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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판례] 국가자격 속여 따낸 수주…대법 "공사 하자 없다면 사기죄 안 돼"

"재산권 침해 없어…'자격증 소지'가 참여 요건도 아냐"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건설업체가 전문건설업 국가자격이 있다고 발주처를 속여 하도급을 받았더라도 공사가 하자 없이 마무리됐다면 '사기죄'를 물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국가기술자격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건설업체 대표 A(64)씨 등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전문건설업 자격이 없는 업체를 운영하면서 다른 건설업체가 따낸 교량 가설을 하도급받아 특허 공법으로 공사를 시행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지방자치단체 주무관으로부터 특허 공법의 견적가가 가장 높다는 정보를 전해 들은 뒤 가격을 조작해 공사를 하도급받은 것으로도 조사됐다.

 

1심과 2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A씨 업체가 자본금이나 국가기술자격 보유 요건을 충족했다고 지자체를 속였다면 '기망'(남을 속임)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대법원은 A씨에게 사기죄를 적용할 수 없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A씨 업체가 체결한 교량 가설 공사 계약은 모두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도급 계약"이라며 "3건의 공사 모두 정상적으로 준공됐고, 시공상 하자가 발생했거나 특허 공법의 결함이 밝혀진 사실도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건설산업기본법이나 국가기술자격법, 상법 등이 정한 '제재 대상'일 수는 있지만 공사가 정상적으로 끝난 이상 사기죄의 전제인 '재산권 침해'를 유발했다고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A씨 업체가 하도급 계약을 체결할 때 국가기술자격증 소지자 전원이 시공에 참여해야 한다거나 외부 인력 참여가 엄격히 금지된다는 등 특별한 약정이 있지 않았다는 점도 참작됐다.

 

또 A씨가 지자체 공무원에게 견적가 정보를 요구했다고 볼 증거가 없고, 개략적인 견적가는 정식 입찰 서류가 아닌 공법 소개 홍보물에도 적혀 있어 사기죄 판단의 근거로 삼을 수 없다고 했다.

 

다만 대법원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이나 뇌물 공여 등 A씨의 나머지 혐의는 원심의 유죄 판결을 그대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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