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정치 우습게 봐 24.7만표로 패배”…다른듯 같은 전문가 평가

2022.03.14 11:55:49

장특공제 소급 불이익 정황…종부세 아전인수격 해석도 자충수
“낡은 이념에 경도, 불로소득 환수만 부각…헌법상 주거권 무시”
“서울 14개 자치구, 광주광역시의 윤석열 후보쪽 몰표가 그 증거”

 

(조세금융신문=구재회 기자)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24만7077표 차이로 석패한 것은 대선캠프 정책팀이 세금 이슈를 가볍게 여긴 탓이라는 주장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본격 제기되고 있다.

 

장기보유자 양도소득세 특별공제 요건에 거주요건을 추가해 사실상 소급 강화했다는 지지자 내부 목소리가 있었지만 그냥 뭉개고 간 것이 주택을 보유한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을 자초했다는 해석이 대표적이다.

 

2004년 당시 구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후보로 서울 강남에서 출마했던 박철용 공인회계사는 14일 기자에게 “세금 문제를 무시하고 서울의 14개 구민들, 심지어 광주광역시민들의 (윤석열 당선자에 대한) 몰표를 해석하면 엉터리”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 회계사는 “돈을 많이 풀면 풀수록 부동산의 명목가치는 올라갈 수 밖에 없는데, 세금까지 높이는 무모한 짓을 하면 소득이 줄고 있는 50대 이상은 물론 30대 40대들 유권자들도 분노할 수 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또 “국가는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와 헌법상 개인의 기본생활주거권을 동시에 보장해야 하는데, 최소 1~2주택의 보유에 대해 과도한 세금 공세를 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낡아빠진 고정이념에 경도된 분들이 ‘불로소득 환수’라는 미명하에 불로소득을 누리는 거악들 대신 주거권과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 추구행위를 모두 불로소득 추구로 몰아갔다”고 덧붙였다.

 

국세청 출신 세무사로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던 차삼준 박사(세법학)는 투표일 훨씬 이전부터 기자에게 “서울 지역에 집을 가진 민주당 지지자들의 지지세가 크게 약화됐다”고 수차례 제보했었다.

 

차 박사는 “양도소득세 중과를 꾀한 세법 개정 때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에 갑자기 거주요건을 추가한 것은 10년 보유 뒤 공제를 받고 팔려던 선의의 주택보유자들을 당황하게 한 사례”라면서 “위헌 소지가 다분한 이런 세법 개정내용에 대해 전통적 민주당 지지세력들이 피력하는 불만을 이재명 후보에게 직접 전달했지만, 결국 유권자에 메시지로 전달되지는 못했다”고 기자에게 털어놨다.

 

차 박사는 수차례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수차례 진행된 양도소득세 개정 시점별로 양도소득세를 나눠(안분) 계산해 과세하는 게 공평하다는 취지의 건의문을 이재명 후보 캠프에 전달했었다. 그러나 캠프 정책팀은 내용 자체가 단순하지 않아 정무적 판단상 유권자 표심의 향방을 결정적으로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 정책 메시지화 하지는 못했다.

 

차 박사는 이에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2월15일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서울 첫 유세를 마친 이재명 후보에게 직접 자신의 건의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 스스로도 보유세와 부유세 논리를 번갈아 타는 종합부동산세의 문제점을 간파하고 있었지만, 시의적절하게 명쾌한 정책 비전으로 제시하지 못했다. 이재명 후보는 국토보유세를 걷어 전국민 기본소득을 지급, 소득재분배를 꾀했던 점에 비춰 현행 종부세를 보유세로 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같은 집권여당 내에서는 “상위 2%만 종부세를 내도록 하자”고 주장, 부유세로 인식하는 경향이 뚜렷해 엇박자가 나기도 했다.

 

이재명 캠프 정책본부에 참여했던 한 국회의원 보좌진은 이날 기자 전화 통화에서 “부동산 폭등과 이념이 우선된 부동산 관련법 추진의 업보”라고 선거 패배 원인을 요약했다.

 

세금 부담 자체가 실체가 있다기 보다는 고정관념화 경향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기는 하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개인적으로 다주택자와 1세대1주택자의 세금 차이가 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 것은 조세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재산세제의 경우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에겐 증세정부, 나머지에겐 감세정부”라면서 “세금이 너무 많이 올라서 (이재명 후보측이)졌다고 하는데 뭉뚱그려서 말하지 말고 어떤 세금이 올랐는지 정확히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세금 강화조치의 옳고 그름을 떠나 부동산 세금 증가에 대해 맹목적인 반감이 이재명 후보에게 패배를 안겼다는 데는 대체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진희숙 음악평론가는 대선투표 결과와 관련, 지난 11일 “서울 각 구별 투표 결과를 보니 아파트 가격과 상당한 상관 관계가 있더라. 말하자면 보유세나 종부세 올린 것에 대한 분노가 투표에 반영됐다는 얘기”라며 “부동산 가격이 올라갔으니 당연히 세금이 올라간 것인데 이걸 다 세금 폭탄이니 뭐니 하면서 현 정부 욕을 한다. 아파트 값 오르는 것은 좋지만 세금은 내기 싫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윤석열은 이런 현상에 편승, 대통령 후보로서 ‘국가가 국민에게 약탈해 가는 것’으로 규정하는 선동을 했고, 그 선동이 잘 먹혀 들어갔다”면서 “이번 사태를 보면서 인간의 욕망 앞에서는 어떤 진보적 의제도 빛을 잃는다는 뼈아픈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고 덧붙였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재회 기자 meetagain@tfnews.co.kr






PC버전으로 보기

회사명 : 주식회사 조세금융신문 사업자 등록번호 : 107-88-12727 주소 : 서울특별시 은평구 증산로17길 43-1 (신사동 171-57) 제이제이한성B/D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01713 등록일자 : 2011. 07. 25 제호 : 조세금융신문 발행인 : 김종상 편집인 : 양학섭 발행일자 : 2014. 04. 20 TEL : 02-783-3636 FAX : 02-3775-4461 Copyright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