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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윤의 회계칼럼] "회계개혁의 성과 논란, 한 사이클은 지켜 봐야"

(조세금융신문= 김광윤 아주대 명예교수) 지난 11월 3일 전경련 등 기업계에서 “신외부감사 규제의 공과 실”이라는 주제로 세미나(한국회계정책학회 주관)를 가졌는데, 전반적인 내용은 대우조선해양 등 기업들의 누적된 회계비리를 일소하기 위하여 착수된 회계개혁 조치로 2018년 11월부터 시행된 외부감사법, 공인회계사법, 자본시장법 등 회계개혁 관련 규제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주기적 지정제 도입, 표준감사시간제 도입, 내부회계관리제 강화 등 3대 조치에 업계의 불만이 크다는 사실을 291개 상장기업들에 대한 상장협과 코스닥협의 공동 설문조사 결과로 제시하였다.

 

주기적 지정제도란 기업의 외부감사인을 6년간 기업이 자유로 선임한 뒤 이후 3년간은 유착관계 단절을 위해 금융위원회 내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한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받도록 한 조치이고, 표준감사시간제도는 외부감사의 내실화를 위해 감사인이 투입해야 하는 표준시간을 법률에 따라 공인회계사회가 정하도록 한 조치이며, 내부회계관리제도 강화란 기업의 회계오류나 부정을 예방하기 위해 재무보고 과정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인증수준을 약식 ‘검토’가 아닌 정식의 ‘감사’로 격상시킨 조치이다.

 

한편 우리나라 회계 및 감사실무에 대한 국제적 평가는 매년 5월 발표되는 스위스 국제경영평가원(IMD)의 순위에서 총 64개국 가운데 회계개혁 시행전인 2019년 61위->2020년 46위->2021년 37위로 상향되어 아직도 국가경쟁력 전체순위인 23위에는 미달하고 있으나 많이 제고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번 기업설문조사 결과에서는 감사비용 등 경제적 부담이 증가했다가 94.2%, 감사품질은 변화 없다가 62.2%, 시급한 개선 필요성이 있다가 55.5%로 나타났다.

 

이에 터잡아 세미나 발제자는 개선안으로 주기적 지정제도는 선택지정제도로 전환한 후 자유선임제로 회귀하고, 표준감사시간제도는 특정시간이 아닌 표준감사시간 범위를 제시하여 기업주도로 운영되도록 변경하며,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자산규모 5천억원 이상에 적용하고 있는 감사수준을 성과 확인이 될 때까지 대상 확대를 중지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위 제안에 대해서는 몇가지 고려해야 할 문제점들이 있다.

 

첫째, 위 설문조사는 피감기업들만을 대상으로 한 일방적 의견조사일뿐 외부감사의 다른 이해관계자인 감사인과 정보이용 투자자 및 채권자, 그리고 학자 및 감독자들의 의견이 빠진 불완전한 조사이다. 지정기간 동안 감사인이 바뀌고 감사계약의 주도권도 빼앗긴 기업들이 인상된 감사비용과 강화된 감사절차에 불편을 토로하는 것은 예상된 일이다.

 

둘째, 발제자의 제안처럼 외부감사인을 기업이 복수 선택하고 이 가운데 증선위에서 지정하도록 하는 선택적 지정제를 거쳐 종국적으로 과거의 자유선임제로 회귀하자는 것은 감사계약의 성격을 사적자치의 원칙을 빌미로 셀프 인증받도록 하는 것으로 외부감사의 신뢰성을 손상시키게 된다. 자유선임제도와 지정제도의 우열에 대한 연구들이 혼재하고 있으나 특히 우리나라의 경영환경은 기업지배구조가 대주주 주도의 소유자경영체제 중심이므로 회계감사제도 역시 달라야 한다.

 

기업이 갑의 입장에서 외부감사인을 지난 30여년간 자유선임하게 한 결과 유착관계에 있거나 감사보수가 싼 감사인을 선임하여 감사무용론에 이르게 된 과거가 이를 반증하고 있으며, 주기적 지정제도 역시 완전한 지정제도가 아니고 3년씩 2회 자유선임을 인정한 뒤 1회 지정하는 절충방식이다.

 

셋째, 표준감사시간제도를 운영하는 주체는 당연히 피감기업 아닌 감사인이어야 하며, 기업규모와 소속 산업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일정 범위 내에서 기업측 감사위원회나 감사들과 상호 협의하여 정하도록 하고, 현행의 표준시간위원회 구성에서 기업측 의견이 좀더 반영되도록 변화를 기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넷째, 내부회계관리제도와 관련해서는 기업이 정상적인 조직체로 운영되도록 하기 위해서 다수 인원의 업무처리과정에서 오류나 부정을 예방하는 내부통제장치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다만 종업원수가 적은 중소기업의 경우 운영상 융통성을 부여하는 것은 필요한바 외국처럼 일정 규모, 예컨대 자산총액 1천억원 미만 기업은 감사가 아닌 검토 수준으로 인증수준을 완화하는 것을 고려함직하다.

 

요컨대 1980년말 외부감사법 제정 이래 37년만에 도입한 회계개혁 조치들은 세계 꼴찌수준이었던 우리나라 회계신인도를 전체 국가경쟁력 수준으로 제고하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었으므로 과거 저가보수의 기저효과와 부실감사 차단 차원에서 감사보수 인상과 까다로운 감사절차 등 다소 불편이 있더라도 수용하여 최소한 1사이클 9년간(6+3)을 시행해본 뒤에 성과평가하는 인내가 필요하다고 본다.

 

 

[프로필] 김광윤 아주대 명예교수

•(현) (사)한국감사인연합회장
•(전)금융위원회 감리위원,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위원회 위원장

•(전)한국코스닥상장법인협의회 자문위원,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자문위원

•(전)한국회계학회 회장, 재정경제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전)한국세무학회 회장,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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