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지금 우리 세무사업계는 매우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밖으로는 우리의 전문자격과 업역에 직접 영향을 주는 법안들이 이어지고, 안으로는 AI라는 더 큰 변화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기존 업역을 지키는 일과 새로운 업역을 만드는 일을 동시에 해야 할 때입니다.”
한국세무사회(이하 세무사회)가 지난 9월 15일 ‘세무사제도수호센터TF’를 출범시켰다. 지난 6월 24일 개정 세무사법이 시행되고 세무사 광고기준이 마련되면서 무자격 세무플랫폼과 영리기업의 세무대리 오인광고에 대응할 제도적 근거가 생긴 데 따른 조치다.
단순히 신고를 접수하는 창구를 넘어 회원이 현장에서 찾아낸 위반 사례를 세무사회가 조사하고 증거를 확보해 법적 대응까지 연결하는 회원 참여형 현장 대응조직을 표방한다. 그 센터장을 맡은 이가 김선명 세무사회 부회장(세무법인 와이즈앤택스 대표세무사)이다. 발족식과 같은 날 만난 그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세무사 업역 침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예전에는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같은 회원끼리 왜 물고 뜯느냐고 해서 규정대로 처분하지 않는 경우가 꽤 많았습니다. 그게 우리 세무사업계의 큰 문제 중 하나였습니다.”
그가 TF에 힘을 싣는 이유는 단순한 업역 다툼 때문만은 아니다. 잘못된 환급신고가 이뤄질 경우 추징과 가산세 부담은 결국 납세자에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역할에는 그에 따른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그의 문제의식은 세무플랫폼을 넘어 종합부동산세와 세출 검증, AI 대응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그의 생각에서도 일관되게 드러났다.
“세대교체는 나이가 아니라 동기부여의 문제”
최근 그가 꺼낸 ‘세대교체’ 발언은 업계에서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자칫 오해를 부를 수도 있는 말이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세대교체는 단순히 나이 든 사람을 밀어내고 젊은 사람으로 바꾸자는 의미가 아니다.
“나이의 많고 적음보다는 미래에 대한 동기부여가 큰 사람이 회직에 참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3년간 회무를 해보니 동기부여가 강한 사람은 허들에 걸려도 뚫고 가려고 합니다. 반면 동기부여가 없는 사람은 장애물을 만나면 거기서 주저앉습니다.”
현장에서 자주 듣는 말이 그 간극을 보여준다고 했다. 무언가를 추진하자고 하면 중장년 세무사들은 “내가 하면 얼마나 하겠느냐, 젊은 세무사들이 나서야지”라고 하고, 젊은 세무사들에게 함께하자고 하면 “먹고살기 바빠 참여가 쉽지 않다”고 한다. 결국 남는 것은 ‘이것이 내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회직은 봉사하는 자리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회직에 참여해야 세무사회도 변하고 우리 업역도 굳건해집니다. 그게 저에게는 가장 큰 고민거리입니다.”
대가도 없는 봉사직에 왜 그렇게 매달리느냐고 묻자 그는 엘리베이터 이야기를 꺼냈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서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불평이 늘죠. 그런데 같은 계단을 두고 내 건강을 위한 운동이라고 생각하면 불평이 없습니다. 저도 힘에 부치는 일이지만 이 일을 나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합니다.”
50대인 그는 앞으로 20년 이상 세무사로 일해야 한다고 했다. 막내가 일곱 살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결국 회원들의 미래가 곧 자신의 미래라는 얘기다. 지금 회무에 쏟는 시간과 노력이 세무사의 미래를 바꾸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그 정도 희생은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로 세무사들 가운데서도 “저처럼 활동은 못 하지만 그게 맞는 길”이라며 지지해주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세무사는 대부분 소상공인…각자도생이 안 되는 직역”
그가 세무사회의 역할을 유독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세무사 대다수가 개인사업자, 곧 소상공인이라는 현실 때문이다.
“회계사회나 변호사회는 빅펌이 있어서 자체적으로 AI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세무법인은 그만한 투자 여력이 부족합니다. 그러면 결국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일은 개인이 아니라 세무사회가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게 단체의 목적이기도 하고요.”
