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목록

신탁부동산의 처분과 관련한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

정은영-프로필사진.jpg
정은영 변호사
(조세금융신문) 1. 사실관계1)

  
가. 갑은 원고인 X주식회사에 대하여 부담하고 있던 대출원리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을 소유의 토지 및 건물(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함)을 병 부동산신탁에 신탁하되, 우선수익자를 원고로 하여 수익권리금을 185억원으로 정하고, 병 부동산신탁은 수탁자가 되어 이를 보전·관리하되, 갑이 대출금채무의 상환을 이행하지 않거나 우선수익자인 원고의 요청이 있는 경우 신탁받은 이 사건 부동산을 처분하여 환가·정산하기로 하는 내용의 부동산관리·처분신탁계약을 원인으로 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나. 원고는 갑으로부터 위 대출원리금채무를 변제받지 못하자 병 부동산신탁에 대하여 이 사건 부동산의 환가를 요청하였고, 이에 병 부동산신탁은 정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공매처분하고 매각대금 181억원(토지가격 38억원 + 건물가격 130억원 + 건물분 부가가치세 13억원)을 수령하였다. 병 신탁회사는 위 수령한 대금 중 병 부동산신탁의 신탁사무처리비용 및 신탁보수와 선순위채권인 종합토지세 체납액을 공제한 나머지 금원에서 위 건물의 매각에 따른 부가가치세 상당액을 공제한 166억원을 우선수익자인 원고에게 지급하였다.

 
다. 을의 관할 세무서장인 반포세무서장은 을에 대한 합계 1억4천만원의 체납조세채권(교육세 등)을 원인으로 병 부동산신탁이 을에게 지급할 위 미지급 정산금 채권을 압류하였는데, 그 압류통지를 받은 병 부동산신탁은 위 건물분 부가가치세 상당액과 그동안 발생된 이자를 합한 13억3천만원에서 공탁관련 비용을 공제한 나머지 13억2천만원을 채권자 불확지를 이유로 피공탁자를 ‘원고, 갑 또는 대한민국’으로 정하여 변제공탁하였다.

 
다시 반포세무서장은 이 사건 부동산을 정에게 양도함에 따른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가 갑임을 전제로 그 부가가치세 등 합계 1,692,989,594원의 조세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추가로 위 공탁금 중 기존 압류금액을 뺀 나머지 전액에 관하여 국세확정 전 보전압류를 하였다.

 
라. 원고는 갑과 대한민국을 상대로 하여 위 공탁금에 관한 출급청구권이 원고에게 있다는 확인을 구하는 취지의 공탁금출급청구권확인의 소를 서울지방법원에 제기하였다.

  
2. 쟁점

 
부가가치세법은 신탁법상 신탁된 재산에 대하여 수탁자가 신탁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신탁재산을 양도하는 경우 그 납세의무자가 위탁자, 수탁자 또는 수익자 중 누구로 할 것인지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와 관련하여 수탁자가 신탁재산을 관리, 처분 등 신탁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수탁자 자신의 명의로 신탁재산의 처분계약 또는 개발행위와 관련한 공사도급계약 등을 체결하게 되는 바, 이와 같은 신탁업무처리와 관련하여 부가가치세법상의 사업자 즉,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를 누구로 볼 것인지가 문제된다.

 
즉, ①법적 실질에 따라 자신의 명의와 책임 하에 신탁업무를 처리하는 수탁자를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로 볼 것인지, 아니면 ②경제적 실질에 따라 신탁재산의 실질적인 소유자로서 신탁과 관련한 이익 및 비용의 최종적인 귀속권자인 위탁자를 사업자로 보아 부가가치세를 부과할 것인지, 또는 ③신탁수익의 귀속권자인 수익자를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자로 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3. 신탁부동산의 처분시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

 
신탁부동산의 처분과 관련한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를 판단함에 있어 대법원은 부가가치세법 제6조 제5항의 위탁매매 규정을 준용하여, 부동산 신탁유형과 관련 없이 자익신탁과 타익신탁을 구분한 후, 자익신탁에서는 위탁자를, 타익신탁2)에서는 수익자를 납세의무자로 보고 있다.
  
부가가치세는 사업상 독립적으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자 즉, 사업자가 이를 납부할 의무를 지는 것이고(법 제2조제1항), 한편 신탁법상의 신탁은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특정의 재산권을 이전하거나 기타의 처분을 하여 수탁자로 하여금 신탁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권을 관리·처분하게 하는 것인 바(신탁법 제1조 제2항), 수탁자가 신탁재산을 관리·처분함에 있어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거나 공급받게 되는 경우 수탁자 자신이 계약당사자가 되어 신탁업무를 처리하게 되는 것이나 그 신탁재산의 관리·처분 등으로 발생한 이익과 비용은 최종적으로 위탁자에게 귀속하게 되어 실질적으로는 위탁자의 계산에 의한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신탁법에 의한 신탁 역시 법 제6조 제5항 소정의 위탁매매와 같이 '자기(수탁자) 명의로 타인(위탁자)의 계산에 의하여'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거나 또는 공급받는 등의 신탁업무를 처리하고 그 보수를 받는 것이어서, 신탁재산의 관리·처분 등 신탁업무를 처리함에 있어서의 사업자 및 이에 따른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원칙적으로 위탁자라고 보아야 한다.

