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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08 (목)

[예규·판례] 세무서 감정가액 인정 안 됐는데…상속세는 왜 남았나

세무서 감정가액, 가격변동 없었다는 입증 부족해 배척
원심, 사실조회 회신 토대로 세액 산정…대법원 확정

 

(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상속받은 땅의 가격을 세무서가 감정평가로 산정했지만, 법원은 이를 상속 당시의 땅값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가격을 기준으로 부과한 상속세도 모두 취소되는 걸까.

 

대법원은 세무서의 감정가액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소송 과정에서 상속 당시의 땅값이 확인됐다면, 그 가격을 기준으로 실제 내야 할 상속세를 계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8월 13일 상속세 부과처분 취소소송(2024두55396)에서 납세자와 세무서 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원심은 두 감정평가법인이 법원의 사실조회에 회신한 감정가액의 평균을 기준으로 정당한 상속세를 계산하고, 이를 초과한 부분만 취소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 세무서가 감정평가한 땅값, 왜 인정받지 못했나

 

상속세를 계산하려면 먼저 물려받은 재산의 가격을 알아야 한다. 땅을 상속받았다면 상속이 발생한 당시 그 땅의 가치가 얼마였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상속 당시를 전후한 일정 기간에 매매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가격을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때는 법에서 정한 평가방법을 이용하거나 감정평가를 통해 재산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세무서는 상속받은 토지의 가격을 확인하기 위해 감정평가를 의뢰했다.

 

당시 적용된 법령에 따르면 상속재산의 일반적인 평가기간은 상속개시일 전후 6개월이다. 기존 감정가액이 없는 경우에도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세무서가 평가기간이 지난 뒤부터 법정결정기한까지 감정을 의뢰해 산정한 가액을 상속 당시의 시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납세자는 기존 감정가액이 없는 상황에서 세무서가 과세를 목적으로 감정평가를 의뢰하는 것 자체가 위법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정당한 상속세를 결정하기 위해 세무서가 감정평가를 의뢰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해당 감정가액을 상속 당시의 시가로 인정하려면 법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감정평가 역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핵심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땅값에 영향을 미칠 만한 변화가 없었는지였다.

 

상속이 발생한 뒤 주변 개발이 진행되거나 토지의 이용 조건이 달라졌다면 나중에 실시한 감정평가가 상속 당시의 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상속개시일부터 감정평가의 가격산정 기준일을 거쳐 평가서 작성일까지 가격에 영향을 미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을 세무서가 입증해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상속개시일부터 가격산정 기준일까지 그러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을 증명할 자료가 부족했다. 이에 원심은 세무서가 의뢰한 감정가액을 상속 당시의 땅값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대법원도 이 판단을 유지했다.

 

◇ 세무서 평가액은 인정 안 됐지만…상속세는 일부 유지

 

그렇다면 세무서가 적용한 감정가액을 인정할 수 없을 때 상속세 부과처분 전체를 취소해야 할까.

 

이번 사건에서 원심 법원은 소송 과정에서 확인된 감정가액을 토대로 상속세를 다시 계산했다.

 

세무서의 감정가액을 상속 당시의 시가로 인정하기 어렵더라도,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신뢰할 만한 시가가 확인된다면 이를 기준으로 납세자가 실제 부담해야 할 세금을 산출해야 한다는 법리에 따른 것이다.

 

원심은 두 감정평가법인이 법원의 사실조회에 회신한 감정가액이 상속 당시 토지의 가치를 적절하게 반영한다고 봤다. 이에 두 금액의 평균을 기준으로 정당한 상속세를 계산했다.

 

그 결과 세무서가 부과한 세금 중 정당한 세액에 해당하는 부분은 유지하고, 이를 초과한 부분만 취소했다.

 

◇ 사후 감정평가 가능하지만 상속 당시 땅값 입증해야

 

이번 판결은 세무서가 상속재산의 가격을 확인하기 위해 사후 감정평가를 의뢰할 수 있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했다.

 

다만 평가기간이 지난 뒤 실시한 감정평가의 가액을 상속 당시의 시가로 사용하려면 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 특히 상속이 발생한 날부터 감정평가서가 작성된 날까지 가격에 영향을 미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을 세무서가 입증해야 한다.

 

이를 판단할 때는 토지의 분할이나 합병, 건물의 신축·철거, 용도지역 변경, 주변 지역의 변화와 지가변동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상속인 입장에서는 세무서가 나중에 산정한 감정가액이라고 해서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세무서의 감정가액이 상속 당시의 시가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소송 과정에서 다른 신뢰할 만한 시가가 확인된다면 상속세 일부는 유지될 수 있다.

 

이번 사건에는 2020년 12월 22일 개정 전 상속세 및 증여세법과 2020년 2월 11일 개정 전 시행령이 적용됐다. 따라서 실제 상속세 신고나 분쟁에서는 상속이 발생한 시점의 법령과 평가 요건을 확인해야 한다.

 

[참고 : 대법원-2024-두-55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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