그동안 세무사회가 제도 개선에 집중해 왔다면 이제는 회원들의 사업 현장까지 챙겨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세무사회가 플랫폼세무사회 등 자체 전산법인을 통해 ‘세무사랑’과 AI 세무사 시스템을 개발·고도화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전산법인은 세무사회가 약 70%를 출자하고 나머지를 회원들이 나눠 가진 구조다.
“국가로 치면 국방과학연구소와 같습니다. 우리 안보를 외국에 맡기면 휘둘릴 수밖에 없죠. 독과점이 되면 우리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고 가격 정책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체 개발하고 소유해야 회원들이 건의한 내용을 빠르게 반영할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부족한 부분도 있었지만 지금은 상당한 수준까지 고도화됐다는 게 그의 평가다. 김 부회장은 자체 AI 세무사 시스템에 대해 “현재는 범용 AI와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수준의 보고서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식평가 보고서와 사무소 관리 기능까지 묶여 있고, 앞으로는 양도·상속·증여 등 재산세제 분야와 ‘세무사랑’ 웹버전 출시도 예정돼 있다. 시중 프로그램과 병행해 사용하는 회원이 많은 현실을 감안해 웹 환경까지 갖춰 자체 프로그램의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AI는 경쟁자인가 도구인가…“수익구조는 분명히 바뀐다”
IT를 전공하고 조세법을 공부한 그는 AI를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는다. 그렇다고 단순히 ‘편리한 도구’ 정도로 보는 시각에도 선을 긋는다.
“AI의 발전은 세무사들이 오랫동안 주요 수입원으로 삼아온 전통적 업무영역을 상당 부분 축소시킬 것입니다. 기장, 증빙 분류, 단순 신고, 세액계산 같은 정형화된 업무는 이미 빠르게 자동화되고 있고, 앞으로는 세법·판례 검색과 기본적인 세무상담까지 AI가 상당 부분 수행하게 될 겁니다.”
AI가 세무사라는 직업 자체를 없애지는 않더라도 수익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확실히 바꿀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래서 그는 AI와의 경쟁보다 활용을 강조한다. 반복 업무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이고 그만큼 재산세제와 자산승계, 기업컨설팅, 세무조사 대응, 공공분야 검증업무처럼 전문적 판단과 책임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업무를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AI가 많은 정보를 제시할 수는 있어도 고객의 복잡한 사실관계를 이해하고 여러 선택지 가운데 가장 적절한 방안을 판단하며, 그 결과에 책임지고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여전히 전문가의 역할입니다. 결국 AI 시대 세무사의 핵심 경쟁력은 판단과 책임, 경험, 그리고 고객과의 신뢰입니다.”
세무사회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회원들에게 단순히 “AI 시대에 대비하라”고 요구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로 AI를 활용하고 새로운 시장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과 시스템, 교육과 새로운 업역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무사제도수호센터TF…“회원이 현장의 눈이 되어야”
TF의 역할은 신고 접수에 그치지 않는다. 온라인과 SNS의 불법·오인광고와 업무영역 침해행위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사례를 발굴해 증거자료를 확보한다. 이후 사무처 전담반과 함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관계기관 협의와 고발 등 필요한 법적 조치까지 연결한다.
김 부회장은 TF 참여 회원들 사이에서 과거 제보한 업역 침해 사례가 왜 신속하게 처리되지 않았는지, 신고 이후 실제 어떤 조치가 이뤄졌는지 알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제보가 들어왔다고 바로 처벌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보자와 피제보자의 의견을 모두 확인해야 하고, 우선 구두로 시정을 요청한 뒤 실제 시정 여부를 지켜봅니다. 시정되지 않으면 공문을 보내는 등 절차를 밟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회원들이 회무 처리 과정에 충분히 참여하거나 관련 정보를 접하지 못하면서 ‘신고해도 별다른 조치가 없다’는 인식이 생기는 측면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세무사회 자체 징계의 한계도 짚었다. 제명을 제외하면 회원 권리정지가 사실상 높은 수위의 제재이고, 직무정지는 재정경제부 세무사징계위원회의 소관이라는 설명이다.