 
신탁계약에 있어서 위탁자 이외의 수익자가 지정되어 신탁의 수익이 우선적으로 수익자에게 귀속하게 되어 있는 타익신탁의 경우에는, 그 우선수익권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는 신탁재산의 관리·처분 등으로 발생한 이익과 비용도 최종적으로 수익자에게 귀속되어 실질적으로는 수익자의 계산에 의한 것으로 되므로, 이 경우 사업자 및 이에 따른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위탁자가 아닌 수익자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3. 4. 25 선고 99다59290판결).
  
국세청의 유권해석(서면3팀-996, 2008.5.19)도 대법원판례의 법리와 동일하다.3)
  
4. 판례에 대한 검토

 
대법원은 신탁거래에 있어서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와 관련하여 부가가치세법 제6조 제5항(현행 부가가치세법 제10조 제7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위탁매매에 대한 규정을 근거로 하였다. 신탁제도와 위탁매매제도 모두 수탁자 명의로 법률관계가 형성된다는 점은 동일하다.

 
그러나 위탁매매는 자기의 명의로 타인의 계산으로 행위를 하므로, 거래상대방과의 관계에서 법적효과는 위탁매매인에게 귀속하지만 경제적 효과는 위탁인에게 귀속한다. 즉, 위탁매매인과 위탁인간의 관계는 위임계약관계이므로 위탁매매인의 법적효과의 귀속과 경제적 효과의 귀속이 분리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에 비해 신탁법상 신탁에 있어서 위탁자가 신탁재산을 수탁자에게 이전하면, 신탁재산의 대내외적인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이전되며 수탁자는 신탁재산에 대한 합법적 소유자가 되어 이에 따른 법률행위의 법적·경제적 효과가 모두 수탁자에게 귀속된다.

 
그렇다면 위탁매매와 신탁은 전혀 다른 법률제도임에도 우리 대법원은 신탁에 있어서 위탁매매의 규정을 차용하여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를 설명하고 있다.4) 이와 더불어 실무적으로 더욱 문제가 되는 부분은 타익신탁에 있어서 우선수익자를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로 볼 때 매입세액 공제와 관련해서 분쟁의 소지가 있어왔다.

 
논리적으로 볼 때, 채무불이행이 된 순간 채무자인위탁자가 채권자인 우선수익자에게 채무변제의 대가로 신탁재산을 이전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시점에 위탁자가 재화를 우선수익자에게 공급한 것으로 보아 위탁자가 우선수익자에게 재화의 공급에 따른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고, 우선수익자가 신탁재산을 처분함에 따라 발생하는 매출세액에서 위탁자 세금계산서에 의한 매입세액을 공제하여 신고납부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종래 과세관청은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인 우선수익자가 직접 매수자에게 재화를 공급한 것으로 보아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도록 하여 왔다(서면3팀-2684, 2007.9. 28.). 이런 불합리가 계속 문제되자 국세청은 최근 유권해석으로 타익신탁에 있어서 우선수익권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는 부가가치세법 제17조 제1항에 따라 그 세금계산서에 적힌 매입세액을 자기의 매출세액으로 공제할 수 있다(법규부가 2012-153, 2012.4.24.)고 해석함으로써 불합리를 일부 개선했다.

 
결론적으로 신탁재산의 처분에 따른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자에 대한 대법원의 종래 판례는 우선수익자는 형식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재화인 부동산을 이전받은 바도 없고, 단순히 위탁자가 채무불이행함에 따라 신탁계약에 정하여진 조건에 따라 신탁재산을 환가하여 자신의 채권을 변제받은 것 뿐인데, 우선수익자에게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를 전적으로 부담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5)

  

1) 위 사실관계는 대법원 2003. 4. 25. 선고 99다59290 판결을 수정한 것이다. 

2)
위탁자와 수익자가 동일한 신탁을 자익신탁이라 하며, 위탁자와 수익자가 다른신탁을 타익신탁이라 한다. 

3)
신탁법에 의한 신탁재산을 매각하는 경우에 있어 신탁재산의 매각에 따른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위탁자가 되는 것이나 신탁계약상 위탁자가 아닌 수익자가 따로 지정되어 있어 신탁의 수익이 우선적으로 수익자에게 귀속하게 되어 있는신탁(타익신탁)의 경우에는 그 우선수익권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우선수익자(금융기관 포함)가 납세의무자가 되는 것임.

 
4) 이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를 판단함에 있어서 신탁제도의 고유의 특성에 따라 신탁계약의 체결 경위, 목적, 취지, 거래대상, 거래당시 비율지출의 당사자, 거래사업의 실질담당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실질적인 부가가치의 귀속주체를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백재승, 신탁재산의 관리처분상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 법률신문 3236호, 법률신문사; 조철호, 부동산신탁에있어서 신탁부동산의 처분에 대한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 재판자료 108집(2005년), 법원도서관, 397면 내지 399면).

 
5) 국세청은 금융기관이 담보목적으로 우선수익권이 아닌 질권을 설정한 경우로서 채무불이행으로 신탁부동산을 환가처분하는 경우에는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를 질권자인 해당 금융기관인 질권자로 보지 않고 위탁자로 보고 있다(부가가치세과 - 1196, 2012. 11. 30.). 

 


 

 

 

정은영 법무법인(유) 원 변호사, 현) 가업승계·상속팀 전문변호사,

학 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동대 상법 석사과정
이 력 : 사법연수원 37기 수료
이메일 : eyjung@onelawpartners.com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