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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일의 세상 돋보기] 영화 ‘서울의 봄’ 당시 고 김우중 회장의 예지력

(조세금융신문=김우일 대우M&A 대표) 79년 12월 12일 저녁 7시, 경천동지할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

 

바로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수하병력이 상관인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강제로 연행체포하는 하극상이 일어났고 이는 권력탈취를 위한 한 개인의 불법적인 군사반란사건이었다.

 

필자는 당시 고 김우중 회장이 이끄는 대우그룹의 최고사령탑인 그룹기획조정실 대리로 근무중이었기에 최근 상영된 12.12사태를 다룬 ‘서울의 봄’ 영화를 보고는 43년 전에 통치권력만 아니라 재계에도 휘몰아친 충격의 광풍이 아련히 추억 속에 되새겨졌다.

 

12.12때 필자는 7시경 서울역 앞에 있는 대우센터에서 퇴근하기 위해 강남으로 가는 택시를 타고 가던 중 한남동 입구에서부터 헌병들이 총으로 무장한 채 교통통제를 하는 바람에 2시간이나 막혀 있었던 기억이 난다. 다음날 뉴스를 보고 그 연유를 알았다.

 

최규하 대통령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 하극상의 쿠데타 발생은 정치권보다도 더 특별히 재계에 충격적이었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더욱 팽배했다.

 

왜냐하면 당시 재계는 고 박정희 대통령의 특별한 통제 속에 우리나라의 경제도약을 이끄는 정치와 더불어 쌍두마차였기에 갑자기 사라진 대통령의 유고가 향후 재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하는 점 때문이었다.

 

그때는 대통령과 재벌총수 간의 함수관계는 기업을 성장시키기도 하고 거꾸로 붕괴시키기도 하는 끊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였다. 그러기에 이 쿠데타는 명목상의 최규하 대통령이 아닌 다른 미지의 최고권력자가 탄생할 것이라는 예감을 재벌총수들에게 주었고 이는 총수들의 최대 관심사이며 그룹기획조정실에서는 그 대책을 세워야 했다.

 

사실 대우그룹의 창업자인 고 김우중 회장의 선친인 김용하 씨는 고 박정희 대통령의 사범학교시절 스승이기도 해 창업 당시 수출전사인 청년 김우중을 불러 “총칼이 아닌 와이셔츠로 세계를 지배하는 김기스칸이 되라”는 격려와 함께 그룹육성에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덕분에 대우그룹은 국내 재계 2위로 올라서고 세계경제포천지에 재벌순위 18위로 부각되기도 했다.

 

이 12.12사태로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와 자기 그룹에 어떤 유불리가 있을 것인가가 각 그룹의 기획조정실의 최고 연구과제였다. 그야말로 생존에 관련된 과제였다. 대우그룹도 기획조정실주관하에 비밀리에 TFT팀을 만들었다.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 ▲대우그룹에 유리, 불리점은 무엇인가 ▲그 대책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에 대하여 해외연구소 등 온갖 안테나를 통해 검토하기 시작했다.

 

당시 노무리증권에서 얻은 정보로는 북한에서도 과연 이남의 남조선의 대통령이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하여 다각도의 접촉이 있었다할 정도로 오리무중이었다.

 

당시 우리의 보고서는 ▲국무총리 신현확 ▲대통령 최규하 ▲계엄사령관 정승화 ▲김종필 ▲김영삼 순으로 열거됐다. 추후 대통령이 된 야당투사인 김대중은 빠졌다.

 

현직 국무총리와 대통령이 상위순에 거론된 것은 실제 힘은 없지만 군부와의 야합가능성을 고려했기 때문이었다.

 

대우그룹의 입장은 김영삼만 아니면 나머지 모두 고 박정희 대통령의 유업을 후계할 정도였으니 긍정적이었다. 곧 고 김우중 회장과 같이 심야에 머리를 맞대었다. 당시 보고서를 본 고 김우중 회장의 예리한 예지력은 지금까지도 기억에 생생하다.

 

“이거 다 틀렸어. 너희들 이걸 모르는구먼. 권력은 어디서 나오나? 바로 총구멍에서 나와. 그러면 총구멍은 어디서 나오나? 바로 정보야. 즉, 정보-총구멍-권력이야. 정보를 쥔 사람이 선제공격할 수 있으니 바로 대통령 될 사람이야. 그 TV 봤지? 머리 없는 분. 보안사령관 전두환. 이분이야, 별 두 개지만 이 사람의 눈을 봐. 야심이 가뜩이야. 대책 세워”

 

이후 기획조정실은 보안사령관의 최측근 대령을 위시해서 6명을 그룹으로 전격 채용했다. 최측근 이모대령은 필자의 서울고 10년 선배이며 육사의 럭비선수로 이름 날려 전두환 소장의 최측근이 되었다.

 

또한 보안사령관의 절친이며 육사동기인 손모씨를 그룹 계열사사장으로 전격채용했다. 그리고 만약을 위해 정승화 계엄사령관의 아들을 뉴욕지사에 전격채용했다. 전격이란 절차가 세 번 들어갔다. 나중에 전두환 대통령의 아들이 대우실업에 근무하며 대우실업의 여직원과 결혼해 청와대서 열린 결혼식에 참석하기도 한 일화도 있다.

 

어떤 분야이든 정보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특히 비즈니스에서의 성공은 정보가 제일 우선이다. 경쟁자보다 정보를 먼저 알아야 블루오션에 먼저 진입할 수 있고 성공에 이르는 개척도로가 시야에 들어오는 법이다.

 

중국말에 반보영선(半步領先)이라는 말이 있다. 블루오션시장에 남보다 반보 앞서서 진출한다면 성공한다는 말이다. 십보영선(十步領先)은 실패한다. 반보가 아니라 십보, 너무 앞서면 시장이 숙성되어 있지 않아 아직 시기상조라 실패한다는 말이다.

 

숙성시장의 반보영선, 이 time을 잡는 것은 오로지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프로필] 김우일 대우김우일경영연구원 대표/대우 M&A 대표

•(전)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전)대우그룹 기획조정실 경영관리팀 이사

•인천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박사

•서울고등학교, 연세대 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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