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두천 7.9℃맑음
  • 강릉 14.2℃맑음
  • 서울 11.4℃맑음
  • 대전 9.8℃맑음
  • 대구 10.0℃맑음
  • 울산 12.0℃맑음
  • 광주 11.5℃맑음
  • 부산 16.8℃맑음
  • 고창 7.9℃맑음
  • 제주 16.3℃맑음
  • 강화 8.6℃맑음
  • 보은 5.4℃맑음
  • 금산 6.9℃맑음
  • 강진군 ℃맑음
  • 경주시 8.0℃맑음
  • 거제 12.8℃맑음
기상청 제공

2026.10.08 (목)

[이봉구의 세무맛집] 차용증 한 장으로는 부족하다

부모 돈으로 산 아파트, 국세청은 돈의 ‘이름’이 아니라 ‘흔적’을 본다

(조세금융신문=이봉구 세무사)

 

“부모님께 3억원을 빌려 아파트를 샀는데 세무서에서 자금출처를 소명하라고 합니다. 가족끼리 쓴 차용증이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요?”

 

최근 상담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 가운데 하나다.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젊은 세대가 자신의 소득과 금융기관 대출만으로 주택을 마련하기는 어려워졌다. 부모가 취득자금의 일부를 보태는 일도 자연스럽게 늘었다.

 

문제는 부모의 돈이 자녀의 계좌로 넘어가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가족은 이를 ‘빌려준 돈’이라 부르지만, 과세관청은 그것이 실제로 갚아야 할 채무인지, 이름만 차입금일 뿐 실질은 증여인지를 따진다. 국세청 조사국과 일선 세무서에서 19년간 자금출처 사건을 다뤄 온 경험에 비추어 보면, 결론을 가르는 것은 차용증의 존재가 아니라 그 차용증대로 돈이 움직였는지 여부다.

 

1. 세무서의 질문은 차용증에서 시작해 계좌에서 끝난다

 

30대 자녀가 8억원짜리 아파트를 취득했다고 가정해 보자. 자녀의 예금은 3억원, 은행 대출금은 2억원이다. 나머지 3억원은 부모의 계좌에서 지급됐다. 자녀는 부모에게 빌린 돈이라고 설명한다.

 

세무서의 확인은 여기서 시작된다. 차용증은 언제 작성했는가. 이자는 약정대로 지급하고 있는가. 원금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갚기로 했는가. 자녀의 소득으로 실제 상환이 가능한가. 지금까지 원금을 얼마나 갚았는가.

 

이 다섯 가지 질문에 객관적인 자료로 답하지 못하면 차용증 한 장만으로 3억원을 채무로 인정받기는 어렵다. 주택을 취득할 때 제출한 자금조달계획서에 ‘부모 차입금’이라고 적었다면, 그 한 줄이 향후 검증의 출발점이 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2. 법은 ‘능력으로 설명되지 않는 취득’을 증여로 추정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는 재산을 취득한 사람의 직업, 연령, 소득, 재산 상태 등으로 보아 자력으로 취득했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 그 취득자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한다. 추정은 납세자가 반대 사실을 입증하면 뒤집을 수 있다는 뜻이다. 자금의 출처를 충분히 소명하면 증여추정을 피할 수 있다.

 

다만 입증하지 못한 금액이 취득가액의 20%와 2억원 중 적은 금액에 미달하면 추정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앞의 사례라면 그 기준선은 1억6천만원이다. 설명되지 않는 금액이 3억원이므로 증여추정 대상에 해당한다.

 

자금출처 소명 안내를 받았다고 곧바로 정식 세무조사가 시작된 것은 아니다. 과세관청이 취득자의 소득과 재산, 대출금, 금융거래 내역을 대조하는 검증 절차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제출한 자료로 취득자금이 설명되지 않거나 허위 차입 혐의가 드러나면 증여세 과세나 세무조사로 이어진다. 처음 제출하는 소명자료가 사실상 승부처인 이유다.

 

국세청 조사국 출신의 시각 │ 국세청은 이 부분을 먼저 봅니다

  º 차용증 작성일과 송금일의 선후 관계

  º 이자가 약정일에, 약정 금액대로, 자녀 계좌에서 부모 계좌로 이체됐는지

  º 원금 상환 직후 비슷한 금액이 부모로부터 다시 들어오지 않았는지

  º 자녀의 연소득에 비추어 이자와 원금 상환 규모가 현실적인지

세무조사는 서류가 아니라 흐름을 본다. 차용증 한 장보다 1년치 통장 거래내역이 더 많은 것을 말해 준다.

 

3. 가족 간 대여, 채무로 인정받기 위한 네 가지 조건

 

가족 간 금전대차도 정상적인 거래라면 차입금으로 인정된다. 부모와 자녀 사이라는 이유만으로 증여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가족 간 거래는 제3자 간 거래보다 실제 대여 여부를 훨씬 엄격하게 살핀다.

 

첫째, 차용증은 송금 전에 작성한다. 차용금액, 이자율, 이자 지급일, 변제기, 원금 상환 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소명 요구를 받은 뒤 과거 날짜로 만든 차용증은 신빙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확정일자나 공증, 이메일 송·수신 기록 등으로 작성 시점을 객관적으로 남겨 두는 것이 좋다.

