지 깊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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