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전엔 세무조사 골키퍼”…′국선도인’ 장재수 남부천세무서장

2024.06.27 20:22:26

38년 4개월 국세청 생활 마감, 27일 명퇴…”야생으로, 첫 부임지로 가는 기분”
외산차, 외산담배 수천억 세금추징 “진정한 재계 저승사자”…공사구분 칼같아

 

 

(조세금융신문=이상현 기자)

 

“이제 국세청을 떠나 인생 2막을 준비하려 합니다. 국세청 울타리를 벗어나 이제 야생으로 나갑니다. 1986년 3월 국세공무원 임용 후 첫 임지인 관악세무서를 찾아가는 심정입니다. ”

 

27일 장재수 남부천 세무서장이 38년 4개월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하는 퇴임식 자리에서 직장동료이자 후배들인 세무서 직원들에게 털어놓은 진솔한 소회다. 두려움 반, 설렘 반.

 

장재수 서장은 국립세무대 4기로 학업을 마치고 지난 1986년 3월1일 국세청 국세공무원으로 임용됐다. 장서장은 이날 퇴임식에서 “1999년 국세청 조직개편 이래 거의 대부분을 조사 분야, 주로 비정기 세무조사업무를 담당하면서 전국 구석구석, 해외 출장도 서너번 다녀왔다. 지금 그 일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세무조사 업무는 긴장도가 높은 업무임에 틀림없다. 세무조사 부서에 오래 근무하면 당연히 긴장된 상태로 일하게 마련이다. 그래서였을까. 장 서장은 “업무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마음을 아프게 하거나 서운한 감정이 생긴 분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자신의 공직생활을 회고했다. 누구나 퇴임때 하는 말이지만 그는 사뭇 진지해 보였다.

 

세무조사를 방해하는 세력(?)도 만만찮은 데다 한번 몰입하면 초집중하는 성격이라 가벼운 지인과의 식사자리도 마다했다고 한다. 어떤 경우 "칼같다"는 뒷소리를 듣기도 했던 터. 

 

하지만 국세청 생활에서 그가 보여준 업무에 대한 열정과 끈기는 유독 남달랐다고 정평이 나 있다. 그를 아는 국세청 동료들은 “무엇보다 조직 사수의 관점이 남달라 공사 구분이 명확했다”고 한목소리로 그를 호평했다.

 

 

장서장은 다만 “일을 임할 때 필수적인 확고한 자세 이외에도 겸손과 배려의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많이 부족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때로는 남들이 알아주지 못해도 개의치 않고 앞만 보고 걸어왔기에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까. 조금 더 넓게 보고 조금 더 배려하고 조금 더 노력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그는 “후회는 없다”고 결론을 냈다.

 

장 서장은 국세청에서 일하며 가족 다음으로 크게 얻은 것이 있다면 주저없이 .국선도'를 꼽는다. 세무조사 전문가, 서기관 승진, 훌륭한 동료들, 외부 인맥 등이 모두 직장생활의 유익한 결실들이지만, 퇴임할 때 ‘국선도’를 떠올린 걸 보면 그에게 국선도가 어떤 의미인지 짐작케 해준다.

 

그는 “국선도를 통해 스스로 얼마나 어리석고 건방지고 무지했는지 깨달았다. 몸과 마음의 평화를 얻었고 삶의 방향을 어렴풋이 잡았다”고 밝혔다. 심지어 “아마도 사무관 승진을 더 빨리했다면 만나지 못했을 테니, 인생은 길게 보면 평등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장 서장은 기자에게도 “국선도를 알고 내 몸과 마음에서 시작된 번뇌가 공동체를 거쳐 우주로 향했다”며 국선도가 자신의 인생을 모든 면에서 이로웠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 정도면 마니아를 넘어 수행자의 경지에 이른 것으로 추정됐다.

 

국세청에서 조사국, 그중에서도 호사가들 표현을 빌자면 ‘재계 저승사자’들이 드글대는 서울국세청 조사4국에서 오래 일했다.

 

장 서장은 “법인 담당자와의 신경전은 일상이고 세무대리인 로펌, 회계법들과의 잦은 다툼, 숱한 조세심판원 진술, 감사원과 법원, 검찰과의 실랑이는 정말이지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할 고된 일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런 일을 하는 과정에서 나보다 훨씬 더 유능하고 똑똑한 동료들의 도움을 받았고, 그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야근 하고 소줏잔도 기울였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면서 “힘든 시간들을 이겨내게 해준 든든한 버팀목이었다”고 직장동료들과의 추억을 소환했다.

 

이름 첫글자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독일 자동차 브랜드 한국 판매법인의 주식무상이전을 파헤쳐 수천억원을 추징한 사건이 그의 작품이다. 유명 외산담배회사가 담뱃세 인상을 앞두고 담배 재고물량을 쌓아뒀다가 값이 오른 뒤 판매, 개별소비세와 담배소비세 등에서 수천억원의 부당이득을 추적, 기어코 세금을 물린 사람도 국세공무원 장재수다.

 

재계에서 그의 이름을 잊을 리 없다. 지피지기! 장서장은 그래서 인생 후반전에는 공격자 시절 익힌 수비수의 헛점을 철저히 보완, 수비수 포지션에서 역으로 공격수를 당혹케 할 전망이다.

 

 

마지막 근무지 부천 지역에서 세무사 개업을 할 준비를 얼추 마쳤다. 아직 마땅한 사무실은 구하지 못했다. 세무조사 분야에서 그가 쌓아온 명성을 전해듣고 얼마나 많은 납세자들이 국세청 출신 장재수 세무사를 찾아올지도 미지수다.

 

다만, 그는 믿는 구석이 확실하다. 그가 심취한 ‘국선도’의 철학에 따라 일에 집중하고 심신의 건강을 돌보기 때문에, 전반전처럼 열정적으로 고객과 소통한다면 공무원시절 거둔 큰 성과를 역으로 고객에게 돌려줄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 것.

 

양호교사로 오래 재직하다 몇년전 퇴직한 아내가 한동안 자유롭게 여행도 다니고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장서장. 장성한 자녀들의 일과 결혼 등을 걱정하는 평범한 베이비부머 세대 끝자락의 아버지다.

 

“오늘이 있기까지 늘 응원해준 유여사, 잘 자라 준 주원이와 민정아! 고맙다.”

 

우주가 한 나라로, 사람과 하늘이 신묘한 방법으로 화합하는 대자연의 수련법 '국선도'. 우주의 기운과 법도를 추정하건대, 국세청 퇴직 후 맞을 후반전이 달라야 얼마나 다를까. 장 서장, 장 세무사는 신묘한 방법으로 또다른 성공신화를 만들어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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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기자 dipsey@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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