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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한 칼럼] 위기의 경제, 잘못된 진단과 처방이 문제 上편

 

(조세금융신문=송두한 전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 선험적으로, 한 나라의 경제 운영이 정치(포퓰리즘)나 이념 편향에 좌우된다면, 이는 경제가 망가지는 지름길일 것이다.

 

문제는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비상경제 상황에 직면해 있고, 고금리‧고물가 충격에 노출된 민생경제는 사실상 금융위기나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국민이 어려울 때 힘이 되면 좋은 경제정책이지만, 그 틈새를 좌편향이나 우클릭이 파고들면 그 순간 이념에 병든 정책으로 변질된다.

 

민생대란의 위기를 뒤에 남겨 두고 정부가 시장주의 이념만 무한 반복하는 지금의 상황이 그렇다. 시장 실패를 경험하는 경제 주체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좋은 거시지표만 뽑아내 선택적으로 발표한다면, 경제 주체가 시장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처럼 경제 상황과 괴리된 “선택적” 건전재정과, 민간과 시장 중심 이념이 자칫 친기업‧친자본 편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법인세 인하,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상향 등 부자감세 뒷문을 열어놓고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민생경제는 건전재정 병증인 법인세발 세수펑크 공백을 메우느라 허리가 부러질 지경이다. 우리 경제가 유례없는 글로벌 복합위기에 직면했다 정색하면서도, 한편에서는 “상저하고(上底下高)‧수출 회복”이나 OECD 35개국 중 2등과 같은 장밋빛 전망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잘못된 진단과 처방은 배가 산으로 가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경제 위에 이념이 잘못된 상황 인식을 확대, 재생산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를 강조할 때는 글로벌 복합위기 등의 수사가 자주 등장하지만, 민간과 시장 중심의 경제 질서를 설명할 때는 경제의 역동성을 띄우는 낙관적인 전망이 자주 등장한다. 관치에 뿌리내린 시장주의 이념이 이제는 경제전망의 영역까지 스며들면서 국민이 체감하기 어려운, 현실과 동떨어진 상황 인식을 증폭시키고 있다.

 

추경호 1기 경제팀의 근거 없는 ‘上底下高’ (하반기 경기 반등) 전망은 결국 1.4% 안팎의 저성장 충격으로 막을 내렸다. 가계 실질소득은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목전에 두고 있고, 1인당 국민소득도 2021년 35,523달러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대로라면 저출산과 실질소득 감소의 협공을 받아 ‘3050클럽’ (1인당 국민소득 3만불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 방어선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럴진대, 2기 최상목 경제팀은 한술 더 떠 경제의 역동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견고한 거시지표, 수출 회복세 등에 힘입어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인다며 민간 주도, 시장 중심의 경제 체질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지금은 경제의 역동(Reverse Shift)을 걱정해야 하는 비상경제 상황이다. 경제성장률은 2021년 4.3%로 강한 상승 복원력을 보여준 이후 2022년 2.6%, 2023년 1.4%(IMF 전망치) 등으로 성장 궤도가 저점을 낮추고 있다.

 

급기야 1%대 성장이 굳어지는 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위기의 민생경제는 고금리‧고물가 충격의 직격탄을 맞아 소득 감소가 소비 부진으로 이어지는 내수 침체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선택적 경제전망은 더 큰 위기 부른다

 

정부가 경제정책이나 희망적인 전망을 발표할 때면 항상 전가의 보도처럼 등장하는 든든한 후원자들이 있다. 이전 정부의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OECD 지표 중에서 유리한 지표만 선택적으로 인용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곤 했다. 홍 경제부총리가 ‘또ECD’ 부총리로 불렸던 이유다.

 

현 정부에서는 IMF(국제통화기금)가 이와 유사한 역할을 대행하고 있다. 정부의 국정 홍보 파트너인 IMF에 따르면, 2024년 우리나라 성장률을 2.2%로 제시하며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성장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IMF는 친절한 조언도 잊지 않는다. 골자는 물가 안정세가 명확해질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긴축 통화와 긴축 재정을 통해 재정건전성 확보하고,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생산성 향상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평소 언론 등을 통해 접하는 워딩과 유사한 내용들이다.

 

그렇다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IMF의 엉터리 경제전망(일단 지르고 사후적으로 수정)에 대하여 살펴보자. 통상, IMF는 연말에 차기 연도 전망치를 낸 후, 다음 해부터 4번에 걸친 사후적 보정(1월, 4월, 7월, 10월)을 통해 오차를 수렴하는 엉터리 예측으로 더 유명하다. 전망 참사로 불리는 2020년에는 성장률 오차율(연말 차기 연도 전망치-실제 성장률)이 무려 +2.9%p나 된다.

 

2021년과 2022년 전망치 오차율도 각각 –1.4%p, +0.7%p 등으로 지극히 낮은 수준의 예측력을 보여주었다. 정부가 자주 애용했던 2023년도 전망도 2.0%로 시작해 최근 1.4%까지 내려온 상태다. 정부의 역동경제론도 다분히 IMF의 장밋빛 전망(2024년 2.2% 성장)에 고무된 측면이 있다. 만약, 민간 기업이 이런 관제용 전망을 믿고 사업계획을 수립했다면, 돌이킬 수 없는 비상경영 사태에 직면하기 십상이다.

 

이게 왜 심각한 문제인지 살펴보자. 정부의 경제정책이 선택적 지표에 의존하게 되면, 정확한 상황 인식을 가로막는 오류가 발생한다. 공감하기 어려운 경제정책들이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일사천리로 추진되는 현상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예를 들어보자. 민생경제가 파국으로 치닫는 절대 위기 상황에서 2기 경제팀은 족보도 없는 역동경제 담론에 매몰되는 분위기다. 내수 부진과 수출 충격이 장기화되면서 한국경제가 1%짜리 저성장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무역수지는 2022년 –472억 달로, 2023년 –99억 달러로 2년 연속 적자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대중국 수출 비중은 2022년 25.9%, 2021년 35.3%, 2022년 22.8%, 2023년 19.7% 등으로 급락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우리나라가 OECD 35개국 중에서 재정위기로 망했던 그리스에 이어 당당하게 2등을 했다며 이코노미스트 잡지를 인용한 바 있다. 이제는 하다하다 잡지 기사까지 인용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한국경제가 직면한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민간 주도‧시장 중심발 “시장 실패”를 복원하는 데 모든 화력을 집중해야 한다. 관치로 포장된 시장주의 이념을 걷어내면, 비로소 부자 확장재정‧서민 건전재정, 부채발 민생대란, 부동산발 경기 침체, 자영업 대란 등 민생위기의 본질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또한, 친기업 편향이 시장 중심 이념에 희석되면서 합리적인 규제가 훼손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는 흐름을 보인다. 0.03%의 투자자를 위한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완화, 3주택자 이상을 위한 다주택자 중과 폐지, 지역화폐 폐기 등 친기업‧친자본 편향에 밀려나는 착한 규제들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프로필] 송두한 전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

◾ 국민대학교 특임교수

◾ KDI 경제정책 자문위원

◾ 전) NH금융연구소장(NH금융지주)

◾ 전) Visiting Assistant Professor

(Otterbein University, Columbus, Ohio)

※ 저술: 서브프라임 버블진단과 파급효과 진단, 주택버블주기 진단과 시사점, 경영분석을 위한 고급통계학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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