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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어느 지사장의 좌충우돌 동행일기

알량한 지식의 틀로 해석하는 우(憂) 경계

井蛙不可以語海(정와불가이어해) 우물 안 개구리는 바다를 이해하지 못하고
夏蟲不可以語氷(하충불가이어빙) 여름벌레는 겨울 얼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曲士不可以語道(곡사불가이어도) 삐뚤어진 선비는 옳음을 이해하지 못하네
                                                          _莊子 秋水篇(장자 추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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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금융신문) 2월의 어느 날, 강태순 팀장(유퍼스트 서울지사)으로부터 동행 요청이 있었다. 20여 년 전 충무로의 강태순 팀장 사무실 2층에서 ‘인쇄업’으로 단촐하게 출발한 ‘(주)SW애드피아’는 간난신고(艱難辛苦) 끝에 출판업을 주력업종으로 하여 최근 사업 다각화와 신 사옥입주 등 사세를 크게 키우고 있는, 그 분야의 독보적 존재로 성장 중인 중견기업이었다.

강 팀장을 통해 파악한 해당 기업의 보험 니즈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업종의 특성에 따른 잦은 안전사고에 대비한 종업원 단체보장보험으로, 특히 최근 사세확장에 따라 신규 채용된 인력과 기존사원의 단체보장보험 갱신 니즈.

둘째, 신규사옥 신축과 기존사옥 리모델링 후 임대한 구사옥에 대한 화재보험 니즈.

셋째, 월 500만원씩 납입하던 저축성 보험이 만기되어 2015년 4월의 보험 빅 이슈(Big Issue)인 ‘예정이율인하’ 및 ‘경험생명표개정’ 이전에 단발성 저축성 보험 가입이 아닌 전체 자산의 흐름을 고려한 가업상속을 전제로 한 제안(컨설팅)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강 팀장이 굳이 나에게 동행을 요청한 이유는 가업상속을 통한 증여/상속시 현 세법상 세제특례적용을 받는 최대금액인 목적자금 30억(월P 1,500만원)을 체결하고자 함을 알 수 있었다.

“화재보험이야 크게 변동사항이 없고, 단체보장보험은 생보로 가입하고…,”

내 주특기가 아닌 화재보험 영역이 있어 조금 개운치 않았지만 흔쾌히 동행에 동의하고 다음날 강 팀장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주)SW에드피아’ 성수동 신사옥으로 돌진하였다. 마치 ‘로시난데’를 타고 달려가는 ‘돈키호테(?)’처럼….

김 과장은 참 꼼꼼한 사람이었다. 지금까지 동행을 나오면 주로 오너(CEO)와의 만남이었다. 실무자를 만나는 것은 드문 일이기도 했지만 질문이 잘게 여러 번 나온다. 역시 오너에게 다시 보고해야 하는 월급쟁이는 결재과정에서 어떤 질문이 나올지 모르기에 철저하게 장단점을 파악하고 완전 숙지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비쳐진다. 덕분에 생보 출신인 내손해보험 실력이 달랑, 달랑 위태롭다.

어차피 오너가 결정해야 하기에 첫날은 결론이 없었다. 필요한 서류를 챙기고 단체보장보험의 생/손보 간 장단점을 비교 설명하고 생보로 가입하되 실손은 불필요한 중복가입을 피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만 별도 가입할 것으로 권유하였다. 말을 듣던 김 과장이 마지막으로 던진 한마디가 나의 말문을 막는다.

“엄 지사장님, 화재보험은 모두 ‘S화재’로 해주시고 단체보장 보험에 실손을 꼭 넣어주세요!”

아뿔싸! 실손 중심의 단체보장보험은 손해보험사의 영역이다. 내일을 약속하고 서둘러 철수하였다. 그리고 사무실로 복귀하여 1차 받아온 서류를 점검하고 있을 때 김 과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엄 지사장님, 부탁하신 취업규칙 어떻게 보내드릴까요?”

아뿔싸 손보사 단체보장보험에선 필수서류가 아닌데….

“아, 예 너무 불편해 하실 까봐 그 서류 빼고 근로자 대표동의서와…,”

아슬아슬 하게 통화를 끝내고 보니 다리에 스르르 힘이 풀린다. 커피 한잔이 당긴다. 아, 이 죽일 놈의 손해보험!

다음날 나는 동행팀을 보강했다. 입사한지 얼마 안 된 ‘S화재’ 담당지점장(김민규)과 강 팀장과 셋이 무장(?)을 갖추고 ‘(주)SW애드피아’라는 성곽을 향해 돌진하였다. ‘산쵸’를 데리고 의기양양 출진하는 돈키호테 마냥….

첫날보다 일이 술술 잘 풀렸다. 김 과장의 화재보험에 관한 어떤 질문도 입사 2년이 채 안된 김 지점장이 잘 설명하였고, 꼭 필요한 부분은 현장에서 ‘S화재’ 본사 실무팀과의 소통을 통해 그 자리에서 모든 의문점을 해소해주었다. 또한 단체보장보험의 걸림돌로 여겼던 실손 중복가입도 “S화재는 1억까지 ‘확장보장’이라는 제도가 있어, ‘근로자 동의서’만으로 간단 처리할 수 있다”라고 하여 어렵사리 문제가 해소되었다.

김 과장과 김 지점장이 화재보험에 대해 마무리 짓고 있을 때, 나와 강 팀장은 사장을 면담하였다. 다행히 ‘고구마 꽃 핀 것’보다 보기 어렵다는 사모님, 그리고 가업승계 훈련을 받고 있는 딸까지 동시에 만나 한 번에 가업상속에 대해 안내했다.

평상시 강 팀장과 사장 가족과의 끈끈한 인간관계로 별 무리 없이 잘 마무리 되었고, 보험사는 ‘S생명’으로 선택하였다. 몇 번 ‘VIP고객초청 재테크(증여/상속) 설명회’에 초청받은 것을 크게 생각한 딸의 의지가 반영된 덕분이다. 평상시 마케팅 지원책의 일환으로 ‘VIP고객 초청행사’를 꾸준히 한 ‘S생명’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아, 이런 외눈박이 광어, 도다리, 넙치, 가자미가 있나? 왜, 아직도 화재보험은 생소하고 단체보험은 생보라는 시각에 사로잡혀있을까? 입사 2년이 채 안 된 김민규 지점장은 화재보험에 막힘이 없는데….’

알량한 지식의 틀로 모든 것을 해석하는 우(憂)를 경계한 장자(莊子)/추수(秋水)편의 이야기가 떠올라 슬며시 계면쩍어진다. 돌아오는 길은 서울에선 드물게 ‘2월의 동해안’ 만큼이나 바람이 세차다. 찬바람을 핑계로 슬며시 김 지점장의 손을 잡아본다.

 

 

엄명용 유퍼스트 서울지사장

이 력 : 전) 교보생명 연수원 및 지원단장(관악/성남/강릉) 등 근무
이메일 : ommy0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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