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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금감원, 2금융권에 "경공매 활성화 방안 마련"…PF 구조조정 속도날까

저축은행중앙회 '가격 설정 방식' 의견수렴…상호금융권으로 이어질듯
PF 사업장 분류 이달 중 3→4단계 개선…태영 사업장 수곳 처리방안 미제출

 

(조세금융신문=송기현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 정리가 국심한 이견차로 더디게 이뤄지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업권 등 2금융권에 경·공매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저축은행중앙회에 경·공매 절차를 구체화하는 내용의 표준규정 개정을 개별 저축은행과 협의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가격 산정 및 경·공매 절차 등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실 사업장을 경·공매에 넘기겠다고 하면서도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불러 낙찰이 안 되게 하는 방식으로 지연시키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경·공매 절차를 더 구체적으로 만들어 실질적으로 사업장 정리가 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도 "경·공매 활성화 방안을 금감원에 보고하게 될 것"이라며 "경·공매 시 합리적인 가격 설정 방법에 대해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감원은 저축은행을 시작으로 상호금융업권 및 새마을금고와도 경·공매 활성화 방안을 두고 협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2금융권의 부실 PF 사업장 정리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사업장 '적정 가격'을 둘러싼 매각 측과 매입자 간 견해차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매각 측인 저축은행 등 대주단은 경·공매 시 매매 가격의 30∼50%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아 최대한 가격을 높여 부르고 있다. 올해 중 예상되는 금리 인하로 부동산 경기 반등 시 매각가를 지금보다는 높게 받을 수 있다는 기대도 남아있다.

 

반면, 매입자들은 올해 금리 인하가 이뤄진다고 해도 PF 시장에 그 영향이 반영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매매 가격은 더 내려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즉, 더 싸게 사야 한다는 논리다.

 

이러한 가격 이견으로 경·공매 절차가 지연되는 사이 PF 대출 연체율로 인한 저축은행업권 전반의 실적도 고꾸라지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실 사업장 정리는 배임 리스크 해소 등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가격 합의에 실패하며 경·공매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가격 형성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는 만큼 사업성 평가 기준 재분류로 경·공매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상호저축은행감독규정에 따르면 사업성 평가는 '양호(자산건전성 분류상 정상)-보통(요주의)-악화우려(고정이하)'의 3단계로 나뉜다. 금감원은 이를 '양호-보통-악화우려-회수의문' 등 4단계로 세분화하는 방식을 논의 중이다. PF 대출 충당금 최소 적립률은 정상(2%), 요주의(10%), 고정(30%), 회수의문(75%) 등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간 '악화우려' 사업장은 자산건전성 기준으로 '고정' 수준의 충당금만 쌓았다"며 "그러나 '악화 우려' 사업장을 '고정'과 '회수의문'으로 나눌 수 있는 사업성 평가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2금융권들이 '악화우려' 사업장으로 분류해 충당금을 30%만 쌓아왔던 곳들이 대거 '회수의문'으로 강등될 경우 충당금을 75%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 그만큼 경·공매로 넘기는 선택을 더 쉽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수의문으로 분류된 사업장은 그에 맞는 충당금을 쌓고 정리를 하는 게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달까지 이러한 PF 사업성 평가 기준 개편을 마치고, 2분기에는 개편된 기준을 적용해 사업성 평가를 진행하고 6월 말 실적에는 추가 충당금을 반영하도록 할 방침이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관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처리방안 제출도 당초 지난달 26일이 마감이었으나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따르면 최근까지 태영건설 부동산 PF 사업장 59곳 중 대부분이 처리방안 제출을 완료한 가운데 이날까지 여러 곳의 사업장이 방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시공을 맡은 반포 주거복합시설 개발사업은 사업장 정상화 계획을 마련하지 않았다.

 

이 사업장은 과학기술인공제회가 선순위·중순위로, KB증권이 중순위·후순위로 참여하고 있는데, 추가 공사비 조달을 두고 대주단 사이 이견 때문에 지난 4일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59개 사업장 중 브릿지론 사업장 18곳은 다수가 경·공매 대신 사업 진행 혹은 시공사 교체 등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실사 과정에서 처리 방침이 당연히 바뀔 수 있다"면서 "경·공매를 결정한 곳이 많이 나오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처리방안 제출이 늦어지면서 산업은행은 당초 4월 11일로 예정돼 있던 기업개선계획 의결 기한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개선계획 결의는 1회에 한해 1개월 내 연장할 수 있다.

 

막판까지 처리방안을 제출하지 않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산업은행과 태영건설 실사를 맡은 회계법인이 임의로 기업개선계획에 반영할 방침이다.

 

산은 관계자는 "처리방안을 추가로 검토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결의 연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그렇더라도 연장하는 기간이 1개월까지 길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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