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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판례] 대법 "위법 진료에 보험금 지급한 보험사...직접 환수는 불가"

"진료비 반환 여부는 보험 가입자가 판단…채권 행사 대신 못 해"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진료에 보험금을 지급했다 해도, 보험 가입자인 환자를 대신해 보험사가 병원으로부터 직접 돈을 돌려받을 수는 없다'는 판례를 내놨다.

 

25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 보험사가 병원장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보험사의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소송을 각하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병원장 B씨는 A 보험사에 가입된 비염 환자들에게 '트리암시놀른' 주사를 놓고 비급여 진료비로 총 3천800여만원을 받았다. A 보험사는 환자들에게 그만큼의 보험금을 지급했다.

 

A 보험사는 이후 트리암시놀른 주사가 '법정 비급여 진료' 기준인 '신의료기술'로 평가받지 못했다며 B씨를 상대로 2015년 부당이득금(비급여 진료비)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진료는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는 '급여 진료'와 '신의료기술'로 평가받은 '법정 비급여 진료', 안전성 확인이 안 된 '임의 비급여 진료'로 나뉘는데, 트리암시놀른 주사는 신기술 평가를 못 받았으니 '임의 비급여 진료'라는 주장이었다.

 

B씨는 트리암시놀른 주사가 의료법상 허용된 진료 행위인 만큼 '신의료기술'로 평가받지 않았다고 해서 위법한 것은 아니라고 맞섰다.

 

1심과 2심은 보험사의 손을 들었다. B씨가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트리암시놀른 주사로 비급여 진료비를 받은 건 잘못이라는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B씨의 주사 치료는 '임의 비급여'에 해당해 무효이며, 보험사가 환자들을 대신해 부당이득금을 돌려받는 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보험사가 환자를 대신해 병원에 직접 진료비 반환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병원의 위법한 진료로 인해 환자가 진료비를 돌려받을 권리를 갖더라도 실제 그 권리를 행사할지는 환자 의사에 달렸다는 취지다.

 

A 보험사는 자신들이 보험 가입자의 권리를 대신 행사하는 '채권자 대위권'이 성립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대법원은 환자가 병원에서 진료비를 돌려받는 것과 보험사가 환자에게서 보험금을 돌려받는 행위는 엄연히 다른 권리관계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보험사의 채권자대위권을 인정할 경우 보험 가입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 행위'에 부당한 간섭이 될 수 있다고도 부연했다.

 

반면 김재형·박정화·안철상·이동원·이흥구 대법관은 "(다수 의견은) 채권자대위권 행사 허용 범위를 확대해 온 판례의 기본적인 방향과 배치된다"는 반대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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