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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빚부터 갚자?”…기업예금, 2004년 이후 첫 ‘역성장’

기업 원화 예금 잔액, 지난해 말 전년比 0.91% 감소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지난해 기업이 예금주인 예금은행의 원화예금 잔액이 19년 만에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이자 부담이 커진 기업들이 부채 축소(디레버리징)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2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기업의 원화 예금 잔액은 전년 대비 5조8262억원(0.91%) 줄어든 637조501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기업예금 잔액이 줄어든 것은 2004년 이래 19년 만의 일이며,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공개한 1975년 이후 두 번째다.

 

기업 예금 잔액 추이를 살펴보면, 1975년 1조171억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늘었고, 2004년 처음으로 감소했다. 그 다음 2022년까지 꾸준히 증가하다 지난해 두 번째로 감소세를 나타낸 셈이다.

 

기업예금이 감소세로 돌아선 이유는 2021년 말부터 금리상승이 본격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예금 종별로 살펴보면 저축성‧요구불예금 모두 2021년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와 한국은행이 본격적으로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2022년 요구불예금이 빠져나갔다.

 

이후 2022년 예금은행의 기업 요구불예금 잔액은 전년 말 대비 13조764억원(10.11%) 줄어든 116조2890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에는 저축성‧요구불예금 모두 줄었다.

 

저축성 예금은 정기예‧적금, 저축예금, 기업자유예끔 등 약정된 기간이 지나야 인출이 가능한 예금이고, 요구불예금은 보통‧당좌예금처럼 언제든 꺼내쓸 수 있는 예금이다.

 

이와 관련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기업들이 예금을 통해 디레버리징, 부채축소를 진행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기업 대출이 꾸준히 늘었고 동시에 연체율도 상승곡선을 이어간 것을 감안할 때 이자 갚기가 부담인 상황에서 예금액을 늘리기 어렵다 판단했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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