“제도가 아무리 잘 만들어져 있어도 실제 위반행위를 발견하고 대응하지 못하면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회원 한 분 한 분이 현장에서 발견한 오인광고나 업무영역 침해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제보해 주시면 그것이 현장의 정보가 되고 증거가 됩니다. 회원이 현장의 눈이 되고 세무사회가 그 목소리를 실제 조사와 대응으로 연결하는 체계를 확실히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환급을 많이 받아주는 게 좋은 서비스는 아닙니다”
플랫폼 문제를 그가 단순한 업역 다툼으로만 보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신고의 결과와 책임이 결국 납세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환급액을 크게 보여주거나 간편함만 앞세워 충분한 검토 없이 공제·감면을 적용하면 당장은 환급을 받아도 나중에 세금이 추징되고 가산세까지 부담할 수 있습니다.”
세무사회가 공개한 피해사례에는 장애인 공제 대상이 부모 2명인데도 부양가족 4명 전원에게 공제를 적용해 환급신고를 했다가 세무서가 증빙을 요구한 사례, 중소기업 취업자 소득세 감면 대상이 아닌 근로자에게 감면을 적용한 사례 등이 포함돼 있다.
국세청은 2025년 상반기 과다 인적공제와 관련해 1,443명을 점검했고 이 가운데 1,423명에게서 총 40억7000만원을 추징했다. 점검 대상 1,443명 가운데 약 98.6%에 해당하는 규모다. 부양가족의 나이·소득 요건을 충족하지 않거나 사망자, 다른 사람의 부양가족을 중복 공제한 사례 등이 확인됐다.
다만 그는 규제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한 배경에는 납세자가 원하는 편리함과 접근성이 있었다는 사실을 세무사업계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것은 단순히 ‘쉽고 빠른 세무서비스’가 아닙니다. 쉽고 빠르면서도 정확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전문가가 책임지는 서비스여야 합니다.”
세입에서 세출로…“‘회계감사’라는 용어에 업역을 내줬다”
임기 중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 가운데 하나는 민간위탁사업비 결산서 검사와 보조금 결산검증 등 세출 검증 영역의 제도화다.
이 일의 출발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채철 법제이사가 먼저 시작했고 그가 합류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직역 간 갈등도 크지 않았다고 한다.
“민간위탁사업 수급단체들이 먼저 이야기했습니다. 우리 지역에는 회계사도 없는데 왜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느냐고요. 게다가 회계사들이 바쁜 시기와 겹쳐 맡으려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엄격하게 하려면 세무사가 작성한 자료를 받아 전부 검토해야 하니 비용도 그만큼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서류에서도 모순이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조례에는 ‘회계감사’라고 돼 있지만 실제 제출되는 회계법인 보고서에는 ‘검증보고서’라는 명칭이 사용되고, 외부감사법에 따른 회계감사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취지의 문구가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감사’와 ‘검사’라는 용어보다 업무의 실질이다.
“헌법 제97조를 보면 감사원의 핵심 기능을 회계 ‘감사’가 아니라 회계 ‘검사’로 쓰고 있습니다. 국가 최고 감사기관을 규정한 헌법이 그렇습니다. 지방자치법에서도 결산검사라는 말을 씁니다. 감사가 더 엄격하고 검사는 덜 엄격하다는 건 받아들이는 사람의 정서일 뿐 실질이 그렇지 않습니다. 전문가라면 단어의 뉘앙스가 아니라 업무의 실질을 봐야 합니다.”
그는 대법원 2022추5125 판결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보고 있다. 민간위탁 사업비와 관련해 조례에서 ‘회계감사’라는 표현을 사용했더라도 그 업무의 실질을 살펴야 한다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현재 광주광역시, 완주군, 구미시, 경주시, 고성군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련 조례 개정이 이뤄졌고, 광주에서는 이를 둘러싼 소송도 진행되고 있다.
