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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판례] 대법 "공공부문 무기계약직에 공무원 수당 안줘도 차별 아냐"

"업무 유사하다고 같은 처우 보장돼야 하는 건 아니다"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무기계약직 근로자에게 일반 공무원들이 받는 수당을 지급하지 않더라도 차별이 아니다'라는 전원합의체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국도관리원 62명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패소 판결을 21일 확정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이들은 국토교통부 산하 지방국토관리청장과 무기계약을 체결하고 도로 유지·보수, 과적 차량 단속을 했다.

 

이들은 운전직·과적단속직 공무원과 유사하거나 사실상 동일한 업무를 하는데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각종 수당과 출장 여비를 지급받지 못하는 것은 '사회적 신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6조 위반이라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근로기준법 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해 성별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라고 돼 있다.

 

쟁점은 무기계약직이 차별 금지 사유 중 하나인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 무기계약직과 공무원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인지, 수당 지급 등 처우를 달리하는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였다.

 

1·2심 재판부는 국도관리원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국도관리원들이 불복했지만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다수의견에 동의한 7명의 대법관은 "개별 근로계약에 따른 고용상 지위는 공무원과의 관계에서 근로기준법 6조가 정한 차별적 처우 사유인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법관들은 차별인지 판단하려면 비교대상이 되는 두 집단 간 일정 수준의 동일성이 인정돼야 하는데 무기계약직 근로자 집단과 공무원 집단이 차이점이 많아 적절한 비교대상이 되기도 어렵다고 봤다.

 

공무원은 청렴과 종교 중립, 정치운동 금지 등 각종 의무를 지켜야 하는 점, 법률에 따라 노동3권 행사가 제한되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아울러 공무원의 근무·보수 체계가 일반 근로자들과 다른 점 등을 근거로 "업무 내용에 유사한 부분이 있다고 해서 같은 처우가 보장돼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반면 민유숙·김선수·노정희·이흥구·오경미 등 대법관 5명은 정부가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에게 가족수당과 성과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 대우라며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무기계약직이라는 지위는 자기 의사·능력으로 쉽게 회피할 수 없고 한번 취득하면 장기간 지속되기 때문에 사회적 신분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공무원들과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이 비슷한 업무를 처리한다면 비교 대상인 동일 집단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가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무기계약직 근로자가 공무원을 비교 대상자로 근로기준법 6조에 따른 차별을 인정할 수 있는지 명시적으로 판단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다만 "공무원이 아닌 일반 근로자를 비교 대상으로 차별을 주장하는 사안에 관한 판단은 아니며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을 일반적으로 부정한 것도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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