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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④ 선거판 흔드는 3대 뇌관

“결선 투표 여부” 판세 가르는 뇌관...“강호동 vs 현직 회장 대리전” 될 수도
시험대에 오른 직선제 하의 “정책과 비전” 평가
8명의 등록 후보자 오늘(12일)부터 본격 선거운동 돌입

 

(조세금융신문=구재회 기자) 차기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판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농협 안팎의 정세에 기초해 전체 판세를 분석한 결과, “1강·2중” 구도로 좁혀지는 양상이다. 합천율곡농협의 강호동 후보가 독주체제를 구축한 가운데, 부산금정농협의 송영조 후보와 동천안농협의 조덕현 후보가 추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직선제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 과정을 보면, 이전의 대의원 간선제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290표짜리 선거와 1,250여 개로 표층이 넓어진 선거에서는 예기치 못한 변수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대의원제도의 경쟁 우위 원천인 “결선 투표 뒤집기 ▶전·현직 회장의 대리전 ▶정책 무용론” 변수가 직선제하에서도 판을 흔드는 뇌관이 될지 지켜볼 대목이다.<편집자 주>

 

1. 결선 투표 뒤집기 가능한가?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획득한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 최다 득점자 2인이 2차 결선 투표를 통해 당선자를 뽑는 방식이다. 따라서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해도 2차 결선 투표에서 뒤집힌 사례가 허다하다. 심지어는, 전략적으로 1차 투표에서 2위를 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대의원 간선제는 후보간 담합을 통한 한판 뒤집기가 상대적으로 쉬우므로, 막판 변수로 작용하곤 했다.

 

 

역대 대의원 간선제 선거를 보면, 1차 투표로 끝난 사례는 최원병 전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제22대 선거가 유일하다. 유력 후보 중 한 명이었던 합천가야농협의 최덕규 후보가 선거 전날 사퇴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결선 투표와 같은 1차 투표로 보는 것이 맞다. 제23대 선거에서는 1차 투표에서 2위를 기록한 김병원 후보가 결선 투표에서 이성희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바 있다. 제24대 선거에서는 이성희 후보가 1차 투표와 결선 투표에서 모두 승리했다. 그러나 유권자층이 두터워진 조합장 직선제하에서는 후보 간 조직적 담합이 어렵기 때문에, 결선 뒤집기가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차기 농협회장 선거 구도를 분석해 보면, 한발 앞서 달리고 있는 강호동 후보가 1차 투표에서 무난히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강호동 후보가 1차에서 과반을 득표하지 못하면, 후보 간 연대를 통해 2차 투표에서 뒤집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00명이 투표하는 대의원 선거에서 탈락 후보의 암묵적 지지 선언이 지역표 결집을 통해 판을 뒤집는 뇌관으로 작용했던 게 사실이다. 조합장 직선제하에서 대의원 간선제에서 보여준 표 결집이 가능할지는 여러가지 변수 우려가 있어 지켜봐야 한다. 

 

2. 강호동 vs 현직 회장 대리전 가능할까?

 

이번 선거는 현직 회장이 선거판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져 선거 구도가 복잡한 형태로 전개될 개연성이 높다.

 

현재 선거 구도는 강호동 후보가 앞서는 가운데 송영조 후보와 조덕현 후보가 추격하는“1강-2중” 양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는 선두 주자인 강호동 후보와 이성희 회장의 대리전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즉, 특정 후보 지역과 이성희 회장의 경기도가 지역 연합을 통해 높은 수준의 표 결집력을 보여준다면, 딱히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반대로, 지역 간 담합이 표심에 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지난 23대 중앙회장 선거는 사실상 김병원 후보와 최원병 전임 회장의 대리전으로 치러졌다. 이 선거에서 이성희 후보는 1차 투표에서 1위를 하고도 2차 결선 투표에서 김병원 후보에게 밀린 바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그 당시 최원병 회장이 이성희 후보의 킹메이커로 등장하였으나, 현직 회장의 선거개입 의혹이 불거지면서 역풍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유권자 모수가 3배 이상 늘어났다는 점에서, 조직적 담합보다는 선거 중립에 대한 자기 검열이 작동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이성희 회장을 둘러싼 킹메이커 이슈가 변수로 불거지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3. 무용지물 된 정책 선거 부활하나?

 

농협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정책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다. 역대 선거에서도 후보들의 정책 역량이 제대로 평가받은 적이 거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소수의 유권자가 투표하는 대의원 간선제하에서는 정책과 비전이 후보간, 지역간 담합 등 지역선거에 밀려나기 일쑤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책 선거가 사라지다 보니 후보들의 선거 공약은 내용이 부실하거나 선언적 구호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심지어는, 마치 답안지를 베낀 것처럼 내용이 유사한 공약들이 차고 넘치다 보니, 공약으로 표심을 공략하는 것 자체가 유명무실한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물론, 선거를 통해 후보들의 정책 역량을 가려내지 못하면, 그 피해는 시차를 두고 유권자인 지역 농축협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지난 24대 선거에서 많은 후보가 상호금융 혁신 방안으로 추가정산 1조원 시대를 약속한 바 있다. 후보들의 상호금융 공약을 보면, 공약의 얼개도 없고 추진 체계나 실행 계획도 없이 의지 목표로 추가정산 1조원을 던지는 격이다. 그 결과, 올해에는 농축협에 대한 추가정산마저도 어렵다고 한다. 추가정산은커녕 아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추가정산 제도를 없애자는 논의가 있었다는 제보도 있다. 농축협 경제사업 지원 공약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평가다. 그 책임은 표심으로 후보들의 정책 역량을 걸러내지 못한 유권자에게 있을 것이다.

 

따라서 유권자가 정책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면, 후보들이 좋은 정책 개발에 시간과 자원을 투자할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후보들이 본인들의 정책도 숙지하지 못하는 당황스러운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 유권자의 표심이 무능하거나 부실한 후보를 과감하게 걸러낼 수 있어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관행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선거는 조합장 직선제로 치러진다. 대의원제도의 고질적인 병폐로 거론되는 후보 간 담합이나 지역 간 연대 등 지역선거 관행을 타파하고, 후보들이 정책과 비전으로 평가받는 공정한 선거로 치러져 과거 농협중앙회의 부정선거 흑역사가 지워지길 기대한다.

 

한편, 중앙선관위원회는 12일 제25대 농협중앙회장선거 후보자 등록을 마감하고 총 8명의 후보자(기호 1번 황성보<현 동창원농업협동조합 조합장>, 기호 2번 강호동<현 율곡농협조합장>, 기호 3번 조덕현<현 동천안농협 조합장>, 기호 4번 최성환<현 부경원예농업협동조합 조합장>, 기호 5번 임명택<전 지역농협 6년 근무>, 기호 6번 송영조<현 부산 금정농업협동조합 조합장>, 기호 7번 이찬진<전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기호 8번 정병두<현 국회의원 예비후보>)를 발표했다. 

 

선거운동은 후보자만 가능하며, 선거운동기간은 오늘(12일)부터 선거 전일인 24일까지다. 다만, 선거 당일(25일)에는 후보자 소개 및 소견 발표와 문자메시지 전송을 통해 지지 호소가 가능하다.

 

선관위는 부정선거를 방지하기 위해 농협중앙회장선거 관련 위반행위 신고 시에는 최고 1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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