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놓인 기업들을 위한 정부 측 금융지원 압박이 거세지면서 국책은행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부채총계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 건전성 지표인 BIS자기자본비율은 하락했고, NPL커버리지비율은 시중은행들을 앞질렀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코로나19 경제위기 대응 최전선에 있는 국챙은행들의 건전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 나날이 부채 증가…기은>산은>수은 순
26일 공공기관 공시시스템 알리오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국책은행들의 연결재무제표를 확인한 결과 기업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순으로 지난해 말 전년 동기 대비 부채 증감액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업은행의 부채 총액은 295조3343억원으로 전년 동기 268조4152억원 대비 10.02% 증가했다.
산업은행의 지난해 부채 총액은 233조7626억원으로 전년 동기 225조8227억원 대비 3.51% 올랐다. 같은 기간 수출입은행 역시 79조1185억원으로, 76조8328억원에서 2.95% 증가했다.
◇ 코로나 지원 투입…BIS 비율 하락세
기업들의 자금 공급처 역할을 맡고 있는 국책은행들의 건전성 악화는 국제결재은행(BIS) 기준 총자본 비율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BIS자기자본비율을 은행의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 규모의 비율을 의미한다. BIS자기자본비율이 하락했다는 것은 자기자본보다 위험자산이 비교적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는 뜻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산업은행의 BIS총자본비율은 13.33%로 지난해 말 14.05%보다 0.73%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수출입은행 또한 13.73%로 0.82%포인트 하락했다. 기업은행 역시 14.26%로 0.21%포인트 내렸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이들 국책은행에 추가 자금을 출자하기로 했지만, 이미 전방위적인 시장 안정화 작업에 투입된 만큼 당분간 건전성 악화를 막기 어려울 거라는게 업계 시선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책은행들이 코로나19 영향을 받는 기업들을 위해 중소·중견기업 대출 등 다양한 지원을 펼치고 있다”며 “이 같은 조치가 지속될 경우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가 커지고 그만큼 건전성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부실채권비율, 시중은행比 5배…“금융권 전반 리스크 전이 가능성”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책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시중은행 평균을 압도적으로 앞질렀다.
NPL비율은 대표적 건전성 지표로, 전체 채권 규모에서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준다.
지난해 말 산업은행의 NPL 비율은 2.67%로 국내 19개 은행 중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수출입은행이 1.79%로 2위, 기은이 1.28%로 4위에 올랐다. 이들 국책은행들의 부실채권 비율 평균은 1.91%로 시중은행 평균인 0.41%의 5배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통상 국책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을 담당하는 점을 감안하면 시중은행보다 부실채권 발생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금융권에서는 정책 금융 기관 특성상 코로나19 금융 정책에 보조를 맞춰야 하는 짐까지 떠안은 상황에 더 늦기 전에 정부가 나서 속도조절을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국책은행 내부에서는 부실채권 매각, 추가 자본확충 등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잇는 상황에 장기적인 시각에서의 금융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만약 국책은행에서 대규모 여신 부실이 가시화되면 금융권 전체로 리스크가 전이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국책은행 관계자 또한 “시장 붕괴를 막아내야 한다는 압박감과 건전성 우려가 동시에 생긴 상황”이라며 “고민이 깊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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