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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회계산업의 바로미터, 빅4(삼일·삼정·안진·한영)를 들여다보다

회계감사 개혁 추진되면서 감사부문 매출 증가...빅4 회계법인 매출 2조원 찍고 3조원 향해 질주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삼일·삼정·안진·한영. 회계업계를 이끄는 빅4가 매출 2조원 시대를 넘어 매출 3조원 시대를 향해 가파른 질주를 하고 있다. 회계감사 개혁이 추진되면서 감사부문의 매출이 증가하고, 기업 간 인수합병을 통해 자본시장 내 컨설팅 수요도 계속되고 있다. 기업 세무컨설팅 수요도 여전하다. 코로나19로 기업 금융상품에 대한 손상차손과 산업 내 구조개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회계법인의 역할은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조세금융신문 창간을 맞아 주요 4대 회계법인의 현주소를 진단해봤다. /편집자 주 

 

 

 

 

 

감사의 명가(名家) 매출 1조 향해 ‘뚜벅’...김영식 대표

 

회계감사, 세무, 경영자문은 회계법인을 이끄는 삼두마차로 불린다. 삼일회계는 어느 한 쪽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균형 있는 성장을 유지해왔다.

 

2018년 삼일회계의 부문별 매출은 회계감사 2092억원, 세무자문 1673억원, 경영자문 2246억원, 기타 120억원에 달한다. 총 매출은 6131억원, 전년대비 매출성장률은 9.5%에 달한다.

 

삼일회계의 미래 목표는 훨씬 높은 데 있다. 지난해 6월 삼일회계는 창립 50주년 사원총회에서 2021년에는 매출 1조원 달성의 비전을 밝혔다. 2년간 연 평균28%의 고성장을 해야 달성할 수 있는 수치다. 전례 없는 매출성장의 핵심축은 감사 업무로 지목된다.

 

2015년 1710억원이던 감사부문 매출은 2017년 1924억원으로 껑충 뛰었고, 2018년에는 2092억원으로 2000억대를 돌파했다. 이것만으로도 고성장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전보다도 더 높은 성장을 달성해야 매출 1조원에 도달할 수 있다.

 

삼일회계가 올해 주력하는 분야 한 곳은 감사부문이다.

정부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도입하면서 회계감사는 경영의 핵심요소로 떠올랐다. 그간의 회계감사는 기업의 입맛에 따라 바뀌는 형식적인 업무에 불과했고, 대우조선·모뉴엘 분식회계처럼 대형 기업 회계범죄가 매년 터졌다.

 

정부가 감사독립성 차원에서 회계감사 시장에 개입하면서, 회계감사 시장의 기본 규칙도 바뀌었다. 삼일회계 역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에 따라 40여 년간 맡아온 삼성전자 외부감사가 안진회계로 바뀌기도 했다. 이제는 실력이 수임의 최대 전제조건이 된 셈이다.

 

그 점에서 삼일회계의 움직임은 발 빠르다.

지난해 6월 삼일회계는 오기원 (감사)품질관리실장을 경영위원의 신임 위원에 임명했다. 감사품질 책임자급을 이사회 이사급으로 격상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내부회계관리제도 선진화 세미나를 시작으로 같은 해 12월에는 업계 첫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에는 내부회계관리, 책임경영 등 회계투명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미 있는 제언이었다.

 

삼일회계가 자본시장에 던진 가장 묵직한 메시지는 아시아나 항공 회계 쇼크였다.

아시아나 항공은 3월 22일 지난해 영업이익을 459억원 흑자라고 기록하다가삼일회계로부터 한정 의견을 받았다. 그러자 아시아나 항공은 4일 만에 일부 부정적으로 처리한 수익을 손실로 처리했다. 그제야 삼일회계는 적정의견으로 바꾸었다.

 

업계는 아시아나 항공 회계 쇼크를 두고 회계법인이 자본시장의 감시자로서 제역할을 하겠다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과거 감사의견은 기업 입맛대로 정해지는 것이었다. 계열사를 다수 거느린 대기업들은 회계일감을 무기로 회계법인의 입을 틀어막았다. 재무제표를 회계법인이 대신 작성해주는 ‘마사지’가 관행처럼 횡행했다. 회계감사 일감의 관건은 실력보다 인맥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삼일회계의 감사품질 활동만큼 경영자문 부문에서도 청신호가 포착된다. 삼일회계는 지난해 하반기 인수 측 회계실사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의 우아한형제들 인수(4조 8000억원), 미국 에스티로더의 해브앤비 인수(1조 5000억원), 넷마블의 웅진코웨이 인수(1조 7400억원) 등 대형 거래를 도맡았다. 매도 측 회계실사로는 맥쿼리PE의 대성산업가스 인수(2조 5000억원) 전에도 참여했다.

 

 

 

‘더블’ 고속 성장...김교태 대표

 

최근 삼정회계의 고속성장세는 매섭다.

