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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음주운전 1회 적발로 공무원 해임?…NO! 알코올농도 0.2% 넘어도 정직

최소 징계기준은 0.08%(만취)와 동일한 정직
음주운전 행위 자체에 대한 제재 강화는 미약
혁신처 “해임 규정 통해 음주운전 후 악질 행위 제재할 수 있게 한 것…보완은 가능”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정부가 공무원이 최초 음주운전에 대해서도 혈중 알코올 농도 0.2% 이상이면 공직 퇴출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에 있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소 징계기준은 과거 0.08% 미만이었던 ‘정직’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단순 음주운전은 해임까지 가지 않도록 한 것인데 음주운전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현 흐름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27일 혈중 알코올 농도 0.2% 이상인 경우 해임까지 가능한 내용의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총리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28일 밝혔다.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제2조 제1항 별표 1의5에서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공직 퇴출 요건(해임 이상)을 두고 있다.

 

요건은 ▲2회 이상 음주운전 적발 ▲음주운전으로 인한 대인상해‧대물사고 ▲뺑소니 ▲음주운전 사망사고 중 하나의 경우 해임이 가능하다.

 

혁신처는 개정안을 마련해 0.03~0.08% 구간은 정직~감봉, 0.08%~0.2% 구간은 강등~정직, 0.2% 이상은 해임~정직을 할 수 있도록 세분화했다.

 

0.2% 이상 구간을 신설해 음주운전자의 행위가 매우 부적절한 경우 1회 적발에도 해임을 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 ‘디테일의 악마’ 최소 징계기준

 

문제는 최소 징계수준.

 

0.2%로 적발되더라도 최소 징계수준은 단순 음주의 경우는 0.8%와 동일한 정직이 적용된다.

 

 

국회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이어지면서 2019년 6월 ‘윤창호법’ 등 음주운전 행위 자체에 대한 형량을 늘리는 법안을 잇달아 통과시켰다. 단순 음주운전 행위 자체로도 충분히 심각한 생명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협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에서는 음주운전 초범이라고 해도 소주 1병을 마신 만취(0.08% 이상)의 경우 최소 1년, 소주 3병 정도를 마신 폭음(0.2% 이상)의 경우 최소 2년의 징역형을 부과하도록 했다. 형량이 세고 안 세고는 최대 형량보다 최소 형량이 더 중요하다.

 

 

도로교통법처럼 행위 자체에 대한 처벌기준을 상향하려면 공무원 징계령의 혈중 알코올 농도 0.2% 이상 음주운전의 경우 최소 강등에서 시작하는 것이 맞을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혁신처는 단순 음주운전이나 단순 음주운전상태에서 가벼운 대물사고의 경우는 0.2% 이상이라고 하더라도 정직 정도만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음주운전 행위에 자체에 대한 징계강화는 하지 않은 셈이다.

 

혁신처는 음주운전 후 행위에 따라 징계수준이 해임까지 고려되기에 기준이 강화됐다고 해명했다. 징계위 심의 시 0.2% 이상 구간에 대해 보다 중하게 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규정에 명시를 하지 않았을 뿐 이전에도 혈중 알코올 농도는 징계 심의 시 고려 대상이었다.

 

혁신처는 단순 음주운전이 아니라 이후 행위가 불량한 경우 강등이나 해임을 할 수 있다고 했지만, 그러한 행위는 이미 기존 규정으로도 정직은 물론 강등이나 파면이 가능하다.

 

음주운전 상태에서 대인‧대물 사고나 대물뺑소니는 정직-강등-해임으로 개정안의 ‘0.2% 이상’과 같다. 대인 뺑소니는 최소 징계수준이 해임이다.

 

 

◇ 단순 음주운전 행위 ‘처벌인가, 제재인가’

 

결론적으로는 공무원 징계 시 혈중 알코올 농도 0.2% 이상의 ‘폭음’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가 관건이다.

 

혁신처 측에서는 공무원 사회에서는 정직도 결코 가벼운 징계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공무원 조직은 직급이 올라갈수록 직책의 수가 급속도로 줄어들기에 징계 하나가 진급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사무관(5급) 이상 간부나 3급 이상 고급 간부의 경우 경쟁은 더 치열해 작은 흠집이라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강등의 경우 최상급 근무평가를 받는 공무원이라고 해도 인생의 5~10년이 한 번에 사라지고, 다시 승진할 기회가 사실상 막혀버리게 된다. 정직까지는 어떻게든 리턴 매치가 가능하지만, 강등은 공무원으로서 희망을 완전히 꺾는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형사처벌과 행정벌상 차이 역시 고려할 필요도 있다.

 

형사처벌은 행위 자체의 처벌을 목적으로 하지만 행정벌은 질서유지가 목적이기에 질서유지에 충분한 수준의 징계나 제재면 충분하다. 행정벌이 국가형벌권에 달하면 이는 과도한 제재가 되어 조직이 운용되는 것을 막는다.

 

이러한 혁신처의 주장은 그 자체로는 타당하고 합당하다.

 

하지만 모든 행정벌을 이러한 기준에 맞추어 재단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공무원의 수천만~수억대 뇌물이나 미공개 부동산 개발정보 이용 등 중대한 범죄행위는 질서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제재가 아니라 범죄로서 충분한 형벌권 내지 행정제재권을 행사하는 것이 질서유지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음주운전은 아무리 단순운전이라고 해도 사람의 생명을 앗을 수 있는 행위이기에 운전 후 행위를 보고 제재수준을 정한다는 것은 합당한지에 대해서는 논의할 필요가 있다.

 

혁신처 내부서도 징계령 개정안을 만들 당시 내부 심의 과정에서 최소 징계수준을 강등까지 해야 한다는 의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혁신처 관계자는 “다른 징계나 제재로 보완이 가능한 점 그리고 혈중 알코올 농도를 근거로 최대 해임까지 줄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다양한 나쁜 행위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현재 기준을 마련하게 됐다”라며 “개정안이 입법예고 됐어도 의견수렴 및 법제처 심의가 남아있기에 여러 의견을 수용해 최종적인 개정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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