그는 최근 회계사 수가 늘어나면서 기존 업무영역을 둘러싼 직역 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세무사회의 요구는 특정 직역의 배제가 아니라 세무사에게도 참여 기회를 열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같이 하자는 겁니다. 우리만 하겠다는 게 아니에요. 지방 의원들도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 지역에는 회계사보다 세무사가 더 많은데 선택 폭을 넓혀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놓습니다. 서로 경쟁하면 비용과 서비스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죠.”
반성의 목소리도 냈다. 세무사들이 국세 세입 업무에 집중하면서 지방세와 세출 검증 분야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고, 그 사이 ‘회계감사’라는 용어가 특정 직역의 업무처럼 받아들여지게 됐다는 것이다.
2026 세제개편안…“거래세 완화 빠진 반쪽 전환”
세무사석박사회와 한국조세연구소가 마련한 ‘조세전문가가 본 2026 세제개편안의 주요 이슈 평가와 발전방안’에서 발제를 맡았던 그는 정부 세제개편안의 방향성 자체에는 일정 부분 공감했다. 주택 수에서 주택 가액으로, 보유에서 실거주 중심으로 과세체계를 전환하려는 시도는 의미가 있다고 봤다. 다만 보유세를 손보면서 취득세 등 거래세 부담 완화가 충분히 병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그가 발제에서 인용한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총조세 대비 거래세 비중은 약 5.9%로 OECD 평균 약 1.2%보다 크게 높다. OECD 역시 한국에 거래세 부담을 낮추고 경상적 보유세 비중을 높이는 세수 중립적 전환을 권고해 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체 세 부담을 늘리라는 게 아니라 거래할 때 과도하게 부담시키는 구조를 완화하고 무게중심을 보유 단계로 옮기라는 뜻입니다. 이번 개편은 세수 중립적 전환의 절반만 이뤄진 셈입니다.”
대안으로는 생애최초 실거주 주택 취득세 면제 또는 감면 확대, 정액 감면보다 산출세액의 일정 비율을 감면하는 방식, 비수도권·인구감소지역의 감면율 확대 등을 제시했다. 다만 취득세가 지방재정의 핵심 세원인 만큼 세수 감소분에 대한 보전과 사후 효과평가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단서도 달았다.
“1세대 1주택 종부세는 폐지하고 재산세로”
가장 목소리를 높인 대목은 종합부동산세였다. 그는 보유세와 거래세를 구분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도소득세는 실현된 이익에 대한 과세니까 실거주냐 비거주냐로 차이를 두는 것도 그나마 납득이 됩니다. 그런데 보유는 실현되지 않은 이익입니다. 단지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실거주·비거주를 갈라 보유세를 더 매기는 것은 논리적으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종부세의 도입 취지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개별적으로 부과되는 재산세와 달리 한 사람이 가진 부동산을 합산해 누진적으로 과세하는 것이 종부세의 기본 구조라는 것이다.
“상담 현장에서 만나는 상당수 납세자는 종부세를 징벌적 과세처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재산세를 냈는데 왜 또 내느냐는 거죠. 특히 1세대 1주택자까지 부담이 높아지면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상담 현장의 반응도 전했다. 세제개편안이 나온 뒤 거래처를 찾았더니 정작 당장 해당되지 않는 사람들까지 우려를 나타냈다고 한다. 집값이 더 오르면 자신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과 향후 수도권에 주택을 구입하면 세 부담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겹쳤다는 설명이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세목의 단순화다. 1세대 1주택자에 대해서는 종부세를 폐지하고 재산세로 일원화하되 과표를 통해 부담을 조정하자는 것이다.
