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진우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 해외신탁의 증가와 신고결과
해외신탁은 한때 일부 초고액자산가나 다국적 기업만 사용하는 낯선 제도로만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학이나 업무 등으로 가족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해외에 거주하는 경우가 늘고 있고, 현지에서 널리 활용되는 신탁 등을 활용하여 자녀에게 국내외 자산을 승계하거나 이를 통합 관리하고, 가족의 상황에 맞추어 구성원별로 수익의 지급 시기와 조건을 달리하기 위한 수단 등으로 해외신탁을 활용하는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부동산, 유가증권 가격의 상승과 국외 이주 수요가 증가하는 등의 사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국내 거주자가 싱가포르나 홍콩과 같은 이른바 아시아 금융허브에서 뿐만 아니라 미국 등 서구 지역에 신탁을 설립하여 활용하는 사례도 더 이상 예외적인 사례라 보기 어렵다.
국세청이 2026. 9. 2. 공개한 2025년 귀속 해외신탁명세 제출 실적 관련 보도자료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처음으로 시행된 해외신탁 신고 결과에 따르면 신고자는 총 1,286명, 신고된 해외신탁은 1,591건이며, 신탁재산가액은 총 3조7,671억원에 이르렀다.
그 중 개인 신고자는 신고 인원 수 1,255명(97.6%), 신탁 건수 1,508건(94.8%)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신고금액은 7,174억원(19%)으로 1인당 평균 약 5.7억 원의 신탁재산가액을 신고하였으며, 반면 법인 신고자는 신고 인원 수 31개(2.4%), 신탁 건수 83건(5.2%)에 불과했으나 신고금액은 3조497억원(81%)에 달했다. 신고된 해외신탁의 설립지(건수 기준)로는 홍콩·케이맨제도·미국 순으로 많았고, 금액 기준으로는 미국·호주·싱가포르 순이었으며, 신고된 해외신탁재산에는 보험, 채권, 주식, 현금, 부동산 등이 다양하게 포함되어 있었다.
◇ 금액 기준 없는 해외신탁명세 제출 등을 통한 해외신탁 정보의 집적
이러한 통계는 2023년 말 개정된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거주자와 내국법인에게 해외신탁명세 제출의무를 부과하는 이른바 해외신탁 신고제도가 도입되었고,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2026년 첫 신고가 이루어짐에 따라 생성되었다. 그렇다면, 이미 해외에 신탁을 설립하여 운용하고 있거나 그 설립을 고려하고 있는 경우에는 해외신탁 신고제도에 대해 파악해 둘 필요가 있다.
거주자나 내국법인이 해외신탁을 설정한 위탁자라면 원칙적으로 그 설정 및 재산 이전 사실을 보고해야 한다. 특히 위탁자가 신탁을 해지할 수 있거나 수익자를 지정·변경할 수 있는 경우, 신탁 종료 시 잔여재산을 받을 권리가 있는 경우 등 신탁을 ‘사실상 지배’하는 것으로 평가되면 매 과세기간 또는 사업연도마다 해외신탁명세를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상 지배권을 보유하지 않은 경우에도 신탁을 설정하거나 재산을 이전한 과세기간에는 보고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 제출기한은 해당 과세기간 또는 사업연도 종료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로서, 통상 다음 해 6월 30일까지가 되며, 제도 시행 전에 설정한 신탁이라 하더라도 2026년 제도 시행 이후 계속적으로 대상 신탁을 지배하고 있다면 신고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과거에 이미 설정하였고 기존에 신고를 해 오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만으로 신고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 때 주의할 점은 해외신탁 신고제도의 경우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와 달리 최저금액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의 경우 해당 연도의 매월 말일 중 어느 하루의 잔액(해외금융계좌가 여러 개인 경우에는 각 해외금융계좌 잔액을 합산한 금액)이 5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신고의무가 발생하므로, 5억 원의 잔액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다수의 경우에는, 설령 해외금융계좌를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해외신탁 신고제도의 경우에는 그러한 최소 금액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소액의 보험형·투자형 신탁이나 그와 유사한 제도를 활용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러한 신탁이나 제도의 성격이 한국의 신탁법상 신탁과 유사하거나 재산을 그러한 신탁 등에 이전하는 경우라 한다면 금액의 다과와 관계없이 신고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이나 호주 등 일부 국가의 경우 주(State)에 따라 미성년자 또는 장애인이 소송에 따른 합의금 기타 금전을 받는 경우, 부동산 중개업자가 거래 과정에서 고객 등 타인 소유 자금을 수령하는 경우, 미국 외 지역의 보험자가 보험업을 영위하거나 특정 부동산 건설공사와 관련하여 공사대금 등을 받는 경우, 호주에서 일정한 내용의 금융업 등을 영위하는 등 다양한 경우에 있어서 법정 신탁 또는 그와 유사한 제도를 통해 자금을 관리하도록 강제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경우들에 있어서도 신고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될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하기는 어렵다.
