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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금융, 총체적 부실운영 사실로 드러나

기술금융과 관련없는 업체 지원 및 엉터리평가서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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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금융원장이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에 위치한 위성장비 제조기업인 에이피우주항공을 방문해 기술금융과 관련한 현장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조세금융신문=김사선 기자) 박근혜 정부가 창조금융 활성화를 위해 적극 추진하고 있는 기술금융에 대한 부실 우려가 사실로 드러났다.

 

신용도가 낮아도 우수한 기술력만 있으면 금융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벤처업계 등의 호응도가 높지만 예식장이나 부동산임대업 등 기술금융과 전혀 관련이 없는 업체에 기술신용대출이 이뤄지고 엉터리 평가서가 제출되는 등 기술금융의 총체적 부실운영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밀어붙이고 있는 기술금융이 실제 자금이 필요한 초기 단계 기업에 대한 대출 비중은 작고, 기존 기업의 대출금 전환이나 연장 비중이 높아 '무늬만 기술금융'이 될 우려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기술신용평가가 금융회사로부터 신뢰를 받을 만큼 충실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금융위원회 등이 지난 4월 13일부터 한 달여 간 기업, 신한, 국민, 우리, 부산 은행 및 기보, 나이스평가정보, 한국기업데이터 등 TCB 3곳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기술금융 시행초기 일부 은행은 기술 연관성이 전혀 없는 결혼관련 업체나 숙박업자, 임대업자도 기술신용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반대출을 이용해도 충분히 자금조달이 가능하거나 기술 연관성이 작은 대형 기업에 ‘기술금융’으로 포장해 대출이 이뤄지기도 했다.


기술신용평가기관, TCB 평가서의 신뢰성도 아주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A사의 평가서를 조사해 보니 평가의견은 ‘시장 성장률 우수’라고 서술했으나 ‘시장 성장성’ 평가등급은 낮은 단계인 C등급을 부여했다.


또 B사는 전자회사 납품 기업에 대한 TCB 평가서에서 전자회사가 작성한 사업보고서를 단순 복사해 기술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기술신용평가서내 오류 및 평가 일관성 부족 등으로 TCB 평가에 대한 은행의 신뢰가 아직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기술신용평가기관이 작성한 평가서를 기반으로 기술금융 대출이 이뤄지고 있으나 ‘엉터리 기술신용평가서’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금융위는 특히 TCB 내 검수조직 운영이 미흡해 평가서 내 오류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신용평가기관 검수인력 한명이 한 달에 수 백건을 평가하고 있다보니 최종 검증 작업도 수박 겉핥기 식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다.


또 기술신용대출을 양적 확대에 치중하다 보니 단기간 내 확보가 용이한 기존 거래기업 중심으로 대출이 실시되고 있다.


특히 기술신용대출 지원 기업 중 절반 이상이 기존거래기업 이거나 은행들이 여전히 담보를 요구하는 등 ‘무늬만 기술금융’이라는 지적이다.


일부 은행은 금리인하, 한도증액 등 대출조건 변동 없이 기존 대출을 기술신용대출로 단순 전환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최초 거래기업, 대규모 여신 등은 상세한 표준평가가 필요하지만 비용.시간 문제로 은행 요청에 의해 약식평가가 빈번하게 이뤄지기도 했다.


신규기업(24.2%) 및 우수 기술기업(13.1%)에 대한 기술신용대출 비중도 낮다. 일반 중소기업 대출 대비 기술금융이 시작된 지난해 7월부터 지난 4월까지 10개월간 총 3만9천685건, 25조8천억원이 공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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