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조세심판원이 도소매업에서 매출을 정상으로 인정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매입을 손금으로 부인해 법인세를 부과한 처분은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심판원은 “매입한 상품의 수량만큼 매출이 성립하는 것이 원칙인데, 가공 재고·매출 정황 없이 매출만 인정하고 매입을 부인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
조세심판원은 최근 청구법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매출이 정상 인정된 상태에서 해당 매출을 발생시키기 위해 지출된 매입원가를 가공거래로 보아 손금불산입한 법인세 부과 및 대표자 상여 소득금액변동통지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조심 2025서1582, 2025. 8. 19.)
국내 한 기업(이하 ‘청구법인’)은 2019년 8월 설립된 화장품·건강기능식품 도소매업체다. 청구법인은 2020년 8월부터 10월까지 A 등 9개 업체(이하 ‘쟁점거래처’)로부터 화장품·건강식품을 공급받아 매입세금계산서를 수취하고, 그 매입액을 손금에 산입해 법인세를 신고했다.
처분청은 2023년 8월부터 11월까지 부가가치세 세무조사를 실시한 뒤, 쟁점거래를 실물 없이 세금계산서만 수취한 가공거래로 보아 손금을 전액 부인하고 2024년 12월 6일 2020사업연도 법인세를 경정·고지했다.
또한 같은 달 13일에는 해당 금액을 대표이사 상여로 소득처분해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했다. 청구법인은 2025년 3월 6일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청구법인은 “쟁점거래처로부터 실제 상품을 매입해 판매했으며, 매입·재고·매출 흐름이 연속 관리됐다”고 주장했다. 재고자산 수불부, 매출전표, 매출세금계산서, 계좌이체 확인 등 증빙을 제출했고, 691종·109,934개의 매입과 112개 매출처에 307,242개 판매 내역을 제시했다.
여러 품목에서는 기간 중 전량 판매로 기말재고가 0으로 확인됐다. 쟁점거래 대금의 환수·환입 정황도 없다고 밝혔다.
심판원은 처분청이 모든 매출거래를 정상거래로 인정하면서도 그 매출을 발생시킨 매입원가만 가공거래로 본 점을 문제 삼았다. “장부에 기재된 재고량보다 부외재고가 더 있었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매출을 인정하면서 매입 손금을 부인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가공 재고·매출량을 뒷받침할 자료가 없고, ‘다른 공급처’나 ‘대금 환수’ 정황도 특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실물매입을 인정했다.
또한 심판원은 유사 거래에 대한 처분의 일관성을 지적했다. 동일 공급망에서 유사 방식으로 거래한 관계법인에 대해서는 세무서가 실제 매입을 인정해 매입대금의 90%를 손금으로 보았는데, 청구법인만 달리 취급한 합리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법리 측면에서도 심판원은 법인세법 제19조 및 시행령 제19조가 규정한 손금 범위를 확인했다. 판매된 상품에 대응하는 원가(매입가액)는 통상 손금에 해당하며, 이를 부인하려면 과세요건 사실에 대한 입증이 뒤따라야 한다.
대법원 판결 취지(2015두59143, 매출을 인정하면서 매입원가를 부인하는 것은 부당)와도 같은 뜻임을 언급했다.
결국 심판원은 “청구법인이 쟁점거래와 관련하여 화장품 등을 실제 매입했다”고 보고 2024년 12월 6일 및 12월 13일 자의 각 법인세 부과처분과 소득금액변동통지 처분을 취소했다.
[참고 심판례: 조심-2025-서-1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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