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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질병과 위험에 대한 대비책이 보험의 기본개념이다

보험은 안타까운 일을 사전에 미리 방지하는 것

 

[사례1] 직장인 K씨(34)는 직장과 가정의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 증세를 의심해서 최근 신경정신과를 찾게 되었다. 병원의 신경정신과에서 전문의는 가벼운 우울증 진단을 하고 처방전을 내렸다. 그러나 K씨는 곧바로 약국으로 달려가 편하게 약을 사먹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우울증 증세에 대한 진단 기록이 남아 향후 관련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불이익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사례2]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자영업을 영위하던 C씨(45)는 우울증과 공항증세를 보여 신경정신과에서 진료를 받았다. 가입했던 실손의료비로 보상받기 위해 보험회사에 보험금 청구서를 작성하여 접수하였다. 그러나 C씨는 해당 보험회사로부터 면책통보와 함께 보험금 지급을 받지 못하였다. 우울증이나 공항증 등 정신질환은 실손의료보험 보상지급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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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금융신문) 위 사례와 같이 정신질환의 병력을 겪은 사람은 보험에 가입 및 보험회사의 보험계약인수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현행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은 정신질환자를 보상 대상에서 제외한다. 특히 단순하고 일시적인 경증우울증, 불안증, 성기능 이상, 불면증 등 가벼운 질환치료에 의해 완치될 수 있는 질병도 보상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고 한다. 결국 보험을 가입하더라도 정신질환 치료를 사용한 치료비에 대한 실손보험의 보상을 지급받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고객입장에서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의 개선방안권고로 인해 금융당국이 보험업법 시행령 및 시행세칙 개정을 추진하게 되었다. 개정되는 주요내용은 금년에는 실손보험의 보상범위를 정신질환까지 확대하여 가벼운 정신질환을 겪은 보험가입자에게도 실손의료 보험금이 지급되게 할 예정이다. 정신질환자도 가입할 수 있는 보험상품을 개발하여 경증정신질환과 아동의 정신과 진료 등의 경우 실손의료보험의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경추진의 배경에는 지난해 초 국회에서 진행되었던 보험업법의 일부개정 법률안의 취지와 같이 ‘단순히 정신질환 치료를 받았다고 해서 보험가입을 거절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침해하는 명백한 차별행위’라는 의미에서 정신질환을 이유로 보험상품 가입이나 갱신, 해지와 관련해 피보험자를 차별할 수 없고, 보험자가 계약자와 피보험자에게 보험가입을 거절할 경우에는 보험자(보험회사 측)가 거절 사유에 대한 정당성을 입증하는 책임을 주어지게 하였기 때문이다.

최근 1년 동안 한 차례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한 성인 577만 명 가운데 정신과 치료를 받은 사람은 15.3%에 불과하고, 수년간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부끄럽고 안타까운 상황에 있으면서도 정신과를 진료하기가 쉽지 않게 된 이유는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사람들이 해당병원을 편하게 이용하여 초기 가벼운 정신질환을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조성에 실패했기 때문일 것이다.

보험사들이 정신질환자들도 가입할 수 있는 보험상품개발에 난감해하는 이유는 손해율 때문일 것이다.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정신과 진료를 받은 사람들의 경우 보험금 지급 가능성이 다른 사람들보다 높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선 손익부분만 따져보면 손해라고 생각하게 된다. 아울러 보험사마다 정신질환에 대한 경험통계가 전무하다는 점도 상품개발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전해지는데, 국내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정신질환에 대한 보험금 지급내역 등 경험통계가 없다.

통계가 없다보니 손해율을 예측할 수 없어 보험료 측정이 불가능한 상황도 이해 간다. 보험사에서는 정신질환보험가입자에게 가벼운 정신질환으로 인해 발생한 병원비를 보상해주기 시작하면 지급보험금 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심각한 정신질환의 경우 지급보험금 규모는 큰 폭으로 증가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편하지 않은 것 같다.

정작 보험사들이 더 두려워하는 것은 정신질환이 자살로 확대되는 것이다. 우울증이나 강박증, 공포증 등의 정신질환이 최악의 경우 자살을 불러올 수 있어서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정신질환으로 인한 자살까지 보장해야 할 경우 보험료 지급액은 어마어마한 규모로 늘어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자살의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것을 악용하는 역선택[逆選擇, adverse selection]이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선택할 소지에 대한 염려와 함께 부작용에 대해 편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보험업계의 큰 이슈 중 하나인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은 보험업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보도내용을 보면 지난해 8월 금융감독원이 ING생명에 내린 제재조치는 결국 이에 불복한 ING생명의 행정소송으로 이어졌는데, 현재 금감원의 자살보험금 지급권고를 받아들인 생보사는 현대라이프와 에이스생명 2곳이 유일하며 삼성, 교보, 한화생명 등 10곳은 채무부존재소송을 진행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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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을 소재로 다룬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SBS
지난 2월25일 삼성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소송에서 “특약에 따른 재해사망보험금 1억원을 지급하라”는 원고승소판결 후 보험사의 항소진행은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기업의 이익과 미래 위험으로부터 보장받고 싶은 고객과의 관계에서 국민과 사회에 큰 역할과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각 보험회사들의 현실적인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 “자살보험금 지급 논란이 진행되는 가운데 정신질환자 가입이 가능한 보험상품이 출시되면 보험금청구 건수와 보험금 지급액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보도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면 보험업계도 고충도 클 것이다.

무엇인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고민이 많을 때는 어르신들의 말씀을 귀담아 듣거나, 기본으로 돌아가란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의미를 감안하여 보험의 기본개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위험이 없는 보험은 상품이 아니다’, ‘혼자 감당하기 힘든 불의의 사고나 금전적 피해사례를 여러 사람이 미리 준비한 자금으로 극복’하는 개념이다.

어떤 분이 몸이 아프고 불편해서 치료비가 1000만원이 필요하다고 하자. 주머니를 다 뒤져봐도 지급할 능력이 없다면, 다른 곳에서 빌려서라도 치료받거나 혹은 진료를 포기할 것이다. 그 사람과 그 가족은 불행할 것이다. 보험은 이런 안타까운 일을 사전에 미리 방지하는 것이다. 자신의 질병과 위험에 대한 대비책! 이것이 보험의 기본개념이다.

지금이라도 함께 내자가추(來者可追 :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으나 앞으로의 일을 조심하면 지금까지와 같은 잘못은 범하지 않을 수 있음)할 수 있는 지혜를 아끼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신에게 위험한 일이 발생했을 때 함께 도와주는 보험처럼, 지금은 모두 함께 머리를 맞대고 중지(衆智)를 모을 때다. 벌써 잔인한 4월이다.

 

이병훈 에드윌 평생교육원 교수

학 력 : 아주대 경영학 석사, 전남대 경영학EC 박사(전자상거래학과)
이 력 : 에드윌 평생교육원 경영학과·전자상거래학과 교수, 한화그룹 손해보험사 IMC-텔레퍼포먼스 총괄운영본부장
이메일 : bigman447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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