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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판례] 대법 "건물주의 재건축 고지...세입자 권리금 회수 방해 아니다"

철거 필요성·계획 구체화 정도 등 판단 기준 제시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건물주가 새로 들어올 세입자에게 재건축 계획을 알린다고 해서 기존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대한 원심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최근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7년부터 건물 1층 점포를 빌려 카페를 운영해왔다. 그런데 2019년 임대차 계약 만료를 앞두고 건물주가 바뀌었고, 새 건물주는 A씨에게 재건축 계획을 밝혔다.

 

A씨가 건물주에게 새 임차인을 주선하겠다는 의사를 전하자 건물주는 다시 한번 "신규 임차인과 신규계약 시에도 재건축을 구체적으로 고지하겠다"고 알렸다.

 

A씨는 재건축 계획으로 신규 임차인을 찾을 수 없다며 "피고(건물주)가 권리금을 회수하려는 기회를 방해했다"는 취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재판에서는 건물주가 새 임차인에게 재건축 계획을 알리겠다고 한 행위를 상가임대차법상 '권리금 회수 방해'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1심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항소심은 A씨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대한 원심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과의 협의 과정에서 철거·재건축 계획과 시점을 알렸다는 사정만으로는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 철거·재건축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거나 계획이 구체화하지 않았음에도 짧은 임대 가능 기간만 확정적으로 제시하는 경우 ▲ 고지한 내용과 모순되는 정황이 드러나는 경우 등은 예외적으로 권리금 회수 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기준에 따라 A씨 사건의 경우 건물 자체가 오래됐고, 건물주가 임대차 가능 기간을 짧은 기간으로 특정하지도 않아 권리금 회수 방해로 보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기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에게 재건축 계획을 고지하며 계약을 체결하려는 것이 기존 임차인에 대한 권리금 회수 방해인지에 관한 법리를 최초로 설시해 구체적인 해석 기준을 제시했다"고 판결 의의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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