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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지사장의 좌충우돌 동행일기(Ⅲ)

동창생 이야기 ‘실패에서 배우다!’

(조세금융신문) 보험사에 오래 근무하다 보면 그 시대의 각광받는 업종과 부(Wealth)의 흐름을 어느 정도는 가늠하게 된다.


계약자들의 직업군과 근무지를 보면 그 시대의 대세 직종과 뜨는 지역까지도 짐작케 된다. 최근의 동행 빈도를 보면 확실히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가 첨단화, 국제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주)챔스의 한 사장(여)은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겨울철 동파 방지용 및 각종 물품 포장재(E마트 공급)로 사용되는 일명 ‘뽁뽁이’를 생산하는 제조업으로 탄탄한 기반을 닦은 상태였다.


시골에서 상경한 후 자수성가한 경기도의 유명 여성 사업가로, 동행을 요청한 조 팀장과는 초등학교 선, 후배사이였다.


한 사장의 가족은 남편과 아들 둘이 있으며, 큰아들은 결혼한 지 6개월된 신혼으로 현재 (주)챔스에서 어머니를 도우며 경영수업 중이었고, 둘째도 아들이며 학생이고, 남편은 공직에 근무하며, 퇴직이 1년 남짓 남았는데 ‘기업경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를 바탕삼아 아들이 둘인 점을 감안하여 가업상속의 유류분 인정(1인이 아닌 복수의 자녀가 가업을 상속 받을 수 있게 됨/2014년 개정)을 포인트 잡아 둘째아들(25세)에게 창업자금증여 자금(30억 한도, 5억 공제/ 10% 세금 부과)을 어머니 연세(54세)와 둘째아들의 자립시점에 맞추어 20년 정도 시간을 갖고 목표금액 30억을 적립하는 것으로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였다.
 

화성의 (주)챔스로 가는 길은 서해안 고속도로에서 새로 진출입로를 개설해서 접근성도 아주 뛰어났고, 공장도 한사장님 성격을 반영하듯 잘 정돈되어 있었다.


시내에서의 예상치 못한 교통 혼잡으로 다소 지체되어, 도착하자마자 바로 공장인근의 한 사장께서 단골인 듯한 식당으로 안내되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한사장님은 모든 이야기를 종교(기독교)이야기에 할애하였다. 당신이 믿는 신의 섭리와 역사하심(?)을 간증하듯 설명하느라 애썼다.
 

압권은 지난해 교회 신축시 건축자금이 부족해서 분에 넘치게 무리하여 헌금했는데, 작년 겨울 난방용품 시장에서 일명 ‘뽁뽁이’가 대박이 나서 오히려 넘치게 돌려받았다는… ‘강적(?)이었다!’


동행을 다녀보면 가장 강한 갑옷으로 무장한, 웬만해서는 돌파가 되지 않는 이태리 축구 같은 그런 난공불락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데, 이런 부류로는 종교적 신념이 아주 강한 경우가 대표적이라 하겠다. 갑자기 허리가 아파온다.
 

쉽지 않는 싸움(?)이 예상된다. 식사가 끝나고 커피숍으로 옮겨 우리가 준비한 자료를 설명하려 하였으나 사무실로 가서 설명도 듣고, 커피도 마시자 한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아는 분이다, 역시 강적이다. 휴~! 사무실에서 도착해서 커피가 준비되는 와중에 수원에서 ‘S생명’에 다니는 FP 한 분이 오셨다. 사전 약속이 되어 있다며, 우리 보는 앞에서 주계약 1억으로 큰아들 종신보험을 가입하고, 우리와 인사도 시켜주었다.


어제 조 팀장과 자료 검토시 나눈 대화가 떠오른다.   “월P 1,000만원 이상 반드시 해야 합니다.”
 

심호흡을 하고 가슴을 펴본다. 그래 어차피 우리와는 단위가 틀리다.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한 사장이 말미를 좀 달라신다.


한 사장이 좋아하는 골프를 화성CC(공장이 화성CC에 근접)에서 같이 하는 것으로 다음 약속을 반승낙받고 철수하였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조팀장과 함께 오늘의 결과를 하나, 하나 되짚어 보았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한 사장의 강한 종교적 신념(그분이 돌봐 주신다)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 클로징 실패의 한 원인인 듯하였다.
 

그래도 소득은 있었다, 영업쟁이(보험 컨설턴트)에겐 ‘한번 부딪치는 것이 100번 통화하는 것보다 낫다(百聞이 不如一見)!’는 것이다.


우리는 다음 방문 전략을 완전히 바꾸고 조력자의 도움을 받기로 하였다. 다행히 한 사장과 초등학교 동창생이며 출향 이후 서로 만난 적이 없는 분당의 구 사장(남)의 도움을 받아 화성의 한 사장 공장에서 열흘 후 만나기로 약속했다.


구 사장은 최첨단 분야인 줄기세포 배양 분야의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 CEO로, 저축성 보험에 월P 200만원 정도 가입하기로 약속되어 있어 화성에서 클로징(싸인) 하기로 약속하였다.
 

약속 일자에 나는 급한 다른 약속이 있어 동행하지 못하고, 조 팀장이 혼자 다녀오기로 했다. 어차피 사전 각개 설명이 끝났고, 같은 초등학교 동문 세 명이 만나면 더 허심탄회하고 분위기도 더 좋을 듯 싶었다. 하루 종일 온통 신경은 화성 쪽에 가있어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날 조팀장으로부터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 다음날 눈이 벌개서 나타난 조팀장으로 부터 들은 애기는 다음과 같았다.
 

“글쎄요! 입심 좋은 한 선배가 작은 아들 종신보험 주계약 1억(월보험료 15만원)든다고 하니까, 구 선배도 그거 좋겠다면서 종신보험 주계약 1억 하신답니다, 하도 기가 차고 서운해서 밤새 술 먹고, 전화도 못 드렸습니다 !”
 

아뿔싸! 동행을 하다보면 느끼는 점 하나, 본인이 이미 크게 가입한 사람의 경우에는 반드시 크게 들 것을 권유한다. 그런데 구 사장도 아직 클로징 전이니, 오히려 한 사장께 동조한 경우이다.


으이구! 아, 개살구(Market Lemons) 이론이여!


“개살구이론 : 정보의 격차가 존재하는 시장에서는 도리어 품질이 낮은 상품이 선택되는 가격 왜곡 현상/역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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