“같은 금액을 내더라도 하나의 세목으로 가면 ‘내 재산이 많아 재산세를 내는구나’라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재산세를 냈는데 종부세가 또 나오면 납세자 입장에서는 이중으로 세금을 내는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법률적으로 이중과세가 아니라는 판단과 납세자가 체감하는 문제는 별개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가액기준을 함께 적용하는 방식으로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과 기준시가 상승, 세율 변화 등이 한꺼번에 맞물릴 경우 납세자의 부담이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세목별 접근 자체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납세자는 주택을 취득할 때 취득세를 내고, 보유하면서 재산세와 종부세를 부담하며, 처분할 때는 양도소득세를 낸다. 중요한 것은 개별 세목 하나가 아니라 주택의 취득부터 보유·처분까지 이어지는 전체 생애주기별로 세금의 적정성을 따져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세법 과정에서 '부동산세제 영향평가'를 정례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아빠가 없는 줄 알았다”…인생의 전환점
그가 처음부터 세무사를 준비한 것은 아니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뒤 수학 학원 강사로 일했다. 분당 청솔학원에서 팀장까지 맡았을 만큼 학원가에서 자리를 잡았지만 밤낮이 바뀌고 주말이 더 바쁜 생활 탓에 사회생활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도 부족했다.
전환점은 첫째 아이의 한마디였다.
“아빠가 없는 줄 알았다.”
그 말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됐다고 한다. 가족과 함께하면서도 오랫동안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던 중 세무사인 장인의 권유로 시험에 도전했고 2012년 합격했다. 실무를 하면서는 세법을 아는 것과 법의 취지와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다르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이후 고려대 법무대학원에서 조세법을 공부했다. 공학으로 익힌 논리적 사고, 세무 현장에서 쌓은 경험, 조세법에 대한 법률적 이해. 그는 이 세 가지를 지금의 자신을 만든 중요한 축으로 꼽는다. 지방세 납세자보호관과 국민권익위원회 전문상담위원으로 활동하며 체감한 것은 세법의 복잡성 못지않게 납세자와 과세관청 사이에 존재하는 정보와 전문성의 격차였다.
“권익보호가 잘못 부과된 세금을 사후에 취소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됩니다. 과세 이전 단계에서 충분한 안내와 소명 기회를 주고 예측할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합니다. 고의적 탈세와 단순 착오를 구분하는 행정도 필요하고요. 조세행정의 신뢰는 세금을 많이 걷는 데서가 아니라 납세자가 결과를 납득할 때 만들어집니다.”
고용세액공제 유권해석을 바꾼 ‘스택 구조’
그를 업계에 알린 대표적 사례 가운데 하나는 고용증대세액공제 유권해석 변경이다. 중부지방세무사회 연수 위원으로 세법을 강의하며 사례를 직접 계산하다 제도의 모순을 발견한 것이 출발이었다.
당시 제도는 청년근로자와 청년 외 근로자를 구분해 공제하도록 돼 있었다. 그런데 처음 청년을 고용해 공제를 받은 뒤 해당 근로자가 나이가 들어 청년 요건을 벗어나거나 다른 근로자로 대체되면 전체 상시근로자 수가 유지되는데도 청년 수가 줄었다는 이유로 추가공제를 전부 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애초 청년으로 공제받지 않은 기업이 오히려 유리해질 수 있는 역설적인 상황이었다. 배택현·김겸순 세무사 등 여러 강의자와 의견을 나눈 끝에 그는 단순한 해석상의 문제가 아니라 계산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수학강사 시절 경험도 도움이 됐다. 복잡한 계산구조를 거듭 풀어본 끝에 보다 단순화한 산식을 만들어냈다.
“핵심은 청년근로자 공제액을 하나의 금액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일반 상시근로자 기본공제액에 청년고용 우대공제액이 더해진 ‘스택(stack) 구조’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이후 청년근로자 수가 줄어도 전체 상시근로자 수가 유지되는 경우 잔여 공제기간 동안 일반 상시근로자에 해당하는 공제액을 추가공제할 수 있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놨다. 종전 해석에 따라 공제를 받지 못했던 기업들도 경정청구를 통해 세제혜택을 다시 검토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세무사는 이미 만들어진 법을 단순히 적용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현장에서 제도의 모순을 발견하고 납세자의 권리가 보장되도록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는 역할까지 해야 하는 조세전문가입니다.” 그가 생각하는 세무사의 역할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원펌(One Firm)을 향하여, 그리고 나눔
10년 넘게 운영한 개인사무소 ‘THE TAX’를 접고 세무법인 와이즈앤택스로 전환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업무가 재산세제와 상속·증여, 자산승계, 세무조사, 기업컨설팅 등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개인의 역량만으로 모든 분야에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와이즈앤택스에는 국세행정과 세무조사 경험을 가진 전문가와 기업세무·컨설팅, 재산세제 등 각 분야의 세무 전문가들이 함께하고 있다. 지점을 두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인력과 노하우, 업무 프로세스와 고객서비스를 공유하는 ‘원펌(One Firm)’ 형태다.
