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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GDP 넘어선 유일한 나라”…한국, 통화긴축에도 빚폭탄 째깍째깍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유일하게 100% 상회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한국은행이 2년 가까이 통화 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있으나, 한국의 가계 빚은 여전히 국가 경제 규모 대비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많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30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를 살펴보면 올해 1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2%로 세계 34개 나라(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 중 1위를 기록했다.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넘어섰다는 것은 가계부채 규모가 경제 규모를 넘어섰다는 의미다.

 

조사 대상 국가 중 가계부채 규모가 GDP 이상인 곳은 한국이 유일했다.

 

한국 다음으로 홍콩(95.1%), 태국(85.7%), 영국(81.6%), 미국(73%), 말레이시아(66.1%), 일본(65.2%), 중국(63.6%), 유로 지역(55.8%), 싱가포르(48.2%) 등 순이었다.

 

다만 지난해 1분기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가계 빚은 105.5%에서 3.3%p 줄어든 102.2%)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가계 빚은 1분기에만 13조원 이상 감소했다. 고금리 기조와 부동산 시장 위축 등에 따라 디레버리징(Deleveraging‧부채 축소)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하지만 코로나19 기간 사상 최대로 늘어난 가게 빚을 그 이전 수준으로 돌려놓기엔 아직 역부족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은 1년 이상의 시차를 두고 물가와 경기, 가계부채 흐름 등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행은 2021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3.5%로 3%p 인상했다.

 

게다가 최근 가계 빚 규모가 다시 늘어나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이 한 달 전과 비교해 2조3000억원 증가했다. 4개월 만의 반등이다.

 

기업부채도 빠르게 늘었다. 우리나라 GDP 대비 비(非)금융기업 부채 비율은 1분기 기준 118.4%였다. 기업의 부채 비율은 1년 사이 3.1%p 증가했는데 1년 만에 기업 부채 비율이 높아진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10개국에 불과했다.

 

시장은 향후 한국의 가계와 기업부채가 크게 축소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한국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중단 기대에 따라 시장금리가 떨어지면서 대출금리가 낮아졌고,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거래가 다시 회복되면서 가계의 신규 대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빠르게 늘고 있는 부채는 경제성장에 결국 걸림돌이 될 것이란 분이 나온다.

 

한국은행 통화정책국이 최근 39개국을 대상으로 가계부채 누증이 GDP 성장률과 경기 침체 발생에 미치는 장단기 효과를 분석한 결과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이 3년 누적 1%p 상승할 경우 4~5년의 시차를 두고 경제 성장률이 0.25~0.28%p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규모가 GDP의 80%를 넘어설 경우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지난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가계신용 비율을) 80%까지 낮추는 것은 중장기 과제”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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