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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경영'으로 효성 이끈 조석래 명예회장 별세…향년 89세

국내 민간기업 첫 기술연구소 설립…35년간 그룹 이끌며 글로벌 기업 성장시켜
전경련 회장·한일경제협회장 등 역임…경제외교 확대에 힘써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스판덱스 섬유 원천기술로 기업의 반석을 다진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29일 별세했다. 향년 89세.

 

지난 2017년 고령과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7년 만에 들려온 비보다. 조 명예회장은 최근 건강 악화로 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장남 조현준 효성 회장 등 가족이 임종을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1935년 효성그룹의 창업주이자 부친인 고 조홍제 명예회장의 3남 2녀 중 장남으로 경남 함안에서 태어났다. 젊은 시절 경기고 입학 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고, 일본 히비야고와 와세다대 이공학부를 졸업한 후, 미국 일리노이 공과대학원 박사 과정을 밟을 정도로 공학도로의 길에 매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1966년 2월 부친의 부름을 받아 귀국하면서 효성그룹을 성장시키는 데 주력했다. 이후 지난 1982년부터 부친의 뒤를 이어 회장에 오른 후 2017년까지 35년간 효성그룹을 이끌었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는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으로 재계의 큰어른 역할을 자임했다.

조 명예회장은 뚝심의 기술경영을 고집했던 한국 섬유산업의 거목으로 일컬어진다. 일찍부터 내세울 만한 자원이 없는 대한민국에서 미국과 일본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원천기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고, 1971년 민간 기술연구소를 설립해 원천기술 개발을 본격화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를 통해 1992년 섬유소재인 스판덱스를 세계에서 네 번째, 국내에서는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타이어 재료인 타이어코드, 에어백 원단, 폴리케톤 등의 제품을 세계 1위로 올려놓는 성과를 보였다.

전날 조 명예회장의 부음이 알려지자 국내 주요 경제단체들도 일제히 고인의 공로를 기리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조 명예회장이 회장을 맡기도 했던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류진 회장이 추도사를 올리며 “갑작스레 들려온 황망한 부음에 온 세상이 얼어붙는 듯 가슴 에이는 슬픔이 밀려온다”면서 “대한민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셨던 재계의 큰 어른을 이렇게 떠나보내야 하는 슬픔과 허전함을 이루 표현할 길 없다“고 애도했다.

이어 “(회장님은) 위기를 기회로 바꿔낸 ‘뚝심의 경영인’으로 IMF 외환위기를 맞아 모두가 비용절감에 매달리던 시절에도 투자가 곧 경쟁력이라 말하며, 위기에 굴하지 않고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해 해외생산과 공급망 확대에 주력하여 오늘의 글로벌 소재기업을 일궈낸 기업인”이라고 평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추도사에서 “기업가정신과 탁월한 경영 능력으로 효성그룹을 이끌어 온 조 명예회장의 별세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고인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경총 고문으로서 경영계가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찾을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경영계는 고인의 기업가정신과 경영철학을 이어받아 기업 경쟁력 강화와 기술혁신을 통한 국가 경제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강석구 조사본부장 명의 논평에서 “고인은 기술 중시 경영의 선구자로서 한국 섬유, 화학, 중공업 등 기간산업의 발전에 초석을 놓았다”고 추모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송광자 여사, 장남 조현준 회장과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 삼남 조현상 부회장 등이 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명예장례위원장을 맡았고,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이다. 

 

영결식은 다음 달 2일 오전 8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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