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곽호성 기자) 대신증권의 ‘안전경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해 글로벌 주식시장이 급락하면서다. 수익모델을 개편해 이익의 변동성을 크게 낮춘 것이 위기국면에서 빛을 보고 있다는 해석이다.
대신증권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대비 27% 감소했다. 다른 증권사들이 앞 다퉈 사상최대 실적을 낸 것에 비하면 다소 이례적이다. 이유는 수익 포트폴리오 재구축에 있다.
대신증권의 수익포트폴리오는 안정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 호황 국면에서 크게 두드러지지 않으나 위기 국면에서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시장을 보수적으로 보고 마켓리스크가 큰 고위험자산 투자를 줄여왔다. 이익의 변동성을 꾸준히 낮춰 왔다는 뜻이다.
가장 큰 예로 ELS 비즈니스를 들 수 있다. 대신증권의 올해 3월 기준 ELS 자체 헤지운용 리스크 한도는 1000억원 수준이다.
2015년 최대 3조원까지 할 수 있었던 자체 헷지 운용한도를 1/30수준으로 줄였다. 실제 현재 운용되는 자체헤지 물량은 800억원이다. 이것이 최근 유로스톡스50지수 급락으로 야기된 증권사의 유동성 이슈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 이유다.
ELS 자체 헤지운용을 통한 판매수익은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 가운데 하나다.
단, 주가변동성이 크지 않다는 가정하에서다. 급락장이 될 경우 이야기는 180도 달라진다. 변동성이 커지는 국면에선 막대한 자체 헷지비용이 들고, 고스란히 손실로 돌아온다. 증거금 부족으로 인한 유동성 이슈도 생길 수 있다.
대신증권이 ELS비즈니스를 줄인 이유는 2015년 당시 홍콩H지수 급락 학습효과 때문이다. 당시 홍콩H지수가 반토막 나면서 헷지비용이 크게 늘었으며 회사의 실적에도 큰 영향을 줬다. 득보다 실이 큰 비즈니스라고 판단하게 된 계기다.
글로벌 위기 국면에 대응하고자 자산포트폴리오에도 변화를 줬다. 대신증권은 2015년부터 ‘달러자산에 투자하라’는 하우스뷰를 제시했다. 지정학적 위기나 글로벌 위기에서 자산을 지키려면 기축통화인 달러를 일정비율 갖고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대신증권의 자기자본 투자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뤄졌다. 지난 2018년부터 해외대체투자에 적극 나섰다. 지정학적으로 안정적이고, 환금성과 수익성이 양호한 맨해튼에 약 2000억을 투자했다. 글로벌 위기가 와도 가장 안전한 곳이라 봤고, 덤으로 최고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달러자산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외에 일본, 싱가폴 등 선진국 중심 대체투자를 진행했다. 위기국면에서 충격을 받아도 가장 빠르게 회복될 수 있는 지역에만 선별적 투자를 했다.
팬데믹이 장기화 될 조짐이 보임에 따라 업계에선 이런 행보에 대해 긍정적 반응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신증권은 회사의 자산을 마켓변동성이 작고, 유동성이 높은 글로벌 우량자산으로 교체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고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줄이면서 자연스럽게 순익 규모도 줄어들었지만 위기 국면에서는 오히려 빛을 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회사의 경영 기조가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지속가능경영을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최근 몇 년간 진행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지속가능경영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은 예전부터 ‘위기에 강한’ 증권사로 평가받아 왔다. 부침이 심한 증권업계에서 독립계 증권사로서 오랜 기간 생존해 오면서 얻은 리스크관리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자산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대신증권의 ‘안전경영’이 또 한 번의 험난한 파고를 슬기롭게 피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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