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인천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로 시작된 악재가 건설업계 전반으로 번지면서 공공‧민간기업 할 것 없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공사업을 주도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주택공급 사업 차질은 물론 민간 건설업계의 경기 위축이 우려되고 있다.
◇LH 전관 업체와의 용역 체결 전면 중단
최근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에 이어 철근 누락된 아파트가 공개됐다. 이로 인해 LH 이한준 사장을 비롯해 임원들의 전원 사임으로 끝난 줄 알았던 리스크는 사실상 임기가 이미 끝났거나 임기 만료까지 불과 한 달가량 앞둔 임원들이 확인됐다. 연이어 LH의 전관 업체들이 줄이어 나오면서 ‘전관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앞서 LH는 철근 누락에 이어 전수조사 대상 누락, 철근 누락 사실 은폐 등으로 비판을 받자 인적 쇄신을 전면에 내걸며 전체 임직원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 사장은 5개 아파트 단지에서의 철근 누락이 당초 전수조사 결과 발표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을 공개한 이후 임원 5명의 사직서를 받았다. 이어 같은날 임원 4명을 사직 처리했지만 이들 중 국민주거복지본부장과 국토도시개발본주장의 임기는 이미 지난 7월 끝난 상태였다. 나머지 2명(부사장‧공정경영혁신위원장)의 임기는 9월 말까지로, 사실상 임기 만료를 코앞에 두고 있던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 LH임원 사퇴가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지적이 불러졌다.
또 계속된 의혹에 LH 전관업체들이 속속 드러났다. 실제 LH 임직원이 퇴직 후 건설‧시공‧감리 업체로 이동해 LH가 발주한 크고 작은 설계 공모 등 전체 34건으로 1540억원 규모인 것으로 조사됐다. 부실공사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LH에 전관 업체와의 용역 체결 절차를 전면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현재 발주가 진행 중인 설계‧감리 용역 계약뿐 아니라 지난 7월 말 이후 이미 계약을 체결한 용역까지 계약 해지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공 주택사업을 주도하는 LH의 뿌리 깊은 악습 제거를 위한 내부 관리로 3기 신도시와 공공 주택사업 등 사업 진척이 없어 정부의 주택공급에 차질이 생겼다”면서 “이를 빠르게 수습하지 않는다면 더 큰 악재로 부동산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빠른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민간기업 경기 위축 우려
정부는 LH에 이어 무량판 구조 민간 아파트에 대한 본격적인 전수조사에도 나섰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철근 누락’ 등 위법 사항 발견 시 등 강력 처벌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가뜩이나 침체된 주택사업 경기가 더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민간 아파트 전수조사는 무량판 구조로 지어진 단지의 지하주차장은 물론 주거동까지 범위가 확대된다.
전수조사 대상은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아파트 중 시공 중인 현장 105곳과 2017년 이후 준공된 아파트 188곳 등 총 293곳이다.
단지별로 전수조사에 착수하고, 9월 말까지 조사를 완료할 예정이다.
시공 중인 단지에 대한 안전진단이 진행될 경우 공기 지연 가능성은 물론, 이미 준공된 단지의 경우 입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상황이라 안전진단을 진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생긴다. 이미 준공된 단지의 경우 입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어 정부에서도 무작위로 점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에 이어 GS건설의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까지 대형 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건설업계가 더 크게 위축된 건 사실”이라면서도 “정부에서 민간기업도 전수조사를 한다는데 이미 입주한 곳은 어떻게 안전진단을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폐업 건설사 늘고 하반기 건설업 보릿고개
악성 미분양 증가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경색 등으로 중견‧중소 건설사를 중심으로 유동성 위기가 진행 중인 가운데 올해 들어 문을 닫는 건설사들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을 살펴보면 올해 1월에서 7월 종합 건설사 폐업신고는 총 30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0건인 것에 비하면 80% 급증한 수치다. 전체 건설사 폐업 신고는 지난해 1~7월 1632건에 그쳤지만 올해 같은 기간 2074건으로 27% 늘었다.
아울러 지난 7월 기준으로 1~2분기 전국에서 부도(당좌거래정지)난 건설사에 이름을 올린 총 9곳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6곳에 비하면 3건이 더 늘었다.
올해 부도 처리된 업체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기와 부산에서 각각 2곳의 건설사가 이름을 올렸고, 서울, 인천, 충남, 전남, 경북 등 각각 1곳을 기록했다.
부도 및 폐업 건설사가 늘어난데에는 지방을 중심으로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고 있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시장 경색 등 자금 흐름이 막혔기 때문인 것. 특히 지방 사업장은 공사비 증가, 공기 지연 등으로 사업장 대부분이 이미 적자로 돌아서 먼저 손을 털고 나가는 업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 건설사를 중심으로 외부 자금조달이 어려워져 하반기 폐업 건설사는 더 늘 수 있다”면서 “여기에 해당되는 건설사는 중소기업 뿐만 아니라 대형사들도 긴장하고 있는 모양이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유는 건설업계가 어려워지면서 신용평가사들이 하반기 건설전망을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中 부동산 위기 쓰나미로 몰려오나?
중국 2위 부동산 개발업체였던 헝다가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법 15조(챕터15)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부채 구조조정 과정에서 역외 자산의 압류를 막고, 법적 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조치라고 하는데 중국 내 채무를 구조조정하면서 해외채무는 탕감 받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헝다는 앞서 2021년 12월 227억달러(약 30조원) 규모의 달러 채권을 갚지 못해 디폴트에 빠졌는데 헝다의 총 부채규모는 중국 GDP 2%에 달하는 347조원에 달한다.
2021~2022년 누적 손실액은 107조원에 이르고 주식거래는 작년 3월 정지됐다.
중국 부동산 업체 파산은 기업의 문제만이 아니다. 중국 1위 부동산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이 지난 7일 달러채권 2건에 대한 이자 2250만달러(296억원)을 갚지 못했다.
30일간 유예기간에도 채무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중국 정부는 ‘집은 거주하는 곳이지 투기대상이 아니다’라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이념에 맞춰서 최근 수년간 강력한 부동산 규제정책을 펼쳐왔는데 그 부작용으로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서 줄줄이 디폴트로 가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언제 바뀔지 모르는 중국 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신이 크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미국 등 해이 자본이 중국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여서 중국 경제를 더 이상 장밋빛 낙관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면서 “겨우 금리인상 불확실성에 적응하면서 회복하고 있는 지금 우리 부동산시장은 우리가 아무리 잘 대응하더라도 중국과 미국 발 위기의 파도에 따라 금리, 환율이 출렁일 경우 예상치 못한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릴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