2018년도 삼정회계 매출은 4 743억원으로 2 017년(3827억원)보다 무려 23.9%(916억원)나 뛰어 올랐다. 2017년에는 20.0%나 성장했다. 2018년의 경우 회계감사 192억원, 세무자문 152억원 등 부문별 매출이 크게 늘었다. 회계감사 부문의 경우 감사대상 수가 전년대비 늘어나지도 않았는데 내실을 다져 매출증대로 이어졌다.

 

경영자문에서의 성장세는 더 무섭다. 2018년 전년대비 576억원, 2017년 전년대비 405억원의 매출성장이 이뤄졌다. 자문시장에서 ‘삼정’의 신뢰감이 한층더 깊어졌다는 분위기다.

 

올해도 M&A시장에서 삼정회계의 행보는 이어지고 있다.

삼정회계는 KB국민은행의 캄보디아의 금융사 프라삭마이크로파이낸스인스티튜션 인수(7000억원), 시냅틱인베스트의 EMR 회사 유비케어(2088억원) 인수, 프랙시스캐피탈의 번개장터 인수(1700억원)와 IMM 프라이빗에쿼티(PE)의 하나투어 인수(1289억원) 등 굵직한 인수 측 회계 실사를 줄줄이 맡았다.

 

삼정회계의 자신감은 인사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6월 인사에서 감사부문 한은섭 부대표, 세무부문 윤학섭 부대표, 컨설팅부문 정대길 부대표가 모두 대표로 승진했다.

 

삼정회계는 부대표, 전무 승진 규모는 적지 않은 편이었지만, 대표 승진 인사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2018년에는 딜 어드바이저리 부문 한 곳이었으며, 2017년에는 대표 승진 인사가 없었다.

 

업계에서는 김교태 삼정회계 회장의 장기 리더십에 주목하고 있다.

여러 굵직한 인물들이 있었지만, 삼정회계 2011년 이후 줄곧 김 회장에게 회장직을 맡기면서 변함없는 신뢰를 보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은 오랫동안 회사를 이끌어 오며 삼정의 브랜드를 각인시켰다는 평가다. 취임 첫 해 매출은 1784억원이었지만, 올해에는 약 세 배에 달하는 매출 5000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올해에도 모든 부문의 역량이 강화되고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감사 부문에서의 행보가 한층 무거워졌다. 삼정회계는 지난 1월 자체발간한 ‘한미 내부회계관리제도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내부통제 환경 구축이 미흡하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비적정 의견을 받을 수 있다고 진중한 메시지를 던졌다.

 

지난 3월 파트너 인사에서 품질관리실장·심리실장에 각각 양승열·허세봉 부대표를 임명하기도 했다. 품질관리실장이 겸직하던 심리실 리더에 별도의 인사를 배치해 감사품질을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업계 최초로 감사품질의 개선·관리·감독을 총괄하는 감사품질위원회를 신설하고, 감사팀을 지원하는 품질관리코칭팀을 만들기도 했다. 감사교육위원회도 만들어 내부 다지기에 역점을 기울이고 있다.

 

 

 

 

 

 

컨설팅 강자 만년 4위 잊어라...박용근 대표

 

최근 자본시장에서 EY한영의 위상은 확연히 달라졌다.

EY한영은 한영회계법인과 컨설팅 전문업체 언스트앤영어드바이저리로 나뉘어있다. 두 곳의 2018년 매출은 각각 3360억원, 942억원 등 총 4302억원으로 창립 후 처음으로 연매출 4000억원을 돌파했다.

 

놀라운 점은 성장세이다.

2018년 부문별 실적은 회계감사 1120억원, 세무자문 539억원, 경영자문 부문 1699억원으로 경영자문 분문은 전년 대비 35%, 회계 부문은 24.1% 고속 성장했다. 이러한 급성장은 2018년 한 해의 일만은 아니다.

 

2018년 기준 전년대비 매출 성장률은 26.6%나 됐지만, 2017년(3393억원)에도 22.7%의 성장을 기록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2016년 매출은 2766억원이었다.

 

EY한영의 급성장의 1등 공신은 단연 경영자문이 꼽힌다.

2018년 EY한영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IMM 프라이빗에퀴티(PE)의 린데코리아 인수, 롯데그룹의 롯데손해보험·롯데카드 매각, 로레알의 스타일난다 인수 등 각종 인수합병 전에서 활발한 자문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전력·전력그룹, SK에너지, SK이노베이션 등 각종 신규 감사건을 대거 확보한 것도 쏠쏠한 수익의 원동력이 됐다.

 

올해 인수합병 시장에서 EY한영의 활약은 계속되고 있다.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매각 건에서 인수 측 회계실사를 맡았고, 국내 PEF 스톤브릿지캐피탈·페이레터 컨소시엄의 네덜란드 넷원어플라이드테크놀로지스코리아(2800억원) 인수 업무를 맡기도 했다. 국내 1위 전자의무기록(EMR) 전문업체 유비케어의 회계실사도 EY한영의 몫이었다.

