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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회장 선거] 이정희 ① “40년 회계인생, 회계사 중흥기에 바치겠다”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이정희 전 안진회계법인 대표가 기호 2번을 달고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선거에 나서는 각오는 남달랐다.

 

이정희 후보의 인생은 매번 도전과 개척의 순간이었다. 2017년 조세부문의 권위자이자 실력자였던 이정희 후보는 조세부문으로서는 최초로 빅4의 대표, 한국 딜로이트 그룹 총괄대표에 올랐다.

 

신고 대리 등의 전통 업무를 넘어서 업계 선도적으로 법무법인이 독점하던 조세불복, 법령개정, 예규심사, 국제조세 등 세무자문 비즈니스를 개척하고, 이를 통해 안진을 업계의 ‘게임 체인저’로 올려놓은 입지전적 인물이기도 하다.

 

안진회계법인 대표를 그만둔 후에도 안진의 일을 도와주긴 했지만, 얼마든지 편한 인생을 구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슴 속 응어리에 타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홀린 듯 다시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에 대학으로 가 책을 펼쳐 들었다.

 

“제가 숭실대 경영학 박사 과정을 거치면서 꼭 해봐야겠다는 연구가 ‘표준감사 시간이 조세회피에 미치는 영향’이었습니다. 저는 감사와 비감사 부문을 현장에 모두 있었고, 한국 딜로이트 그룹 총괄대표로 재직 시 신 외감법 제정 배경과 추진 과정을 지켜보기도 했었습니다.”

 

신 외감법 제정 후 외부회계감사인의 독립성을 위한 주기적 지정제도, 최소한의 감사 품질을 보장하는 표준시간감사제도, 마지막으로 기업 내 회계통제 장치를 두는 내부회계관리제도가 법안에 들어왔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후 셋 모두 불필요하다, 쓸모없다, 축소해야 한다, 유예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고, 실제 신 외감법은 후퇴해왔다.

 

이정희 후보 입장에서는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뼈를 깎는 고통이었다.

 

“그래서 표준감사 시간을 지키면 감사품질이 좋아질 뿐 아니라 조세회피도 감소한다는 가설을 세우고, 철저한 연구 검증을 통해 표준감사시간 제도가 기업의 조세 관리와 정부의 조세행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입증했죠.”

 

그렇지만 이정희 후보의 목마름은 가라앉지 않았다. 박사 연구 논문 하나로 바뀔 세상이란 없었다.

 

“제가 살아온 날을 되짚으면서 무엇을 쌓아왔는지 살피게 됐습니다. 돌이켜보니 1990년대부터 국회, 정부, 학계, 언론뿐 아니라 시민사회까지 많은 사람들을 접하고, 이들과 함께 일을 했었습니다.”

 

“경제부총리와 상공회의소 회장이 공동 위원장을 맡는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 공정거래위원회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항상 거시경제, 행정, 법률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그 속에서 회계사와 회계업계의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재정학회 이사, 문화경제학회 이사, 회계학회 부회장, 조세정책학회와 세무학회 고문 등을 맡았을 때도 늘 그런 고민을 갖고 활동했죠.”

 

회계사로서 40년 동안 배우고 쌓아온 것을 투입할 마지막 장소.

 

이정희 후보는 박사과정도, 연구논문도 해결할 수 없었던 갈증, 현실로 뛰어들어야만 변화가 있고, 그러려면 가장 강한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되어 제도 개선과 회계사회 개혁을 맡아야겠다는 소명을 확신했다.

 

“회계사 3만명 시대,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위상에 이른 지금, 회계산업과 회계사의 현재를 돌아보면 외형은 커졌지만, 내부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너무나 많습니다. 회계제도와 정책, 외부감사제도의 유효한 운용, 회계산업 종사 전문가의 역할 수행 등 우리 내부에서 나아가 기업, 회계산업, 정부 등 외부에서 숙고하고 개선해야 할 점이 많습니다.”

 

“지금 인공지능과 첨단 반도체로 급변하는 이 시점에서 회계산업이 대응하려면 회계전문가의 역량과 더불어 사회적 역할이 한 단계 높아져야 합니다. 40세 이하 회계사 비중이 75%이고, 이들이 회계사회의 미래입니다. 미래세대의 리더십 배양, 교육에 대한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세대교체를 준비해야 하는 과제 역시 풀어야 할 시기인 것입니다.”

 

모든 한공회 회장 후보들이 강한 회계사 회장을 약속한다. 이정희 후보가 그들보다도 더 강한 회장 임을 자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정희 후보가 회계사 평생 쌓은 맨파워와 실력을 모두 쏟아붓겠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당시 실업극복 국민운동위원회가 그러했다. 갑자기 기업이 사라지고, 실직자가 거리를 헤매는 상황에서 이정희 후보는 사회 활동에 뛰어들었다.

 

17대 국회 당시 사단법인 ‘좋은 친구 만들기 운동’도 그러했다. 당시 이정희 후보는 이 단체 이사장을 맡고 있었는데 당시 초선이었던 여야 의원들 다수가 22대 국회 중진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2대 국회 내 4명의 회계사 출신 국회의원 인연을 맺고 있다.

 

정재계, 사회 전반에 그와 얽힐 수 있는 사람들이 즐비하고, 기업, 정부, 학계에서도 다리 건너면 알 수 있는 사람들이 조직 상단을 점유하고 있다.

 

이정희 후보는 회계가 경제를 움직이는 주 기둥임을 강조했다.

 

“회계는 신뢰사회의 기초가 되는 중차대한 사회적, 국가적 핵심 인프라입니다. 회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소정의 역할을 해야 우리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경제적 의사결정이 합리성을 갖게 되고, 이는 희소한 국가자원의 적절한 배분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야 경제적 선순환구조가 가동되는 것입니다. 아울러 한국 기업과 한국경제의 대외 신인도가 올라가 국제 경쟁력이 높아지게 됩니다. 이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에 비추어 매우 중요한 지점입니다.”

 

“신뢰사회로 가는 전제이자 기초 체제로서, 회계라는 사회경제적 인프라에 대한 정치사회적 인식을 제고하여 회계사회가 한국 회계산업의 발전과 회계사 위상 제고를 위한 적극적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시기에, 이를 기획하고 조직하는 역할을 맡고자 합니다.”

 

“제 회계사 인생 40년을 걸고 회원 여러분의 심부름꾼으로 일하고자 합니다. 저에겐 업계 경험과 정관계, 학계, 언론계를 아우르는 폭넓은 네트워크가 있습니다. 존경하는 회원분들, 저는 이정희, 기호 2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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