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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칼럼/ 골프장에도 명품이 있을까?

이덕형의 “재밌는 골프, 맛있는 골프”

(조세금융신문) 골프 전문 잡지 『골프 다이제스트』는 세계 100대 골프장을 매년 선발하여 발표한다. 말석이라도 그 명단에 낀다는 자체만 해도 대단한 영광이다. 그중에서 좀 알려진 골프장은 왕년에 유명 선수들이 현역으로 활동하면서 또는 은퇴해 직접 디자인한 골프장도 있다.


대표적인 디자이너는 지금은 현역에서 은퇴한 아널드 파머가 있다. 잭 니클라우스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골프장은 북미 뿐만 아니라 남미 여러 곳에도 있다.


잭 니클라우스는 아시아로 진출해 그 첫 번째 작품으로 상하이 근교에 자신이 직접 다자인한 모형을 갖고 개발에 이미 착수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과 몇 군데 더 계약을 맺고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한편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에 있는 오거스타 내셔널 GC의 11번 홀부터 13번 홀로 이어지는 3개의 코스는 웬만한 선수들도 한 숨과 함성이 교 차하는 홀로 파 세이브만 하려고 해도 하느님께 기도해야 한다는 아멘 코스로도 유명하다.


미국의 유명한 골프 비평가인 허브 워렌윈드는 지금까지 매년 4월이면 그 홀에서 탈락한 수많은 선수의 한맺힌 곡소리가 멈추지 않는다고 평했던 마(魔)의 코스다.


또 명 품이라고 하기보다 오히려 손 때 묻은 골동품이라 할 수 있는 골프장이 하나 있다. 황량하여 초라하기 짝이 없으며 18홀 전체에 전쟁터에나 있을 법한 방공호보다 더 깊은 벙커가 악마의 입처럼 벌린 스코틀랜드의 세인트 앤드루스 골프장이다. 유명하기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운 골프장으로 자부하는 곳이다.


브리티시 오픈이 매년 개최되는 이곳은 영국의 자존심이요, 자랑으로 여기는 곳이다. 신체단련 차원에서 유격장에 가는 기분이라면 몰라도 제 아무리 골프 발상지로서 유서 깊다고 해도 이곳은 완전 배추밭 수준보다 못하다.


날이라도 잘못 잡으면 세찬 바닷바람과 모래에 뒤덮여 벙커에라도 한 번 빠지는 날엔 두더지나 독수리가 아니고서는 웬만한 실력으로는 몇 날밤을 지새워도 빠져나오지 못할 곳이다.


그러하니 누가 좋다고 하겠는가. 점수가 안 나는 골프장은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 술처럼 재미도 흥미도 안 난다. 골퍼들이 선호하는 매력 있는 골프장은 절대 아니다.


그래서일까. 모든 골퍼들한테 이 세상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골프장은 어디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오거스타가 아니고 캘리포니아 태평양 연안 해변에 자리 잡은 ‘페이블비치 골프장’이라고 한다.


페이블 비치 골프장은 파 72에 총 6,799야드에 지나지 않지만 매력적인 골프장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태평양이 훤히 보이는 풍광과 파 3인 홀의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신비 그 자체다. 태평양 물줄기가 넘실거리고 거센 바닷바람이 한시도 멈추지 않아 티에 올려만 놓아도 그날 일진이 좋은 날로 여길 정도다. 그만큼 어려운 곳이다.


미국에서 개최하는 메이저 대회 중 가장 짧은 파 3의 거리지만 누구도 손쉽게 파를 장담할 수 없는 홀이 바로 7번 홀이다. 만만하게 보이지만 난다 긴다 하는 선수도 쉽사리 공략할 수 없는 그 홀을 도전해보고 싶은 욕망으로 무려 일 년전부터 예약해 놓지 않으면 명함도 내밀 수 없는 곳이다.


한편 캐나다에서는 명품다운 골프장이 서부에서 동부에 이르기까지 많지만 그 중 토론토에 있는 우든스틱(Woodensticks)이란 골프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골프장에서 특징 있는 홀 하나씩만 선택해 18홀을 장식했다 해서 유명하다. 토론토에서 가장 비싼 골프장 이
용료를 요구하고 있는데 특징은 언제 가더라도 두 끼의 식사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골프를 즐기는 마니아들의 평생 소원은 일 년에 한 번이라도 명품 골프장에 가서 플레이를 해보는 것이다. 골프장에도 분명히 명품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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