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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연봉 그룹 오너 등기이사 무더기 사퇴…연봉공개 회피용?

비등기임원 확대‧연봉지급기준 공개 등 보완 필요

(조세금융신문) 상장사 등기임원 보수 공개 후 고액연봉 논란에 시달렸던 대기업 회장님들이 그간 맡아왔던 상장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일제히 물러나면서 제도 도입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의 퇴진은 5억 원 이상 등기임원 연봉을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법률이 시행된 시점(11월29일)을 전후로 이뤄져 비판을 받고 있다.


대기업 총수들이 자신들의 고액 연봉 공개를 회피하기 위해 등기임원직에서 물러나 제도의 취지가 훼손되고 있어 공개 대상을 비등기임원으로 확대하고, 연봉 지급 기준 등도 밝히는 등 이를 보완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9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지난해와 올해 슈퍼 주총데이가 있었던 3월까지 그룹 내 상장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오너 전문경영인을 조사한 결과, 총 12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10명은 5억 원 이상 연봉자로 보수가 공개됐다. 이들의 지난해 보수 총액은 444억7800만 원에 달했다. 1인당 평균 44억4800만 원을 챙긴 셈이다.

 
이 중 보수가 가장 많은 오너 전문경영인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으로, 3개 상장계열사로부터 214억500만 원을 지급받았다.


계열사별로 SK이노베이션에서 112억400만 원, SK C&C 8억100만 원, SK하이닉스 22억 원이다. 최 회장은 올해 실형 선고를 받고, 전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는 한편 총 4개 계열사에서 받은 지난해 보수 301억 원을 모두 반납키로 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한화(72억2400만원)와 한화케미칼(26억1200만원) 2개 상장사에서 98억3600만 원을 받았다. 김 회장은 올해 2월 한화와 한화케미칼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고, 연봉이 공개된 이후 총 5개 계열사(비상장 포함)로부터 받은 331억 원 중 200억 원을 반납하고 올해는 월급을 받지 않기로 했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은 오리온에서 53억9100만 원을 받았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하이닉스에서 22억 원의 연봉을 챙겼다. 최 회장 역시 SK하이닉스를 포함한 4개 계열사로부터 받은 지난해 보수 301억 원을 모두 반납키로 했다.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은 이수화학에서 17억3300만 원을, 최은영 한진해운홀딩스 회장은 한진해운에서 17억 원을 각각 지급받았다.

 
최 회장은 4월29일 한진해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고, 그 자리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자리했다. 최 회장은 오는 6월1일자로 인적분할하는 한진해운홀딩스의 기존 법인을 맡게 됐다.

 
구자엽 LS전선 회장은 가온전선 전문경영인을 맡았고, 지난해 총 보수는 12억5800만 원에 달했다. 이어 이동욱 무림제지그룹 회장은 무림페이퍼로부터 9억3000만 원,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은 8억5000만 원, 오형근 대한제강 부회장은 7억6500만 원, 허일섭 녹십자 회장은 6억1100만 원을 각각 지급받았다.

 
이상웅 세방그룹 회장은 지난해 9월 세방전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고, 설윤호 대한제당 부회장은 12월 대한제당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 두 전문경영인 모두 연봉이 5억 원 미만이어서 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기업 오너일가들이 보수공개 부담을 느끼고 등기이사직에서 사퇴하고 미등기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개별임원 보수 공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보수액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미국과 같이 최고경영자의 등기 여부를 불문하고 보수액 상위 3인 등 최소 5인 이상의 보수를 공시하는 방안과 개별임원 보수의 구체적인 산정 기준과 방법에 대한 공시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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