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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탈취 손해배상 5배까지 상향 추진…여전히 승소 어렵다

승소 수단(증거) 철저히 가해 기업에 의존
손해배상 3배 간판 세워봤자 ‘콧방귀’
정부, 법원 자료요구권 검토해도 실효성 미지수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정부가 중소기업 기술탈취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현행 3배에서 5배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한다.

 

16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중기부는 이러한 내용의 상생협력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현행 하도급법, 특허법, 부정경쟁방지법, 산업기술보호법에서는 기술유용·영업비밀행위 등에 손해배상 3배를 물릴 수 있게 했다.

 

상생협력법에선 지난해 2월 기술탈취 손해배상 3배 법안이 들어왔다. 그런데 불과 개정 1년 만에 5배까지 올리자는 계획이 나온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하도급법상의 손해배상 배수를 최대 3배에서 5배 추진에 나섰다.

 

원인은 실효성 때문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손해배상 부담을 예고함으로써 사전 예방 효과를 가진다. 손해피해액의 3배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피해배상 소송으로 들어가면 피해자 측이 이기기 극히 어려워진다. 민사에선 소송을 제기한 원고(피해자) 측이 입증책임을 지는 데 기술탈취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는 피고(가해자) 측이 가지고 있다.

 

설령 승소를 해도 100% 입증을 하지 못한다면 배상액을 3배 요구해도 판결 과정에서 깎일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정부는 산업기술보호법 상 법원 자료요구권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가해 기업이 증거자료를 내놓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것인데 공정거래사건에선 2020년 말에 법원의 자료제출명령권이 생겼다.

 

하지만 이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기업 세금소송에서 탈세를 절세로 위장하는 것이 소송대리 업계의 핵심기술이 된 것처럼, 기업소송에선 고도의 증거 은폐‧은닉기술이 소송대리인의 실력이 됐다.

 

뿐 아니라 자신이 이길 수 있는 증거도 소송이 진행 중에 내놓아 앞선 전제를 뒤집어 버리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자신에 유리한 증거라도 한 번에 제시하면 상대방이 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미국의 증거개시 제도(디스커버리)를 도입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증거개시 제도란 재판 시작과 동시에 양측이 한꺼번에 증거를 내놓는 것으로 증거개시 후 제출한 증거는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다. 증거개시가 시작되면 양측이 협의해 소송 전 합의하는 경우도 생긴다.

 

학계나 시민사회에선 증거개시제도 필요성과 한국 도입가능성에 대해 꾸준히 논의가 전개됐으나, 국회‧정부 차원에서 도입이 추진된 바는 없다. 기업계 등에선 미국처럼 소송이 남발될 것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올리고 있다.

 

한편, 정부는 기술침해 사건 발생 시 개별 부처 간 협업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기술침해 사건에 대해 중기부는 행정조사‧기술분쟁조정, 공정위‧특허청은 기술유용‧아이디어 침해. 검찰‧경찰은 형사 고소에 대한 수사를 각각 맡고 있다.

 

국적원은 해외 기술 유출을 담당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연구소와 중소기업간 공동 개발 기술 사건에 대해 관여한다.

 

기업 입장에선 각각의 기관에서 조사와 수사가 이뤄지면 전부 개별적으로 대응해야 해 어려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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