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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실손청구' 병원에 신청만하면 끝?…‘실손보험 간소화법’ 국회 문턱서 대치

13일 국회 법사위 보험업법 개정안 상정
시민‧의료단체, ‘환자정보 약탈법’ 반대 목소리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는 가운데 시민‧의사 단체가 법안 통과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얼핏 실손보험 청구를 희망하는 환자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법안으로 보이는데 시민‧의사 단체가 법안 철회를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환자 정보가 더욱 손쉽게 보험사로 넘어가 보험사가 환자를 선별하고, 고액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데 사용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의사 단체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보험업계는 14년을 끌어온 숙원 법안인 실손보험 간소화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회법사위는 13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보험업법 개정안 등 계류중인 법안들을 다룬다. 해당 법안이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된 것은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해 법사위로 회부된지 3개월 만이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때 병원에 신청하면 전산으로 자동 처리되는 내용을 골자로 하며 이른바 ‘실손보험 간소화법’으로 불린다.

 

그간 소비자들은 병원에 진료비를 낸 후 보험금 청구서류를 작성하고 영수증과 진료비 내역서 등 필요서류를 준비해 보험사를 찾거나 팩스, 스마트폰을 활용해 보험금을 청구해왔다.

 

실손보험 간소화법이 통과되면 소비자 대신 의료기관과 요양기관 등이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 등을 중계기관에 보내고 중계기관은 해당 문서를 보험사에 제출한다.

 

즉 이 법이 통과되면 소비자는 보험금 지금을 위해 복잡한 절차 없이 병원에 신청만하면 되는 셈이다.

 

실손보험 가입자수는 지난해 말 기준 3997만명에 달하지만, 복잡한 청구 절차 때문에 한해에만 청구되지 않은 실손보험금이 약 2500억원 수준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미지급 보홈료는 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후보 당시부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전국민이 관심을 갖고 있는 법안이다. 여야도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해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시민‧의사 단체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한국루게릭연맹회, 한국폐섬융화환우회,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는 지난 12일 국회 앞에서 보험업법 개정안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환자 정보가 손쉽게 보험사로 넘어가 보험사가 환자를 선별하고 고액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며 “해당 법안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아니라 민간 보험사의 ‘환자 정보 약탈법’이자 ‘민영화법’”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도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공공 및 공익적 목적 외에 환자 정보를 타인에게 열람하도록 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한 의료법, 약사법에 보험업법 개정안의 내용이 정면 충돌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의협은 법안 통과 전 의료계와 시만단체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김종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이날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치며 “보험업법 개정안은 민간 보험사의 이익만을 고려한 과잉 입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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