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김지연 객원기자) “암 치료의 중심은 단순히 병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전인적으로 치유하는 것입니다.”
유화승 교수의 첫마디는 단호하면서도 따뜻했다. 그는 최근 미국 다나파버 암센터(Dana-Farber Cancer Institute)에서 연수를 마치고 돌아왔다. 이곳은 하버드 의대 부속 암센터이자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통합의학 시스템을 갖춘 기관으로 꼽힌다.
세계 각국의 주요 인사들이 이곳에서 치료를 받았고,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또한 하버드 의대 병원에서 협진을 받으면서 보스턴 의료 네트워크의 수준은 높이 평가받고 있다.
미국에는 ‘다나파버 암센터’, ‘MD 앤더슨 암센터’, ‘메모리얼 슬론 캐터링 암센터’ 라는 최고수준의 3대 암센터가 있는데, 유 교수는 그 중 두 곳에서 연수를 마쳤다.
그는 13년 전인 2012년 이미 휴스턴의 MD 앤더슨 암센터에서 1년간 교환교수로서 연수를 마쳤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으로 간 허준>을 집필하여 베스트셀러로 등극시킨 전력이 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이번 2024년 하버드 다나파버 암센터의 연수 이후 그 후속편이라 할 수 있는 <하버드로 간 허준>을 내놓았다.

그의 신간 <하버드로 간 허준>의 출간은 암 환자뿐 아니라 관련 직종의 종사자에게 어필하는 바가 크다. 책에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암센터에서 통합의학의 수용과정, 당위성과 또 세분화된 부서들 및 각 부서를 이끌고 있는 담당자들의 역량, 그리고 그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이념을 기록하고 있다.
유 교수는 연수기간 중 각 부서의 리더 및 담당자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정리·기술함으로써 저서의 신뢰성을 높였다. 사실 이번 보스턴행은 작심하고 다나파버센터의 통합암치료기술을 체험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겨 국내에 보다 광범위하게 보급하려는 그의 의도에 따라 이루어졌다.
“기(氣), 침, 명상, 영양 – 다나파버의 통합치료는 과학입니다.”
다나파버의 통합암센터에서는 항암·방사선치료와 함께 침술, 운동, 요가, 명상, 영양상담 등을 병행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의학적 근거(Evidence)를 기반하여 운영되고 있고 수많은 임상시험 연구를 통해 이를 입증해보이고 있다.
부작용 완화, 통증 조절, 면역력 회복, 심리적 안정까지 치료의 모든 순간은 ‘전인치유’의 관점으로 설계되어 있다.
유 교수는 특히 침치료가 암환자의 피로와 통증 완화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하버드 암센터의 임상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였다.
“침치료와 같은 한국의 한의학이 가진 장점을 세계의료계가 이미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습니다.”
그는 한국에서의 고정관념, 즉 ‘한방=대체의학’이라는 인식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한다.
“다나파버의 통합치료는 현대의학과 한의학이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협력하는 구조예요. 환자를 중심에 둔 치료에 집중한다면 ‘경쟁’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병행’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의 말처럼 치유의 열쇠는 의학의 경계를 허무는 데 있을 지도 모른다. 서양의학의 과학성과 한의학의 전인치유 철학이 만나면 한국은 통합의학분야에서 세계적 모델(K-콘텐츠)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육체를 고치되 삶의 본질 자체도 함께 돌보아 주는 것, 그것이 유 교수가 꿈꾸는 통합의학의 길이다.
“삶으로 실천하며 배우는 의사, 그것이 제 인생의 지향점입니다.”
유화승 교수의 개인적 삶 또한 그가 말하는 ‘통합치유’의 철학과 닮아있다.
그는 좌뇌와 우뇌의 균형 있는 발달을 위해 운동, 인문학 공부, 음악, 명상, 요가 등을 꾸준히 실천한다.
“제가 환자에게 권하는 건, 제가 스스로 체험하여 입증한 것들입니다. 몸과 마음의 균형이 맞을 때 치유도 시작된다고 믿어요.”
의학의 테두리를 넘어 예술과 명상, 감각의 영역까지 확장된 그의 삶은 그 자체로 ‘통합의학’의 철학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가 실행하고 있는 다양한 배움의 채널들은 ‘환자가 우선’이라는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었고, 그의 굳건한 내적 다짐과도 단단히 붙어 있었다.
다나파버의 셀드워런 빌딩 1층 엘리베이터 입구에는 ‘환자가 우선(Patients first)’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 짧지만 임팩트 있는 문장을 삶의 지표이자 사명으로 삼고 우직하게 정진하는 그의 커다란 행보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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