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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판례] 대법 "정관에 배당 의무 명시됐다면 주총 결의 없어도 배당"

원심 판단 뒤집어…과거 삼성 '위장 계열사'끼리 소송으로 주목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회사 정관에 주주에 대한 배당 의무와 배당금액 산정 방식 등이 별다른 부가 조건 없이 구체적으로 명시됐다면 주주총회 결의 없이도 주주가 이익 배당을 받을 수 있다'는판단을 내놓았다.

 

최근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삼우씨엠건축사사무소가 서영엔지니어링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서영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에 따르면 서영의 총 주식 10만6천주 가운데 의결권이 있는 우선주 3만1천800주를 갖고 있던 삼우씨엠은 서영 측이 2018∼2019년 주주총회에서 당기순이익을 보고해놓고도 우선주에 대해 배당을 하지 않았다며 합계 5천9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정에서의 쟁점은 서영의 회사 정관 내용이었다. 이 정관은 우선주주가 우선주식을 보유하는 동안에는 회사 당기순이익 중 10만6천분의 1을 우선하여 현금 배당받는다고 규정했다. 당기순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정기 주주총회의 결의를 통해 배당금을 나눠줘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1심과 2심은 서영이 배당을 해줄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 주주가 갖는 이익 배당 청구권은 그 자체로 배당금의 지급을 강제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며, 이익 배당을 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은 온전히 주주총회에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근거였다. 서영이 2018∼2019년 주주총회에서 배당 결의를 하지 않았으니 삼우씨엠이 배당금을 요구할 수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대법원은 삼우씨엠이 배당을 받을 수 있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회사 정관에 배당 의무와 산정 방식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고 대표이사나 이사회가 경영 판단에 따라 배당금 지급 여부나 시기, 금액을 따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없는 경우에 주주는 정관이 정한 배당 조건이 갖춰지기만 하면 구체적·확정적인 배당금 지급 청구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 회사(서영)는 주주총회에서 이익 배당에 관한 결의를 하지 않았다거나, 정관과 달리 이익 배당을 거부하는 결의를 했다는 사정을 들어 주주에게 이익 배당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소송 당사자인 삼우씨엠과 서영은 과거 삼성그룹의 '위장 계열사'로 알려졌던 곳이기도 하다.

 

고(故)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14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계열사 명단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하면서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와 서영엔지니어링을 고의로 빠트린 혐의로 고발돼 2019년 벌금 1억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업계 1위였던 삼우는 서류상 회사 임원 소유로 돼 있었지만 실제로 1979년 법인 설립 때부터 2014년 8월까지 삼성종합건설(현 삼성물산) 소유였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2014년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의 설계 부문을 물적분할해 정식으로 인수했고, 감리 등 부문은 '삼우씨엠건축사사무소'라는 이름으로 분리돼 남았다.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의 자회사였던 서영은 삼우씨엠의 자회사였다가 매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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