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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판례] 대법 “신탁계약 자금집행순서 입증책임, 청구측에 있어”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부동산신탁계약에 신탁자금의 집행순서에 관한 규정이 있음에도, 신탁회사가 자금집행순서를 이유로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지에 관해선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고 있어 혼란이 가중돼 왔다.

 

그런데 최근 자금집행순서 도래에 관한 증명책임이 신탁회사를 상대로 자금 지급을 청구하는 자에게 있다는 판결이 나와 이목이 집중됐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최근 신탁계약에서 정한 자금집행순서의 법적 성격 및 자금집행순서 도래에 대한 입증책임의 부담이 지급을 청구하는 측에 있다는 내용의 판결(대법원 2023. 6. 29.선고 2023다221830 판결)을 내렸다.  

 

해당 판결이 내려진 사안의 경위를 살펴보면, 이 사건은 하수급업체가 발주자인 신탁회사A, 원사업자(시공사), 하수급업체 3자 간 직불합의에 따라 신탁회사A에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을 청구한 것이다.

 

원심은 직불합의 당시 하수급업체가 신탁자금 집행순서를 예측할 수 없었다는 등 이유로 신탁회사A의 자금집행순서 미도래 항변을 배척하고 하수급업체의 청구를 인용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상고심 판결에서 신탁회사 A의 손을 들어줬다. 발주자인 신탁회사 A가 하도급법상 직접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공사대금 채권은 동일성을 유지한채 하수급업체에게 이전되고 신탁회사 A는 새로운 부담을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직접지금의무를 부담하므로 신탁회사 A는 하수급업체의 직접청구에 대해 동일한 사유로 대항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해당 사건 신탁계약 등에서 정한 자금집행순서는 선순위 채권에 대한 자금이 집행되지 않은 상태에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후순위 채권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자금집행순서를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하수급업체가 신탁회사A에게 하도급대금 직접지금을 청구하는 등의 자금집행순서는 정지조건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정지조건부 법률행위에서 조건이 성취됐다는 사실은 권리를 취득하고자 하는 측에서 그 증명책임이 있으므로 해당 사건에서 자금집행순서상 지급순서가 도래, 정지조건이 성취됐다는 사실은 직접청구권의 효력을 주장하는 하수급업체가 부담해야 한다고 봤다.

 

해당 판결은 신탁계약에서 정한 자금집행순서의 법적 성격에 관해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판단한 경우다.

 

특히 신탁계약에서 정한 자금집행순서는 해당 사유가 발생한 때는 물론이고, 상당한 기간 내 그 사유가 발생하지 않은 때에도 지급의무가 인정되는 불확정기한이 아니라 정지조건에 해당하고, 자금집행순서 도래에 관한 증명책임은 신탁회사를 상대로 자금 지급을 청구한 자에게 있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판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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