현재 해외신탁명세를 제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제출하면 미제출 또는 거짓 제출한 신탁재산가액의 10%에 해당하는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고, 상한은 1억원이다. 과세관청의 보완 요구에도 응하지 않으면 추가 과태료가 문제될 수 있으며, 신탁재산의 자금출처에 대한 소명 요구를 이행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소명한 경우에는 미소명 금액의 20% 상당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2026년 9월 3일 국회에 제출한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의안번호 제2221040호는 해외신탁명세 미제출·거짓 제출 과태료의 상한을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동일한 신탁재산이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위반 과태료 산정에도 포함되는 경우 중복 부과를 조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해당 법안은 2026년 9월 28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 안건에 포함되었는바, 이후 재경위 의결이나 본회의 통과를 거쳐 향후 미신고에 대한 과태료 상한이 10억 원으로 상향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나아가, 미국의 Form 3520 등을 통한 해외신탁 보고제도, 영국의 Trust Registration Service, 즉 TRS 제도, 일본의 국외재산조서 제도 등에 따라 각국도 이미 해외신탁에 관한 정보를 집적하여 관리하고 있고, 그러한 정보가 과세당국간 정보교환에 따라 제공될 수 있으며, OECD 공통보고기준, 즉 CRS(Common Reporting Standard)도 해외신탁의 투명성을 높이도록 하고 있다.
이를 보더라도, 이에 따라 해외신탁이 과세당국의 본격적인 관리 대상이 됐음을 알 수 있고, 이미 시행된 해외직접투자 신고제도(2000년), 해외부동산 신고제도(2009년),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2011년)의 사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제도 시행 이후 관련 정보가 집적된 이후 과세당국에 의한 분석 및 과세 사례가 증가하게 될 것으로 미루어 짐작된다.
◇ 신탁만으로 위탁자 등의 세금 문제가 단절되는 것은 아니다
신탁은 생전 재산관리, 의사능력 상실에 대한 대비, 미성년 자녀에 대한 단계적 지급, 여러 국가에 거주하는 가족의 승계, 상속분쟁 예방과 같은 여러가지 목적에 따라 설정되어 활용되고 있으나, 특히 해외신탁의 경우 자산가의 절세와 자산 승계의 방법으로 주로 고려되어 온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 세법상 거주자가 상속이나 증여를 받는 경우에는 국내외 모든 재산에 대해 상속세, 증여세 납세의무가 발생하고, 상속인이나 수증자가 비거주자에 해당하더라도 국내재산을 상속받거나 증여받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며, 고액 자산가 등의 국외 증여 등을 통한 증여세 회피를 방지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거주자가 비거주자에게 국외에 있는 재산을 증여하는 경우에도 한국에서의 증여세 납세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신탁계약에 의하여 위탁자가 타인을 신탁의 이익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받을 수익자(beneficiary)로 지정한 경우에는 그 수익자가 신탁 원본이나 수익을 실제로 지급받는 때 등 법정 시점에 신탁이익을 증여재산으로 과세하는 구조를 두고 있다. 그리고 수익자가 특정되지 않았거나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일정 기간 위탁자 또는 그 상속인을 수익자로 보다가, 나중에 수익자가 특정되면 새로운 신탁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취급할 수 있는 등 구체적인 증여시기와 범위는 수익권의 확정 여부, 원본과 수익의 구분, 지급 조건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수익자가 신탁의 이익을 받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증여세가 과세되는 구조이다.
