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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초특가 할인' 오너회사 밀어준 세아창원특수강 고발

적자 보면서까지 총수 일가 개인회사에 철강 저가 판매…과징금 33억원
세아 "부당 지원 없어…충실히 소명했으나 반영 안 돼 유감"

 

(조세금융신문=구재회 기자) 세아창원특수강이 영업 적자를 보면서까지 총수 일가 개인 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 수십억 원의 과징금을 물고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5일 세아창원특수강이 계열사 CTC에 원재료인 스테인리스 강관을 상당히 낮은 가격으로 판매한 행위(공정거래법상 부당 지원·총수 일가 사익 편취 규정 위반)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32억7천600만원(잠정)을 부과하고 세아창원특수강을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아는 특수강 제조·판매를 주로 영위하는 자산총액 기준 재계 42위의 기업집단이다. 故 이운형 선대 회장의 아들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사장이 지배하는 세아홀딩스 체제와 이태성 사장의 삼촌인 이순형 현 세아그룹 회장이 지배하는 세아제강지주 체제로 나뉜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태성 사장은 세아홀딩스 체제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2014년 본인이 지분을 100% 소유한 HPP를 설립하고, 이듬해 CTC를 인수하게 했다. CTC를 통해 현금을 벌어들여 HPP가 세아홀딩스 지분을 취득하게 하기 위해서다.

 

세아창원특수강은 CTC가 이태성 회장 개인 회사에 인수된 이후인 2016년 1분기부터 2019년 2분기까지 CTC에 정상 할인(1㎏당 400원)보다 이례적으로 높은 할인(분기당 300t 이상 구매 시 1㎏당 1천원)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위해 CTC만 달성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물량 할인 제도를 설계해 시행했는데, 다른 기업에는 이런 할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다.

 

그 결과 CTC는 26억5천억원 상당의 원재룟값을 절약했을 뿐 아니라, 완제품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재인발(강관의 외경과 두께를 줄이는 가공) 업계 매출액 1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26억5천만원은 이 사건 지원 기간 CTC 매출 총이익(81억원)의 32.6%, 영업이익(43억원)의 61.3%에 해당한다.

 

반면 CTC에 대한 세아창원특수강의 영업이익률은 2014년 30.5%, 2015년 20.2%에서 2016년 -5%로 급감했다. CTC가 적자를 보지 않도록 세아창원특수강이 대신 영업 적자를 감수한 것이다.

 

공정위는 "물량 할인 제도라는 외형을 갖췄더라도 계열사 지원을 목적으로 설계·시행되는 등 그 자체가 합리성이 없는 것이라면 부당 내부거래에 해당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라며 "대기업 집단 계열사들이 특수관계인 개인 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특수관계인에게 부를 이전시키고 특수관계인 계열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한 행위를 적발·제재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세아특수강과 HPP에 각각 21억2천200만원, 11억5천400만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이태성 사장에게도 시정명령을 부과했으나 검찰 고발 대상에 포함하지는 않았다.

 

공정위는 "자연인을 고발하기 위해선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한데 이 사건은 이태성 사장이 지시·관여한 사실이 객관적 자료로 확인되지 않아 법인만 고발했다"며 "이 사건 물량 할인 제도 신설의 주된 목적이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보다는 CTC의 수익 개선에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세아홀딩스는 이날 세아 그룹 명의 입장문을 내고 "공정위 조사 및 심의 과정에서 계열사 CTC에 대한 부당 지원이 없었음을 충실히 소명하고자 최선을 다했으나 결과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세아홀딩스가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제기할지는 추후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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