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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단기납 종신보험’ 전쟁 끝났나…130% 환급률 실종

생보사들, 환급률 일제히 올려
금감원, 과당 경쟁 우려에 제동
130% 못팔게 했더니 127%로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저축성 컨셉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던 ‘단기납 종신보험’이 금융당국의 제동으로 판매가 중단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이 생명보험사들의 단기납 종신보험 ‘고(高)환급률’ 경쟁을 규제 대상으로 지목하면서 환급률 상한선을 제한하고, 생보사 대상 현장 및 서면 점검을 벌이면서 해당 상품에 대한 판매 열기가 주춤하는 상황.

 

다만 금융당국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환급률 상한선을 단 3~4%p 낮춰 아슬아슬하게 상한선을 초과하지 않은 상태로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가 이어지는 등 이른바 ‘꼼수 영업’이 여전히 기승인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생보업계의 고객 확보 경쟁과 금융당국의 제동 속 다양한 형태의 잡음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선 당국이 이처럼 특정 상품 판매를 강하게 제지할 경우 상품 다양성이 사라지고, 고객의 새로운 수요에 대응하려는 의지가 꺾이는 부작용이 있다며 반발하는 반응도 나오는 중이다.

 

◇ 원금 130% 돌려준다고?

 

먼저 단기납 종신보험이란 무엇인가. 단기납 종신보험은 보험료를 5년 또는 7년 동안 납입하고 계약을 10년 이상 유지하면 보험료 환급률을 130% 이상으로 적용해준 상품이다.

 

일반적인 종신보험의 경우 10~30년 동안 보험료를 납입하다가 가입자 사망 시 사망보험금이 지급된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생보사 주력 상품이었는데 외벌이 가정에서 가장 사망 시 남겨진 가족을 위해 가장의 소득을 보전하는 차원에서 가장이 가입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장기간 보험료를 내야 하는 부담이 크다는 측면으로 인해 인기가 식었다.

 

그런데 지난해 2분기 생보사들이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을 높여 판매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납입 기간을 10년 미만으로 확 축소하고 납입 완료 후 3년 이상 가입을 유지하면 납입 보험료의 약 130%를 가입자 사망 시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10년째 되는 시점에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단기납 종신보험 가입자가 크게 늘었다.

 

인기가 높자 생보사들이 앞다퉈 환급률을 높였다.

 

지난달 신한라이프는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에 대해 7년 납입하고 10년 유지 시 환급률을 기존 130%에서 135%로 인상했고 이외 교보생명, 농협생명 푸본현대생명, 하나생명, 한화생명, 동양생명 등도 잇따라 환급률 130% 이상을 내걸었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새 보험회계 국제기준(IFRS17)의 미래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 확보에도 유리한 보장성 보험이므로 생보사 입장에선 더욱 욕심 나는 상품일 수밖에 없었다.

 

 

◇ 130% 팔지 말랬더니, 겨우 3%p 줄여

 

경쟁 과열 조짐이 나타나자 이를 지켜보던 금융당국은 생보사들의 건전성에 우려를 표하며 즉각 제동을 걸었다. 단기납 종신보험의 환급률 상한선을 130%로 제한했다.

 

그러자 일부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 판매를 완전히 중단하는 경우와 환급률을 120% 중후반대로 조정해 판매하는 경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KDB생명이 출시 일주일도 안 된 ‘무심사 우리모두 버팀목 종신보험’ 판매를 중단했고, 푸본현대생명이 ‘MAX 종신보험 원픽’의 단기납 형태 상품 판매를 종료했다. NH농협생명도 법인보험대리점(GA) 전용 상품인 ‘투스텝NH종신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반면 단기납 종신보험의 10년 시점 환급률을 130% 미만으로 조정해 판매하고 있는 경우도 나타났다.

 

KDB생명이 7년납 10년 시점 환급률이 127%인 ‘프리미엄 종신보험’을 판매 중이다. 다음으로 DGB생명 126.7%, 처브라이프생명 125%, ABL생명 124.5%, DB생명 124.1%, 하나생명 124.1% 동양생명 124%, 메트라이프 123.2%, NH농협생명 123%, 한화생명 122.4%, 신한라이프 122%, 교보생명 122% 등 환급률로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금융당국 제재를 피하기 위한 생보사들이 일종의 ‘꼼수 영업’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20% 후반 환급률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상한선 대비 불과 3~4%p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본지 취재진에 “그 정도면 130%로 사실상 판매하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다고 볼 수 없다”고 언급했다.

 

◇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

 

업계에선 금융당국의 우려와 같이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가 생보사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우려와 시장 수요가 있는데 경쟁 제한 조치를 내리는 것은 다소 과하다는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

 

먼저 금융당국의 우려처럼 단기납 종신보험 과열 경쟁이 계속될 경우 보험사의 건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이에 따르면 보험상품은 적당히 해지 수요가 있어야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부담이 낮아지면서 건전성이 유지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단기납 종신보험은 높은 환급률로 인해 만기 이후 해지가 일시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통상적으로 보험사들은 보험료 해지 시 지급하게 될 보험금에 대비해 ‘준비금’을 적립해 두는데 만약 실제 해지율이 보험사 예상보다 낮을 경우 만기 시 지급하게 되는 보험금 규모가 커져 보험사의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취재진에 “대형 보험사는 몰라도 중소형사라면 이런 우려가 실제 상황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을 것”이라며 “단기납 종신보험 만기가 일시에 몰리면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공급 막는 것 과해”

 

이에 비해 안정적인 공급원이 있다는 전제하에 단기납 종신보험 공급 자체를 막는 것은 다소 과한 처사란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취재진에 “생보사 입장에선 IFRS17를 고려하면 보장성 보험 판매에 주력할 수밖에 없고 여기에 도움이 되는 게 종신보험 판매”라며 “시장에 니즈가 있는데 이를 포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기납 종신보험은) 외환 위기 이후 2000년대 인기를 끌다가 주춤했던 상품이었다”며 “이걸 최근 생보사들이 납입기간을 줄이고 환급률을 높이는 등 새로운 시도를 통해 소비자 니즈에 맞는 상품으로 재탄생시킨 것인데 (금융당국의 제지는)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덧붙였다.

 

저출생으로 인해 신규 고객 유입에 대한 기대를 낮출 수밖에 없는 생보사 입장에선 기존 고객에게 다양한 형태의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런 시도가 초반부터 막히면 결국 기존 대형 생보사 중심으로 시장 판도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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