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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의 슬기로운 와인한잔] 750ml 와인 병에 숨겨진 흥미로운 이야기

 

(조세금융신문=이진우 와인디렉터) 음료를 접하는 모든 이들은 종종 ‘왜 모든 음료의 병은 크기가 다를까?’라는 마음속 질문을 던져본 경험들이 있을 꺼라 생각합니다. 특히 우주 속에 포함되어 있는 별의 수만큼 다양한 종류의 술을 담고 있는 병의 사이즈와 디자인도 천차만별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유독 다른 술에 비해 테이블 위에 길게 자리하고 있는 와인병의 사이즈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 도움 드릴 수 있는 내용으로 글을 준비해보았습니다.

 

와인병은 유리 장인이 한번에 불 수 있는 크기다?!

 

액체 제품의 기본 부피 단위는 평균적으로 1리터(물, 우유 등)이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와인 병은 대부분 750ml입니다. 19세기에 표준화된 와인병의 사이즈를 설명하기 위해 수많은 설이 있지만 그중 가장 설득력 있는 1개의 설과 팩트를 기반으로 한 궁금증을 풀어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이상하지만 멋진 가설입니다. 750ml 병사이즈가 확립된 이래로 여러 가지 설명이 제시되었으며, 그 중 일부는 갸우뚱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들로 뒷받침되는 이야기입니다. 와인은 고대에 암포라와 같은 항아리에 보관하였지만 운반에 적합하지 않아 담는 용기가 유리로 대체되었습니다. 하지만 약한 유리의 강도 또한 운반에 적합하지 않아 직접 장인들이 입으로 불어서 높은 강도의 병으로 생산해내는 과정에서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유리 장인의 평균 폐활량으로 한번에 불어 만들 수 있는 최대 크기의 병은 약 650ml~750ml 정도 되었다고 합니다. 프랑스 역사 자료를 검색해 본 결과 약 5년 이상 기술자분들은 650ml~700ml, 최소 8년 이상이 되면 750ml까지 거뜬히 불 수 있는 폐활량이 생긴다고 합니다.

 

초보 해녀와 프로 해녀가 물속에서 잠수 할 수 있는 시간의 비례를 예시로 함께 전달 드리고 싶습니다. 위 내용처럼 병을 750ml로 만들 수 있는 날숨은 사람이 숨을 잃기 전에 내쉴 수 있는 최대치의 평균 공기의 양이라는 점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750ml가 유럽의 표준이 된 이유

 

두 번째는 팩트를 바탕으로 전해지는 이야기입니다. 와인하면 가치와 명성 그리고 최고라고 자부하는 국가가 프랑스이지만 와인병 용량의 역사는 이웃 국가인 영국에서 이루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조치는 실제로 영국이 프랑스 와인의 주요 수입국이었던 19세기에 보르도 재배자와 보르도의 영국 와인 상인에 의해 선택되었다는 내용입니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이미 액체의 양을 측정하기 위해 리터 단위를 사용했지만 영국은 갤런(1갤런=3.785412L)이라고도 하는 상당히 다른 측정 단위를 사용하면서 보르도 와인이 해외로 운송될 때 60갤런[225리터=바리크(Barrique)] 단위로 운송되었습니다.

 

이 양을 병으로 바꾸는 것은 프랑스 포도주 상인들에게 골칫거리였습니다. 따라서 구매 과정에서 이러한 전환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여러 병을 유통 단위로 쉽게 환산될 수 있게 용량을 설정해야 했습니다.

 

그리하여 프랑스 보르도는 영국 와인 상인 하우스에 225리터 배럴을 300병(75cl)으로 나눌 수 있는 측정 단위를 찾아 적용하였다고 합니다. 이는 당시 와인 수출하는 물류 선박의 적재에 가장 최적화된 단위였다고 합니다. 이후로 이 측정 1병(750ml)은 유럽의 표준이 되었다고 합니다.

 

와인이 일반적으로 전세계 유통업계에서의 최소 발주 단위가 각 병의 단가에 따라 6병 또는 12병입니다. 좀 더 디테일하게 설명해 드리면 해외에서 수입확정시 패킹되어 있는 1박스 단위가 6병 또는 12병으로 되어 있는 이유가 과거 1갤런이 약 6병이고 2갤런이 약 12병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대한민국 수입되는 와인은 KPP(플라스틱) 일명 빠레트라고 불리는 적재 베이스에 평균으로 1박스 6병일 경우 120박스, 12병일 경우 60박스)

 

따라서 혹자는 이런 전통적인 750ml 병 사이즈의 실용적인 이유로 술을 과하게 못 마시는 분들께는 그 이상의 알코올아리(숙취)가 있는 쁘띠 고통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했다고도 생각합니다.

 

24년도 어느덧 2월입니다. 1병(750ml)이 전하는 풍미와 이야기에 집중해서 다가오는 한해의 스토리를 주변 분들과 함께 뜻 깊게 만들어 보시길 추천합니다. 과한 음주는 스스로가 마시는 술이 아닌 술이 나를 마시는 역행의 지속입니다. 또 재미난 와인 이야기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진우

• ShinsegaeL&B 재직중(Hotel/Fine Dinning 전문 세일즈 및 교육)
• 건국대학교 산업대학원(생물공학과 와인양조학 석사)
• 한국 소믈리에 협회 홍보실장 역임
• Germany Berlin Wein Trophy 심사위원 역임
• 한국직업방송 ‘소믈리에 가치를 선사하다’ 출연
• 전) The Classic 500 Pentaz Hotel Sommlier 근무
• 전) Grand Hyatt Seoul Hotel 근무
• 전) Swiss Kirhoffer Hotel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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