 

EY한영의 성장 배경으로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조직 문화와 고객 기대를 100%이상 충족시켜 주는 꼼꼼함이 꼽힌다. 전자의 측면에서 보면 EY한영은 인재 우선과 다양성과 포용성의 기업문화를 지향하고 있다. 전문성이 담보되는 전문 컨설팅 업종의 경우 각 구성원 개개인이 전부 중요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유능한 자원이다. 기업에서도 이 유능함을 얻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요구한다.

 

EY한영은 구성원이 능력을 개발하고 외부 변화에 맞춰 경력을 개발하는 동반자로서 회사와 구성원이 같이 성장하는 기업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개인에 대한 동기부여는 업무에서 꼼꼼함으로 녹아들고 있다.

 

‘꼼꼼함’의 진면목은 감사 분야에서도 발휘되는 데 지난해 EY한영은 미국의 회계감사감독기구 PCAOB(Public Company Accounting Oversight Board)로부터 무결점 판정을 받기도 했다.

 

EY한영이 외부감사를 맡는 미국 상장사 자회사 3곳에서 어떠한 문제점도 나오지 않았다. 이를 위해 EY한영은 산업별 전문 역량을 끌어올리고, 상시 감사 체제를 구축했다.

 

건설, 조선, 화학, 자동차 등 업종별 회계특성의 격차는 매우 크다. 이러한 격차는 감사 정밀도를 낮추는 악재로 작용한다.

 

EY한영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산업별 교육 인증제도를 강화해 내부적으로 강력한 인증제도를 구축했다. EY한영의 브랜드 자체로 신뢰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도에서다.

 

감사업무는 12월 결산법인 감사보고서 작성 시즌인 1분기에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EY한영은 상시 감사 체계를 통해 미리 각 분기별 제무재표를 살핌으로써 기업과 감사인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특히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기업분석체계는 감사와 컨설팅 모든 측면에 확실한 자원으로 역할을 자리매김하고 있다. 감사분야에서는 EY헬릭스를 통해 그간의 표본 감사의 한계를 넘어서 기업재무 상황을 ‘통분석’하고, 시각화 자료를 통해 감사인에 정밀한 재무정보를 전달한다.

 

 

 

‘절치부심’ 컨설팅으로 뚫는다...홍종성 대표

 

안진회계는 2017년 다소 힘든 시기를 보냈다. 2017년 총 매출은 2919억원으로 2016년(3090억원)보다 5.5% 감소했다. 2016년은 매출이 성장하긴 했지만 2.8% 성장에 머물렀다.

 

하지만 안진회계의 2018년은 다소 다르다. 2018년 총 매출은 3247억원으로 2017년보다 12.2% 성장했다. 회계감사 매출은 863억원으로 12.2%, 경영자문매출은 1615억원으로 28.5%나 급성장했다. 조직구조의 변경으로 세무자문 매출이 13.9% 감소한 769억원에 머물렀지만, 2018년 실적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도약의 발판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전의 신호탄은 외부감사에서 포착된다. 안진회계는 지난해 10월 치열한 경합을 뚫고 삼성전자 감사 업무를 따냈다. 강화된 외부감사 업무를 충당하기 위해 신입회계사를 무려 250명이나 충원한 후의 일이다.

 

인사에서도 재정비를 꾸렸다.

지난해 3월부로 업계 최연소 대표이사인 홍종성 대표를 신규선임했다. 홍 대표는 안진회계법인 재무자문본부장 출신으로 20여 년간 회계감사 및 인수합병영역에서 뛰어난 실적을 증명해온 인물이다.

 

지난해 5월 안진회계는 송수영 전 딜로이트 컨설팅재팬 최고경영자를 컨설팅대표로 임명했다. 송 컨설팅 대표는 딜로이트 컨설팅재팬 재직 시절 10년 연속수주 1위를 달성한 전설적인 인물이다.

 

같은 시기 M&A부문에서 국내외 주요 사모펀드를 거치며 탁월한 성과를 낸 길기완 재무자문본부장과 M&A 그룹장으로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의 해외진출을 컨설팅한 오성훈 고객산업본부장을 각각 신규 선임하기도 했다.

 

내부 인적쇄신 이후에는 새로운 먹거리 확보를 위한 도전도 계속하고 있다. 올해 1월 국내 회계법인 최초로 베트남 현지에서 부동산 자문시장 관련 서비스라인을 구축하고, 베트남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컨설팅과 거래 자문업무에 착수했다.

 

베트남 부동산 시장은 아태지역 내 최고의 투자전망 평가를 받는 곳으로 베트남 최고 전문가들이 대거 배치돼 있다.

 

또한, 지난 3월 역시 국내 회계법인 최초로 재무자문본부 산하에 스포츠 비즈니스 그룹을 신설했다. 모든 스포츠 산업에서 중계권, 스폰서쉽 등 모든 경영자문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정동섭 그룹장을 수장으로 이영재 한양대 스포츠경영학과 겸임교수를 이사로 맞아들이고,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회 등 스포츠매니지먼트 인재들을 다수영입했다. 대형 스포츠 행사 유치 및 유튜브 환경에서의 스포츠 산업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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