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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08 (목)

[단독] '수은크림' 소송 당한 네이버 포시마크…월마트 합의가 불편한 이유

美 환경단체, 수은 위험 경고 누락 주장
수수료 20%에 통제권도…약관엔 "매매 당사자 아니다"
월마트, 115만 달러·검증 강화 합의
포시마크도 유사 조건 수용 땐 비용 부담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네이버의 미국 자회사 포시마크(Poshmark)가 ‘수은크림’ 소송에 휘말렸다. 개인 간 거래(C2C)를 중개하며 수수료를 챙기는 플랫폼 기업이 유해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다.

 

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법무부 등에 따르면, 비영리 환경단체 머큐리 폴리시 프로젝트(MPP)는 지난 8월 10일 포시마크를 앨러미다 카운티 상급법원에 제소했다. 파를리(Parley) 등 미백·피부관리 크림을 통해 소비자들이 수은에 노출될 수 있는데도 필요한 경고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유해 물질 노출 위험을 사전에 경고하도록 하는 캘리포니아주 ‘법안 65호(Proposition 65)’ 위반을 문제 삼았다.

 

포시마크는 이용자들이 의류·잡화 등을 사고파는 중고 거래 플랫폼이다. 국내에서는 ‘미국판 당근마켓’으로 불린다. 네이버는 2023년 1월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자사의 검색·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글로벌 커머스 사업을 키우겠다고 했다. 외형 확대에 첨단 기술을 앞세웠지만, 정작 미국 현지에서는 상품의 위험을 알리는 기본적인 소비자 보호 의무가 법정 쟁점이 됐다.

 

 

◇ 수수료 20% 챙기며 “계약 당사자 아냐” 선 긋는 플랫폼

 

포시마크의 수익 구조는 직관적이다. 15달러 이상 상품이 거래되면 판매액의 20%를 수수료로 떼어간다. 100달러짜리 상품이 팔리면 20달러가 회사 몫이다. 불량 게시글 삭제, 판매 대금 보류, 계정 차단 등 거래 전반을 통제하는 권한도 쥐고 있다. 그럼에도 포시마크는 약관을 통해 “매매 계약은 구매자와 판매자 간에 체결되며 회사는 당사자가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거래를 중개하더라도 직접 물건을 사고파는 주체는 아니라는 취지다.

 

반면 MPP가 겨냥한 것은 플랫폼 운영사의 경고 의무다. 물건을 직접 소유하거나 판매하지 않았더라도, 소비자가 위험을 모른 채 구매하도록 방관한 플랫폼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매매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상품 위험을 경고할 의무까지 피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MPP의 요구는 단순 게시글 삭제에 그치지 않는다. 소송 제기에 앞서 지난 5월 28일 김남선 포시마크 대표(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에게 발송된 사전 통지서를 보면, 원고는 특정 판매 주소에 국한하지 않고 포시마크 내 수은 함유 제품 전반을 문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유통 경로 추적을 위한 판매 내역의 보존과 공급 업체 연락처 제공도 요구했다. 개별 판매자의 문제를 ‘플랫폼 운영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으로 확대한 것이다.

 

 

◇ 월마트 선례 보니…눈덩이처럼 커지는 '안전 비용'

 

앞서 MPP와 분쟁을 겪은 월마트는 금전 지급뿐 아니라 상품 관리 강화 조건도 받아들였다. 포시마크 역시 비슷한 조건으로 합의한다면 소송이 끝난 뒤에도 관리 부담이 남을 수 있다.

 

MPP가 지난해 9월 30일 월마트 측에 보낸 통지서에는 수은 위험 경고가 빠졌다고 주장한 크림 3종이 등장한다. 이 중 ‘넌 케어 클렌징 크림(Nunn Care Cleansing Cream)’은 포시마크 사전 통지서에도 포함돼 있다. 원고뿐 아니라 문제 삼은 제품도 겹친다.

 

월마트는 올해 6월 10일 자사를 상대로 소송이 제기되기 전에 MPP와 합의했다. 합의안에는 민사 제재금 85만 달러와 변호사 보수 및 비용 30만 달러가 명시돼 있다. 핵심은 금전적 부담에 그치지 않았다. 문제 상품 삭제는 물론, 상품 검증 강화와 재판매 대응 절차 신설 등 까다로운 조건이 따라붙었다. 당시 MPP는 "일부 외부 판매자가 제품을 판매하기 전 수은 검사를 거치도록 요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사후 삭제를 넘어 ‘사전 검증’으로 책임 범위가 대폭 확대된 것이다.

 

포시마크가 월마트 수준의 합의안을 수용할 경우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이 불가피하다. 사전 검사 비용을 판매자에게 전가하더라도, 검사 자료의 진위를 대조하고 최종 판매 승인을 결정하는 업무는 플랫폼의 부담으로 남는다.

 

 

◇ 네이버 글로벌 전략 시험대

 

안전 기준 강화는 플랫폼 거래의 편의성 위축으로 직결된다. 사전 검사 요구 등 절차가 번거로워지면 정상적인 거래마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거래 활성화를 유지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글로벌 커머스 확장을 노리는 네이버로서도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앞서 네이버는 올 2분기 실적 발표에서 포시마크·왈라팝·소다 등 글로벌 C2C 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4.9% 급증했다고 밝혔다. 네이버가 해외 핵심 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사업에서 상품 안전 관리와 법적 리스크 대응이라는 ‘숨은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들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네이버 관계자는 “미국 현지 법인을 통해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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