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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선물(膳物)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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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명용 유퍼스트 서울지사장
(조세금융신문) 선물하고 미운 털 박히기 신공(神功)

 

아침에 출근하니 옛 직장 상사 정부장님(당시 호칭)으로부터 자녀 결혼 청첩장이 도착해 있었다. 정부장님 이름을 보는 순간 17~8년 전쯤, 지방(천안) 연수원에서 근무하던 시절, 에피소드 하나가 생각났다.

 
혼자 생활하던 부장님의 생신을 맞아 우리 부서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각출하여 선물을 마련했다. 담당대리였던 내 아이디어로 독수공방하며 떨어져 계시는 사모님을 위해 선물은 사모님 잠옷(드레스)으로 준비했다. 그때만 해도 천안에 백화점이 없던 때라 일반 상가에서 구매했다.


그런데 그특유의 낙천적 웃음으로 선물을 받으시고 즐거워하며 농담도 잘 받아주던 부장님이 주말이 되어 서울을 다녀오신 이후 사사건건 역정 내며 표정이 굳어졌다. 처음에는 다들 그 이유를 몰랐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술자리에서 우연히 그 내막을 듣고 얼마나 죄송하던지….

 
부서원들이 준비해준 사모님 선물을 들고 의기양양하게 귀가하였는데, 그만 옷 사이즈가 너무 컸던 것이 발단이 되었다. 다음날 부부가 나란히 백화점에 가서 교환하려는데, 아뿔사! 할인특판 상품이라 교환이 안 되었다고 했다. 혼자도 아니고 사모님 앞에서 한없이 초라하고 작아지는 부장님 모습이 상상되고도 남았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다시 한번 지면을 통해 사과드리고 싶다.


 “부장님, 죄송했습니다!”(부장님이 이 글을 꼭 봤으면좋겠다.)

 
이런 일이 있고부터 내가 사용하는 것이 아닌 한, 업(業)의 특성상 많은 판촉용 선물들을 선정할 때마다 심사숙고하는 습관이 생겼다.


바보야,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 차별이야!

 
지난 겨울, 연말연시를 맞아 거래처 한 분이 누구나 아는 유명브랜드 머플러를 선물로 가지고 오셨다. 한사코 거절했으나 나를 생각하며 디자인을 골랐다는 말에 어쩔수 없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


비슷한 머플러가 몇 개 있던 터라 고민 끝에 양해문자를 남기고 길 건너에 있는 ‘S 백화점’ 4층 매장으로 갔더니 “이 제품은 1층에서 판매한 것이니 1층으로 가세요!”라고 했다.

 
1층 할인매장 담당직원은 “정말 좋은 제품이고 지금은 그 가격에 이런 제품이 없으며, 한시적으로 특판한 것”이라며 “품질을 보고 그냥 쓰라”고 권유했다. 가뜩이나 선물준 분이 자꾸 마음에 걸리던 차라 바꾸지 않고 그냥 가지고 돌아왔다.

 
사무실에 돌아온 얼마 후, 선물주신 분이 문자를 보고 급하게 나를 찾아왔다. 다짜고짜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다. 영문을 모르는 내가 오히려 물어봤다. “왜 그러시냐”고.

그분 왈, “할인매장에서 구매하여 염치가 없었다.”고 했다. 내가 정색하며 “아닙니다. 신경 쓰고 귀한 선물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잘 쓰면 되지, 정품이고 특판품이고 뭐 그리 중요합니까?" 라며 난처해하는 그분을 다독여 드렸다. 미안함이 좀 가신 표정의 그분이 가시면서 던진 한마디에 이번에는 내가 무너지고 말았다.


 “지사장님은 같은 메이커라도 특판 매장에서 샀지만, 본부장님은 비싼 정품인데 받으셨는지 안 받으셨는지 매고 오시는 것도 한번 못보고….”

 
그분이 돌아간 후 계속 이 말이 내 머리 속을 맴돌았다. 우리 지사는 지사장과 본부장이란 호칭으로 역할을 나누어 운영하는데 호칭에 특별한 서열은 없다(?). 그냥 똑같은 호칭의 혼란을 없애기 위해 호칭을 구별했는데, 누군가에게는 이게 서열로 인식되고 선물을 차별하고 게다가 내 앞에서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다니?

수직 서열화에 길들여진 우리 사회의 단면이려니 하다가도 자꾸 생각이 많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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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보험사의 마케팅 지원활동

  
보험은 권유로 가입하는 상품이다. 최근 판매채널이 다양화되면서 고객이 스스로 찾아 가입하는 경우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있기는 하나 주류는 아니다.

고객이 스스로 가입하고자 하면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대표적 ‘모럴헤저드(Moral Hazard)’인 ‘역선택-고위험을 숨기고 가입’의 경우를 우선 의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무형의 자산을 권유하는 보험판매는 이런 이유로 수많은 세일즈 중 최고 난이도(Over the Top)의 세일즈임이 분명하다.(근거? 없다. 그냥 개인적인 관점이다.)

 
이처럼 고난도의 보험마케팅을 성공시키기 위해 전문지식 연마는 물론이고 다양한 노력과 세일즈 스킬들이 동원되는데 그 중에 빠뜨릴 수 없는 한 가지가 판촉물(선물)의 활용이라 하겠다. 이런 이유로 각 보험사는 시의적절하고 다양한 판촉물을 확보하고 공급하느라 매월 초가 되면 분주해진다.


생·손보사를 아우르며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위탁 판매하는 GA(법인대리점)인 경우에는 쏟아지는 각사의 판촉물을 보노라면 회사별 영업방향은 물론이고 최근의 인기상품 트렌드까지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올 봄 황사철에는 공기청정기가 최고의 인기였으며, 최근에는 메르스 파동의 영향으로 마스크(n95마스크)와 손세정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선물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다양한 관계형성을 돕듯이, 판촉물(선물) 또한 세일즈에서 중요한 촉매 역할을 담당하는 요소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적절한 판촉물(선물)은 고객과의 관계관리를 좋게 하는 윤활유의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불필요하거나 격에 맞지 않는 판촉물은 오히려 역작용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최근에는 단순한 판촉물에 머물지 않고 각종 ‘교양강좌(세금관련, 노후준비 등)’나 ‘문화행사(체험형 행사)’, ‘스포츠행사(Golf 등)’, CEO를 대상으로 운영되는 ‘경영자과정’ 등 유·무상의 다양한 커리큘럼까지 마케팅 지원활동(판촉활동)을 넓혀가고 있다.


더욱 신선하고 다양한 마케팅 지원책(판촉물 등)이 쏟아져 나와 더운 날 열심히 달리는 우리 FP(보험설계사)들에게 힘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엄명용 유퍼스트 서울지사장

이 력 : 전) 교보생명 연수원 및 지원단장(관악/성남/강릉) 등 근무
이메일 : ommy0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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