그리고 같은 법에 따르면 피상속인이 신탁한 재산은 원칙적으로 상속재산에 포함되고, 다만 이미 수익자 등에 대해 증여세가 과세된 부분은 중복 과세를 막기 위해 조정이 이루어질 뿐이다. 피상속인이 다른 사람이 설정한 신탁에서 보유하던 권리나, 연속수익자 신탁에서 선순위 수익자의 사망으로 후순위 수익자가 취득하는 권리도 상속세의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신탁재산에 귀속되는 소득은 그 신탁의 이익을 받을 수익자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보게 되므로 수익자가 소득세, 법인세 납세의무를 부담하기도 한다.
위와 같은 이유로 해외신탁을 설립한 현지의 세법에 따라 각종 비과세 감면의 혜택을 받거나, 지금까지 실무적으로 해외신탁 관련 정보가 집적되지 아니하여 현실적으로 국내에서의 과세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여 온 구조라 하더라도, 신탁의 당사자와 구조 등에 따라 자산 승계에 따른 증여세나 상속세, 경우에 따라 소득세와 법인세가 과세되는 사례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앞서 본 해외신탁 신고제도에 따른 해외신탁명세 제출은 정보 보고를 통한 납세협력의무에 불과하므로, 이를 이행했다고 해서 신탁과 관련된 소득세·법인세·증여세·상속세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고, 반대로 해외신탁명세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과태료의 제재 외에 곧바로 증여나 상속등이 성립하는 것도 아니다. 정보보고와 본세 과세는 목적과 요건이 다른 별개의 문제다.
◇ 해외신탁의 설정 및 관리에 관한 검토가 필요한 때
해외신탁은 가족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한국과 미국 등 외국을 오가며 생활하는 경우 등에 있어서 미성년·장애인 가족의 장기 부양, 가족기업의 지배구조 유지, 상속분쟁 예방, 여러 국가에 흩어진 자산의 통합관리 등에서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은 신탁이 세법 밖에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의 권리와 의무를 장기간에 걸쳐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각국에서 실무상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신탁이 설정 및 관리되고 있는데, 정보 보고 및 과세 측면에서 각각의 신탁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관하여 현 단계에서 명확한 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으나, 앞으로 해외신탁과 관련된 정보가 집적되어 면밀한 분석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고 한국 세법상 신탁 관련 과세도 포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고려한다면, 해외신탁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금고와 같이 과세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여러가지 다양한 목적으로 해외신탁을 활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관련 당사자별 세법상 거주지가 어디이고, 향후 어느 곳에서 주로 체류할 것인지, 어떠한 방식과 내용으로 신탁을 설정할 것인지, 신탁에 따른 권한과 경제적 이익을 어떠한 방식으로 누구에게 귀속시킬 것인지, 신탁의 설정 이후 각각의 단계에서 어느 국가에 어떠한 보고의무, 납세의무가 발생하게 될 것인지를 사전에 검토하여 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신탁의 설정 이후에도 신탁계약서, 프로텍터 동의서, 분배결정서, 금융계좌 명세, 재산 평가자료 및 적용 환율의 근거와 같은 자료들을 일관되게 보관, 관리할 필요가 있으며, 설정 이후 신탁 구조에 관한 변경 등이 이루어지게 되면 그에 따른 관련 효과도 확인하여 둘 필요가 있다.

[프로필] 이진우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University of Florida(LL..M.. International Taxation, 2022)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 박사과정(조세법 전공) 수료(2017)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 석사(2012, 조세법 전공)
•제40기 사법연수원(2011)
•서울대학교 법학과(2007)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조세그룹(2015-현재)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International Tax팀(2014-2015)
•공익법무관(서울지방국세청 송무과 파견, 2011-2014)
•한국세법학회 편집이사(2025-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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