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최근 재정경제부의 2026년 세법개정안과 관세청의 후속 발표에서 ‘관세 성실신고 확인제도’라는 낯선 이름이 등장했다.
이 제도는 지난 과세연도 수입금액이 3천만 달러 미만인 중소·중견 수입기업이 관세사 등1) 전문가에게 매년 수입신고 내역을 점검받아 세관에 확인서를 제출하면 통관 검사를 줄여주고, 오류를 자진 정정할 경우 가산세를 감면해 주는 것이 골자다.
1)개인 관세사와 관세법인
2027년 1월부터 개정 관세법이 시행되고 같은 해 시범운영을 거쳐 2028년 전면 시행될 계획에 있다. 취지는 동의하나 처음 도입되는 만큼 이 제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려되는 대목이 적지 않다.
심사 사각지대에 놓인 중소기업
관세는 소득세나 부가가치세와 달리 수입신고가 수리되는 순간 세액이 이미 확정돼 버리는 조세다. 품목분류 10단위 HSK 체계의 미세한 해석 차이, 로열티나 무상 공급 금형 같은 과세가격 가산요소, 특수관계자 간 이전가격과의 정합성 등은 수입 실무자조차 놓치기 쉬운 영역이며, 이런 오류는 통관 당시가 아니라 관세청의 사후 심사 단계에서야 뒤늦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최장 5년의 부과제척기간 동안 누적된 세액과 가산세가 한꺼번에 추징되면, 이미 물건을 다 팔아버린 기업 입장에서는 거래처에 세금을 전가할 방법도 없이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그런데 한정된 관세청 인력은 세수 비중이 큰 대기업 심사에 쏠릴 수밖에 없었고, 그 사이 중소·중견기업은 장기간 방치된 ‘심사 사각지대’에서 잠재적 추징 위험을 안고 살아왔다. 이번 제도는 바로 이 사각지대를 민간 관세사의 손을 빌려 메우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폐지된 ‘정기 수입세액 정산제도’의 교훈
문제는 이 아이디어가 완전히 새로운 발상이 아니라는 데 있다. 2017년 도입되었다가 2021년 말 폐지된 ‘정기 수입세액 정산제도’는 외부 관세사 2인을 선임해 정산보고서를 제출하면 세관이 정밀 검증을 거쳐 정기 관세조사 면제와 사후 추징 배제라는 강력한 효력을 부여했다.
그러나 검증 대상이 AEO 공인 대기업 위주로 편중되며 세정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고, 이중 관세사 선임에 따른 수수료 부담과 관세조사에 준하는 소명 요구에 기업들이 지쳐 결국 5년 만에 문을 닫았다.
이번 신설 제도는 법률적 근거를 명확히 갖추고 대상을 AEO를 제외한 중소·중견기업으로 재조정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했지만, 세관의 정밀 검증 단계를 생략한 대신 부여되는 혜택도 검사 축소와 가산세 감면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 강제성 없는 자율 신청제라는 틀 안에서, 기업이 굳이 비용을 들여 참여할 유인이 충분한지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는다.
제도의 골격 - 신청부터 혜택·제재까지
지정을 원하는 기업은 과세연도 종료일 2개월 전까지 관할 세관장에게 신청해 5년 단위로 자격을 유지하고, 관세사가 작성한 확인서는 과세연도 종료 후 3개월 이내에 제출해야 한다.
확인서를 성실히 낸 기업은 검사 축소·생략과 함께, 점검 과정에서 스스로 세액을 정정할 경우 보정기간 내 보정으로 간주되어 가산세를 감면받는다. 반대로 기한 내 확인서를 내지 못하면 5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관세사가 부실하게 확인서를 작성하면 「관세사법」상 징계가 따라붙는다.
이렇게 보면 과세당국 입장에서는 제한된 인력으로 수만 개 중소 수입기업을 개별 심사해야 하는 물리적 한계를 민간의 손을 빌려 극복하고, 사후 심사 권한을 굳이 내려놓지 않으면서도 세수를 조기에 확보할 수 있는 합리적 설계다. 반면 기업과 관세사 입장에서는 비용과 책임만 지고 돌아오는 실익은 제한적이라는 비대칭이 존재한다.
내국세 성실신고확인제도와 무엇이 다른가
이 비대칭을 풀 실마리는, 2011년부터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내국세 성실신고확인제도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국세 제도는 확인비용의 60%를 세액공제로 돌려주고 의료비·교육비 공제 허용, 신고기한 1개월 연장 같은 파격적 인센티브를 갖춘 반면, 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산출세액의 5% 가산세와 세무조사 대상 수시 선정이라는 강력한 채찍도 함께 뒀다.
