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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판례] “신탁원부는 부동산등기의 일부…거래 전 특히 잘 살펴야”

대법원 판결 “위탁자 명의로 맺은 임대차계약땐 신탁부동산 처분 뒤에도 위탁자 책임”
율촌 부동산팀 “2011 신탁법 개정이래 가중돼온 신탁원부 대항력 논란 일부 해소됐다”

(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부동산 신탁계약을 맺은 뒤 신탁회사(수탁자)와 합의해 위탁자 명의로 임대차계약을 맺은 상태에서 이 신탁부동산을 제 3자에게 팔았고, 그 사이에 임대차계약이 종료됐다면 임차인이 해당 제3자에게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당초 신탁계약서(신탁원부)에 ‘위탁자 명의로 세를 놓는다’고 명시해놨기 때문에, 신탁회사(수탁자) 역시 해당 신탁부동산 임대차계약 종료에 따른 임대차보증금 반환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법인 율촌 부동산 건설부문은 신탁원부의 대항력에 대한 지난 2월17일 대법원 판례에 대해 지난 4월 평석을 통해 “2012년 ‘신탁법’ 개정 뒤 혼란이 더 심해져온 ‘신탁원부의 대항력’ 인정 논란이 지난 2월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2년.2.17 선고 2019다300095, 300101 판결)로 상당 부분 해소됐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부동산을 신탁회사에 맡긴 A씨(위탁자)는 해당 신탁부동산을 자신 명의로 세를 놓기로 하고 신탁회사와 합의해 이런 내용을 신탁원부에 명시했다.

 

신탁계약상 신탁부동산으로부터 월세 같은 임대차 관련 수익이 발생하면 이를 우선적으로 갖기로 한 A_1씨(우선수익자)는 신탁회사에 “A씨의 이런 임대차계약에 동의하되, 신탁회사는 임대차보증금 반환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동의서를 작성, 교부했다.

 

신탁부동산에 세를 든 C씨는 A씨(위탁자)와 임대차계약을 맺고 주민등록을 이전한 뒤 ‘임대차 계약 확정일자’까지 꼼꼼하게 받아뒀다. 그러던 중 A씨와 신탁회사가 해당 신탁부동산을 공매로 처분했고, 제3의 B씨가 이를 인수했다. 얼마 뒤 임대차계약기간이 끝났고, 임차인 C씨는 B씨에게 임차보증금을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B씨는 “그 보증금을 내가 왜?”라며 거부했고, C씨는 “그래? 그럼 나도 보증금 받기 전에는 한발짝도 못 나가지!”라며 버텼다. B씨에 C씨를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했고, C씨가 이 소송의 부당함을 제기하며 반소(counterclaim, 反訴)를 제기했다. 반소는 소송 진행 중 피고로부터 원고에 대해 본소(本訴)의 청구 또는 이에 대한 방어방법과 관련되는 새로운 청구를 하기 위해 같은 소송절차에서 제기하는 새로운 독립 소송을 가리키는 ‘민사소송법상’상 용어다. 아무튼 이 때부터 법원이 신탁부동산에 얽힌 이 복잡한 다툼의 시비를 가리게 됐다.

 

골치 아픈 ‘신탁원부의 대항력’ 문제를 비교적 깔끔하게 정리해준 지난 2월 대법원 판결의 피고는 여전히 임대차보증금을 못받아 방을 빼주지 않고 버틴 C씨, 원고는 신탁부동산을 공매로 취득한 B씨다.

 

대법원은 신탁계약에서 수탁자인 신탁회사가 위탁자 A씨 명의로 신탁부동산을 인정한 점에 주목해 최종적으로 C씨에게 돌려줘야 할 임대차보증금의 반환 책임은 ‘위탁자 A씨’에게 있다고 봤다.

 

특히 이런 약정이 신탁원부에 기재돼 있기 때문에 임차인 C씨가 수탁자인 신탁회사에 보증금 반환을 요청할 경우 신탁회사도 대항력이 있다고 해석한 점이 이번 판결의 핵심이다.

 

율촌 부동산팀은 “대법원은 신탁원부의 대항력이 인정됨을 전제로 신탁계약 이후 임차인 C씨가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은 위탁자 A씨이지, 수탁자인 신탁회사에게 구할 수 없다고 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은 수탁자(신탁회사)가 임대차보증금 반환의무를 부담하는 임대인 지위에 있지 않기 때문에, 신탁회사에서 신탁부동산을 취득한 B씨가 임대인 지위를 물려받은 것도 아니라고 봤다”며 대법원이 임차인 C씨의 반소를 기각한 원심 판결을 유지한 내막을 설명했다.

 

율촌 부동산팀에 따르면, 대법원은 과거 신탁원부의 대항력을 폭넓게 인정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2011년 신탁법 개정 이후 신탁원부의 대항력에 대한 입장이 되레 불분명해졌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돼 왔다.

 

율촌 부동산팀은 “이런 상황에서 내려진 이번 판결은 현행 신탁법 하에서 신탁원부의 대항력을 명시적으로 인정, 관련 논란을 상당부분 해소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신탁회사와 거래하는 당사자나 신탁부동산에 관한 이해관계자들은 부동산 등기의 일부인 신탁원부의 중요 내용을 반드시 사전 확인한 뒤 법률행위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국민들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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