“앞으로 세무법인의 경쟁력은 기장업체 수나 지점 수에서만 나오지 않습니다. AI가 정형화된 업무를 빠르게 대체할수록 고객은 복잡한 문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줄 전문가 조직을 찾게 될 겁니다. 한마디로 ‘전문화와 협업’입니다.”
청년 세무사가 전문성을 키우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도 밝혔다. 영업부터 기장, 신고, 상담, 직원관리까지 세무사 한 사람이 모두 책임지는 구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성남이로운재단과 사회적협동조합 일하는학교 등을 통한 사회공헌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제2회 고향사랑기부대상에서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세무사는 단순한 사업자가 아니라 법률에 의해 전문성을 인정받은 공공성이 있는 전문자격사입니다. 우리의 전문성도 사회가 만들어 준 제도와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된 것이니 그것을 다시 사회에 돌려주는 것도 전문가의 책임입니다. 이번 표창은 세무사회를 대신해 받은 것으로, 그간의 평가라기보다는 더 큰 책임을 다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오늘 지키지 못한 업무 하나가 내일의 업역 축소로”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그는 회원과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꺼냈다.
“당장 나에게 이해관계가 없다고 해서 업역 침해나 제도 변화에 무관심해서는 안 됩니다. 오늘 우리가 지키지 못한 업무 하나가 내일 또 다른 업역 축소로 이어질 수 있고, 반대로 오늘 어렵게 만들어낸 제도 하나가 청년 세무사와 후배들에게 새로운 일터가 될 수 있습니다.”
변화 자체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당부도 남겼다. AI로 기존 시장의 일부는 줄어들 수 있지만 세무사의 전문성과 공공성이 필요한 새로운 시장 역시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함께 지켜내고 새롭게 만들어가는 제도 하나하나가 10년 뒤 세무사의 모습과 후배들의 일터를 결정할 것입니다. 훗날 후배들이 ‘그때 선배들이 우리의 업역을 지켜내고 새로운 길을 열어 놓았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더 다양한 분야에서 당당하게 일할 수 있다’고 말해준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회원들에게는 “‘누군가가 해주겠지’가 아니라 ‘내가 함께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세무사제도와 우리의 업역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세무사가 스스로 새로운 길을 만들지 않는다면 미래의 시장 역시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인터뷰를 마친 늦은 시간, 그는 다시 노트북을 꺼내 들었다. 세무사회 부회장과 와이즈앤택스 대표 외에 그에게는 또 하나의 명함이 있다. 고려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박사과정 학생이다. 이날도 ‘세법특수문제연구’ 줌(Zoom) 수업 시간이 다가오자 서둘러 자리로 돌아갔다.
“세무사의 미래는 저절로 주어지지 않습니다.”
긴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형태를 바꿔 등장했던 그의 말이었다. 업역을 지키는 일도, AI 시대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일도 결국 누군가 대신해주는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늦은 시간 다시 수업을 준비하는 그의 모습은 그 말을 스스로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김선명 한국세무사회 부회장은?
대학에서 전자계산공학을 전공하고 수학 학원 강사로 활동하다 2012년 제49회 세무사시험에 합격했다. 고려대 법무대학원에서 조세법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고려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박사과정에서 공부하고 있다.
중부지방세무사회 연구이사·연수위원, 한국세무사고시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지방세 납세자보호관과 국민권익위원회 전문상담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현재 한국세무사회 부회장과 세무사제도수호센터TF 센터장, 세무법인 와이즈앤택스 대표세무사를 맡고 있다. 최근 제2회 고향사랑기부대상에서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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