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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전략에서 배우는 노후전략

 (조세금융신문) 삶을 살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경험하는 인생의 전환점이 있다. 대학입학이나 은퇴도 그런 전환점 중 하나다. 대학입학은 인생 초반, 은퇴는 인생후반의 모습을 좌우할 수 있다는 데서 의미가 크다.

  
모두가 똑같았던 인생항로에서 다양한 갈래로 길이 갈라지기 시작하는 시점이 바로 대학입학이다. 은퇴 역시 같은 의미를 갖는다. 회사를 다니든 사업을 하든 모두가 경제활동이라는 큰 틀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시기에서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저만의 방식대로 새로운 삶을 꾸려갈 수 있는 시점이 바로 은퇴 이후다.

 
대입준비와 은퇴준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인생초반과 인생후반의 모습은 꽤나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인지 대입준비와 은퇴준비는 많은 부문에서 그 원칙과 전략이 유사하다. 입시준비에 빗대 은퇴준비의 원칙과 전략을 알아보자.
 
① 15년 vs 14.9년 : 긴 준비기간
 

우리 삶에서 입시준비만큼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도 없다.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정규 교육과정만 12년이고 여기에 유치원 2년은 기본으로 더해진다. 혹여 재수라도 할라치면 대략 15년 안팎의 장기 계획을 요하는 것이 입시준비다.


100세 시대라고 하는 요즘 은퇴준비도 입시준비 못지않은 장기 계획을 요한다. 현재 기준으로 60세를 넘긴 1954년 이전 출생자들의 평균 은퇴준비기간은 14.9년이다. 입시준비 기간과 묘하게 비슷하다.

입시준비나 은퇴준비나 하루 이틀 준비해서 되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 그만큼 중요한 것임과 동시에 준비가 만만치 않음을 뜻한다. 본인 특성과 형편에 따라 장기간의 체계적 계획과 꾸준한 실천력이 필요한 것이 바로 은퇴준비다.
 
② 지식+α vs 돈+α : 준비영역

과거 입시준비의 첫 번째 덕목은 무조건 남들보다 많은 지식을 머릿속에 넣는 것이었다. 소위 암기 위주였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단순 암기력 외에도 종합적인 사고력과 논리력을 요구하며 때로는 이런 것과 상관없이 자신이 가진 하나의 특기만으로도 대학에 갈 수 있다.


언어능력이 뛰어나거나 과학이나 수학 등 특정분야의 뛰어난 재능 하나만으로도 대학에 갈 수 있다. 심지어는 교과과정과 딱히 관련성 없는 리더십, 사진, 한문 등 다양 한 특기 등으로도 대학에 갈 수 있다.

 
은퇴준비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까지는 그저 돈을 많이 모으는 것이 절대 과제였지만 최근에는 조금씩 다른 영역으로도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돈이 가장 기본이긴 하지만 돈만 많다고 행복한 것이 아니기에 건강이나 여가·관계·일 등 다양한 비재무적 영역의 준비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많은 경제학자나 인문학자들이 실험을 통해 증명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돈이 많아도 행복의 크기는 커지지 않는다. 이 순간부터 필요한 것은 따뜻한 인간관계와 건강한 신체, 자존감을 높여주는일이다.


재무적인 준비가 기본이겠지만, 더불어 행복의 크기를 더해 줄 수 있는 다양한 비재무적 영역의 준비 역시 잊지 않도록 하자.
 
③ 조기교육 vs 조기가입

 
입시준비든 노후준비든 결국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19세 전후로 입시준비의 결과는 판가름 나기 마련이며 노후준비의 결과는 60세 전후로 결정된다. 이 이후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뿐더러 준비한다 해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


따라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잘 활용해야 한다. 시간을 가장 잘 활용하는 첫 번째 방법은 최대한 빨리 시작하는 것이다. 준비기간이 길다고 ‘나중에 시작하지’ 하는 안일한 생각은 부족한 준비로 이어진다.


입시준비에서는 많은 사회적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이미 조기교육이 일반화되어 있다.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 아이들이 영어유치원에 수학학원을 순회하기도 하고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선행학습을 통해 많은 아이들이 1~2년 정도의 교과과정을 앞서간다.

 
은퇴준비도 조기에 서둘러야 한다. 입사하자마자 가입한 개인연금 하나가 노후에는 커다란 도움이 된다. 게다가 빨리 가입하면 할수록 복리효과는 더욱 커져서 나중에 부랴부랴 시작할 때보다 효과가 배가된다. 결국 돈이 돈을 벌기도 하지만 돈이 부족할 때는 조금 더 일찍 시작해서 시간이 돈을 벌게 한다.
 
④ 공교육·사교육 vs 공적연금·사적연금

 
교육 시스템은 국가가 주도하는 일종의 공적 서비스다. 정부가 주도하는 학교를 중심으로 모든 교육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입시준비의 중심에는 학교가 있다. 하지만 학교를 중심으로 한 공교육과 더불어 학원과 과외 등 사교육이 입시준비의 또 다른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자신의 부족한 부문을 사교육을 통해서 메우고 있는 것이다. 노후준비도 같다. 역시 기본은 공적연금이다. 정부가 노후생활의 안정과 복지증진을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기본으로 갖춰야 한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많고 해가 갈수록 혜택이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국민연금만한 혜택을 주는 노후준비 수단은 없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모자랄 수 있는 것이 노후 생활자금이므로 가능하면 사적연금(개인연금)도 같이 마련해 둔다.

 
보통 입시준비에는 땡빚을 져서라도 준비할 만큼 최선을 다하지만 노후준비는 이에 훨씬 못 미친다. 가족 전체가 큰 염원을 가지고 장기간에 걸쳐 입시를 준비하듯 100세 시대를 맞아 노후준비 역시 보다 많은 관심과 철저한 계획이 필요하다.

 
 

 

서동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연구위원

이 력 : CFA(국제공인재무분석사), 금융투자분석사, 조선일보 금융주치의, YTN, SBS ESPN 패널 출연 등
저 서 : 《서드에이지 생활설계하기》,《 괜찮다 중년》
이메일 : seodp@nhw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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