 

둘째, 이자는 계좌로 지급한다. 약정에 따라 자녀 계좌에서 부모 계좌로 이체된 기록이 있어야 한다. 현금으로 줬다는 주장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또한 부모가 받는 이자는 비영업대금의 이익에 해당하므로 이자를 지급하는 자녀가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7.5%를 원천징수하고 신고해야 한다. 번거로워 보이지만, 이 원천징수 신고 기록은 차입 관계가 실재한다는 유력한 증거가 된다.

 

셋째, 원금은 실제로 상환한다. 분할상환이라면 약정한 일정대로, 만기 일시상환이라면 자녀에게 그 원금을 마련할 소득과 재산이 있어야 한다. 소득이 많지 않은 자녀가 수억원을 빌린 뒤 수년간 이자도 원금도 갚지 않는다면 정상적인 금전대차로 보기 어렵다. 상환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거액을 빌려줬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경제적 합리성을 잃는다.

 

넷째, 형식적인 상환을 경계한다. 자녀가 원금을 갚은 직후 부모가 비슷한 금액을 다시 보내는 ‘순환 송금’은 실질적인 상환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과세관청은 한 번의 입출금이 아니라 전후의 전체 계좌 흐름을 본다.

 

4. 무이자로 빌렸다면 ‘이자만큼의 증여’가 남는다

 

차입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무이자나 현저한 저리라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1조의4는 금전을 무상으로 또는 적정이자율(현재 연 4.6%)보다 낮은 이자율로 빌린 경우 그 이자 차액을 빌린 사람의 증여재산가액으로 본다. 다만 그 금액이 연 1천만원 미만이면 과세하지 않는다.

 

 

여기서 흔한 오해 하나를 짚어야 한다. “2억원까지는 무이자로 빌려도 괜찮다”는 말은 이자 상당액에 대한 증여세 기준일 뿐이다. 원금 자체가 채무로 인정되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다. 차용증도, 상환 기록도 없다면 2억원 원금 전체가 증여로 추정될 수 있다.

 

5. 증여로 신고할 것인가, 제대로 빌릴 것인가

 

 

부모가 돌려받을 생각 없이 지원한다면 증여로 신고하는 것이 원칙이자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혼인신고일 전후 2년 이내라면 기본 증여재산공제 5천만원에 더해 혼인 증여재산공제 1억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위 사례의 증여세는 약 1,940만원으로 줄어든다.

 

반대로 실제로 돌려받을 돈이라면 처음부터 자녀가 상환할 수 있는 금액만 빌려주고, 적정한 이자를 약정하며, 약정대로 이자와 원금을 갚아야 한다. 가장 불리한 선택은 증여도 대여도 아닌 ‘애매한 상태’로 두는 것이다. 신고한 증여보다 추징당한 증여가 언제나 더 비싸다.

 

6. 채무로 인정받았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과세관청은 자금출처 소명 과정에서 채무로 인정한 금액을 사후관리 대상으로 삼아, 만기 무렵 실제로 상환했는지를 다시 점검한다. 이때 부모가 원금을 돌려받지 않기로 하거나 채무를 면제해 주면 그 금액은 채무면제이익으로 보아 증여세가 과세된다.

 

수년 뒤 부모에게 상속이 개시되면 자녀에게 빌려준 돈은 부모의 대여금 채권으로서 상속재산에 포함된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차용증을 쓰는 순간, 그 돈은 증여세뿐 아니라 상속세 계산에서도 기록으로 남는다.

 

 

맺으며 │ 세무서는 돈에 붙인 이름보다 돈이 남긴 흔적을 본다

 

상담 현장에서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이미 돈을 보내고 아파트까지 취득한 뒤, 세무서의 연락을 받고서야 차용증을 찾는 사례다. 거래가 끝난 뒤 서류를 보완하는 것보다 자금을 이전하기 전에 거래의 성격을 정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가족 간 거래에서는 말보다 기록이 중요하다. “부모님께 빌렸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돈을 빌린 날의 차용증, 자금이 이동한 계좌, 이자를 지급한 내역, 원금을 상환한 기록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야 한다.

 

차용증은 채무의 출발을 보여주는 문서일 뿐이다. 상환 기록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그 차용증은 가족끼리 만든 종이 한 장에 그친다. 부모의 도움으로 집을 마련하려 한다면 돈을 보내기 전에 증여인지 대여인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세금은 거래가 끝난 뒤가 아니라, 거래를 시작하기 전에 준비하는 것이다.

 

※ 본 칼럼은 2026년 9월 현재 시행 중인 세법을 기준으로 작성했으며, 개별 사안의 과세 여부는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프로필] 이봉구 세무사

•(현) 세무법인 석성 경기북부지사 대표

•(현) 한국세무사회 연수원교수(세무조사과목)

•(전) 국세청 19년 근무

•세무조사·상속세·증여세·가업승계·조세불복 전문

•유튜브: 세무사이봉구 / 세무조사 5분 특강

•가천대학교 회계세무학 박사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