이에 비해 관세 성실신고 확인제도는 확인비용에 대한 직접적 세액공제 규정이 없고, 참여하지 않아도 별다른 불이익이 없다.
다시 말해 강제도 아니고 보상도 약한, 당근과 채찍이 모두 무딘 설계인 셈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정작 제도가 절실히 필요한 영세·중소기업일수록 매년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관세사 점검 수수료를 부담스러워하며 참여를 주저할 공산이 크다.
세 주체의 동상이몽
관세사 업계의 시선에서 보면 이 제도는 건당 통관 대리 위주의 저단가 경쟁에서 벗어나, 기업의 관세 리스크를 종합 진단하는 고부가가치 컴플라이언스 자문 시장을 열어줄 잠재력을 지닌다.
다만 확인서에 오류나 부실이 확인될 경우 곧바로 「관세사법」상 행정 징계로 이어지는 구조는 실무적으로 상당한 위축 요인이다. 화주와의 관계에서 관세사가 우월적 지위를 갖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적정 보수는 보장되지 않은 채 징계 리스크만 떠안게 된다면 확인 업무는 형식적 서류 구비로 전락하거나 아예 수임 자체를 꺼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제도의 성패는 과세당국·납세기업·관세사라는 세 주체의 유인 구조가 얼마나 정밀하게 맞물리느냐에 달려 있다.
제도가 살아남으려면? 네 가지 보완 과제
남은 시범운영 1년 동안 반드시 손봐야 할 보완 과제를 구체적으로 짚어보고 싶다.
① 확인비용에 대한 직접 세제 지원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해 확인비용의 일정 비율을 법인세·소득세에서 세액공제하거나, 아예 납부할 관세에서 직접 차감해주는 특례를 신설해야 한다. 이 보전 장치가 빠지면 내국세 제도가 성공했던 핵심 동력을 빼놓은 채 겉모습만 베낀 제도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② 정기 관세조사 유예와의 연계
단순한 검사 축소를 넘어선 실질적 인센티브 연계가 필요하다. 성실신고 확인서를 예컨대 3년 이상 연속으로 충실히 제출하고 세관의 사후 표본 점검에서도 적정성이 입증된 모범 기업에게는, 일정 기간 정기 관세조사를 유예하거나 조사 대상 선정에서 제외하는 수준의 실질적 권리 구제를 하위법령에 명문화해야 한다. 그래야 폐지된 정산제도가 가졌던 ‘안전지대’로서의 매력을 일부라도 되살릴 수 있다.
③ 확인 주체의 독립성 확보
통관을 대리한 관세사가 자신이 신고한 내역을 스스로 점검하는 구조는 ‘자기감사’의 한계로 인해 오류를 은폐하거나 묵인할 유인을 만들 수 있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외부 관세사 2인 선임을 강제하면 중소기업의 수수료 부담과 영업정보 노출 우려만 커진다.
통관 업무와 확인 업무 사이의 내부 분리 기준, 표준화된 점검표(체크리스트) 작성 의무화, 납세자가 고의로 숨긴 사항에 대한 관세사 징계 면책 기준을 함께 정비해 확인의 객관성과 관세사의 법적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④ 자진 시정에 대한 면책 특례
제도에 처음 진입해 점검을 받는 순간 과거 수년 치 누적 오류가 한꺼번에 드러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때 곧바로 징벌적 관세조사나 과도한 가산세로 이어진다면, 어떤 기업도 자발적으로 문을 두드리려 하지 않을 것이다.
확인 과정에서 과거 오류를 능동적으로 소명하고 자진 수정신고에 나서는 기업에는 신고불성실가산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하고 관련 행정제재를 유예하는 ‘특별 양성화 기간’을 마련해, 첫 진입의 문턱을 낮춰줄 필요가 있다.
남은 것은 설계의 완성도
관세 성실신고 확인제도는 사후 적발과 추징 중심의 관세행정에서, 민간 전문가와 협력해 자율적 준법을 이끄는 방향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방향성 자체는 옳다. 그러나 좋은 취지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려면 참여하는 주체 각자에게 실질적인 득이 돌아가야 한다.
비용은 기업이 부담하고 책임은 관세사가 지는데 정작 돌아오는 혜택은 애매하다면, 이 제도 역시 5년 만에 조용히 사라졌던 정기 수입세액 정산제도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2027년 시범운영 기간이야말로 이 제도의 성패를 가를 마지막 설계 창구가 될 것이다.

[프로필] 고태진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 (현)경인여자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겸임교수
• (현)중소벤처기업부, 중기중앙회, 창진원, 경기TP, 인천TP 등 기관 전문위원
• (전)월드클래스 300, NCS워킹그룹 심의위원
• 고려대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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