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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발도르프 교육법

  • 등록 2015.06.01 16:49:15

 

김만성-프로필사진.jpg
김만성 한화투자증권 지점장

(조세금융신문) 중학교 2학년에 다니는 딸아이의 꿈은 모델이다. 모델이 되려면 일단 키가 커야 된다며 아침저녁으로 줄넘기를 한다.


며칠이나 갈까 싶었는데 종종 빼먹기는 해도 지난해 겨울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숨을 몰아쉬며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서는 모습을 보면 헛웃음이 나오다 한편으론 그 노력이 대견해진다. 자기는 절대 ‘중2병’ 같은 것은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도 한다. 그 꾸밈없는 명랑함이 흐뭇하다.


그런 딸이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유독 우울증에 걸린다. 획일적 학습과 상대적 경쟁이 주는 압박감은 명랑한 딸에게도 상대하기엔 버거운 일인 것 같다. 그래도 나는모른 척 한다.

아이가 꿈꾸는 창의적인 모델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지 않지만 주요 교과목의 시험을 잘 통과하여 소위 말하는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길 또한 부모로서 포기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회사일로 ‘발도르프 교육법’ 전문가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첫 대면에서 그분은 아이들이 조망권을 잃었다고 말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을 헤지 못하고,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아스팔트 틈새를 비집고 싹을 띄운 이름 모를 들꽃을 보지 못한다고 했다.


학원과 선행학습과 대학입시가 아이들에게서 바람과 구름과 햇살을 보지 못하게 눈을 가려버렸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수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때 시험이 끝나고 시험결과표를 가져와 작은 목소리로 죄송하다며 다음번에는 더 잘 보겠다고 말하는 딸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이는 모델을 꿈꾸며 워킹연습을 하고, 인터넷에서 유명 모델을 검색하고, 줄넘기를 할 때 생기가 있었다. 사지선다형 답을 고르는 시험에 길들여지는 동안 그 생기가 시들고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상황 논리에 밀려 부모로서 끝내 아이에게 괜찮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약간 심각해진 표정으로 다음에는 더 잘 보라고 말하는 것이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아이의 방심을 경계하는 것이라며 나를 위안했다. 그런 상황들이 떠오르자 발도르프 교육 전문가의 눈을 보기 힘들었다.


발도로프 교육법은 1919년 독일에서 시작되어 지금은 전 세계에 퍼진 대안교육공동체 중의 하나다. 발도르프 교육을 우리 환경에 맞게 전파하는 과정에서 너무 이상적이지 않느냐고 묻는 한국 부모들에게 발도르프 교육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는 안정된 질서와 구속하지 않는 너른 울타리 안에서 고유한 자신의 리듬을 찾아갈 수 있고 타인과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습니다. 조화와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숨 쉬는 한 사람이 되어가기 위해 아이 곁의 어른은 무엇을 줄 수 있을까요? 가까운 어른들의 눈짓, 손짓 음성은 아이가 호흡하는 공기와 같습니다.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좋은 삶의 감각적인 요소들을 다시 인식하고 온전한 기쁨을 찾아가길 원합니다.”


그 분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이미 가진 있는 좋은 감각’이란 말에 가슴이 아렸다. 내가 가진 좋은 감각이 있었던 것일까. 아이의 자발성과 명랑함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도 그 아이의 꿈을 응원할 수 없는 부모인데, 내가 가진 좋은 감각이 너무나 세속적인 것은 아닌가 싶어 내내 가슴을 쓸어내렸다.


세상에는 온갖 아름다운 꽃들이 다투어 핀다. 맘껏 제 빛깔을 자랑한다. 열매를 맺기까지 비바람 맞으며 인고의 시간을 기다릴 줄도 안다. 자연은 이렇게 엄숙한 선언처럼 자유롭고 창의적인 시선을 포기하지 말라고 가르치는데 여전히 멈칫거리며 동의하지 못하는 닫힌 자아가 무겁게 가슴을 짓눌렀다.


우리 아이들도 저 꽃과 같지 않은가. 찬란히 제 빛깔대로 피어나고 싶어 하지 않은가. 아이의 학교에서 철쭉 축제를 한다는데, 부모님도 초대를 한다는데, 아이가 나름대로 패션쇼를 기획해서 선보인다는데….


나는 그 초대를 받아들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재고 있었다. 선생님을 어떻게 볼 것이며 무슨 말을 하고 들어야 하나 그런 것이 부담스러웠다. 한 편으론 패션쇼를 한다며 한껏 들떠 있는 아이의 상태도 때때론 못마땅했다.


그러다 그날 한 대안학교 선생님의 강의 주제 ‘평온과 내면의 활기를 찾아가는 교육’이 주는 화두에 나는 오랫동안 깊은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작지만 어렵게 나의 내면에서 울려나오는 소리를 들었다.


‘축제 때 너의 패션쇼에 가장 열렬하게 환호하고 응원하는 사람을 발견하거든 그게 틀림없이 아빠라 믿어도 좋다.’

 

김만성 : 한화투자증권 지점장 waystart@hanmail.net
어려운 경제분야를 스토리로 풀어내려는 생각을 가지고 [스토리가 있는 투자이야기]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투자현장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고,
근로자문화예술제에서 투자시장의 애환을 담은 소설 《서킷브레이커》로 금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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