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 대기업들이 경제민주화 여파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사회적 비난여론 등으로 내부거래액을 3조원 이상 줄였지만 오너리스크에 발목이 잡혀있는 SK와 CJ 등 몇몇 그룹을 제외하면 총매출에서 내부거래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거래를 줄이기보단 계열사 간 합병 등을 통해 비중을 줄이거나 대주주 일가의 지분율을 낮추는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5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49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고 전년과 비교 가능한 37개 그룹의 총 내부거래액은 158조3912억 원으로 전년 161조5576억 원 대비 2%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이들 그룹의 총매출은 1280조1999억 원에서 1258조5420억 원으로 1.7% 감소했다.
그러나 총매출에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2.59%로, 전년 12.62%에 비해 0.03%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대기업 그룹이 실제 내부거래액은 줄이지 않은 채 지난 2월 발효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피하기 위해 대주주 일가 지분을 줄이거나 합병 등을 통한 사업조정 등의 방법으로 일감몰이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는 데 급급했던 셈이다.
실제로 조사대상 37개 그룹 가운데 내부거래액을 2012년보다 늘린 곳은 11곳이나 됐고, 이 중 현대(회장 현정은)와 한진(회장 조양호), 효성(회장 조석래), 동국제강(회장 장세주) 등 4곳은 내부거래를 늘렸지만 매출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공정위가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대기업 그룹 중 대주주 일가 지분이 상장 30%(비상장 20%)를 초과하는 계열사의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 원 또는 연간 매출의 12% 이상일 경우에 한해 규제 대상으로 삼아, 빠져나갈 구멍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37개 그룹 중 지난해 내부거래비중이 가장 높았던 곳은 SK그룹(회장 최태원)이었다.
SK그룹의 지난해 내부거래액은 40조5241억 원으로 총매출 155조8111억 원의 26%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SK이노베이션에서 SK인천석유화학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이 분할되면서 이들 계열사 간 매출이 내부거래로 잡혀, 매출은 불과 0.4% 증가한데 비해 내부거래액은 15%나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다음으로 현대자동차그룹(회장 정몽구)이 지난해 총매출 162조7587억 원 가운데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이 34조4038억 원에 달해 내부거래 비중도 21.1%로 두번 째로 높게 나왔다.
또 CJ(회장 이재현)의 내부거래액이 전년보다 9.7% 늘어난 2조6727억 원으로 총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2%에 달해 3위, 이어 LG(회장 구본무)가 16조4471억 원으로 14.1%, 롯데(회장 신동빈)가 8조9193억 원으로 13.9%를 기록하며 ‘톱5’를 형성했다.
5개사 중 내부거래액을 2012년보다 줄인 곳은 현대자동차와 롯데그룹 2곳 뿐이었다. 오너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는 SK와 CJ는 10% 이상 늘렸고, LG그룹도 7.5%나 늘어났다.
이 밖에 대림(회장 이준용) 13%, 이랜드(회장 박성수) 12.8%, 태영(회장 윤세영) 12.6%, 현대백화점(회장 정지선) 12.3%, LS(회장 구자열) 12.1%, 한라(회장 정몽원) 12%로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다.
반면 2012년까지 내부거래 비중이 12.5%에 달했던 부영(회장 이중근)은 지난해 무려 11%포인트 이상 낮추며 1.1%로 가장 낮았다. 내부거래액 역시 187억 원으로 37개 그룹 중 가장 적었다.
또 교보생명(회장 신창재)이 1.2%, 미래에셋(회장 박현주)은 1.7%의 낮은 내부거래 비중을 보였다.
한편, 2012년 대비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많이 상승한 곳 역시 SK그룹으로 1년 새 3.3%포인트나 높아졌고, 이어 LG 0.9%포인트, 현대백화점 0.8%포인트, 동국제강과 이랜드는 모두 0.7%포인트로 뒤를 이었다.
이에 반해 코오롱은 24.7%포인트나 낮췄고, 부영 11.4%포인트, KCC 5.1%포인트, 한국타이어 4.7%포인트, 태영그룹은 4.6%포인트 하락했다.
이외 24개 그룹의 내부거래 비중은 다음과 같다.
◆한라(회장 정몽원) 12% ◆현대중공업(회장 이재성) 10.2% ◆코오롱(회장 이웅렬) 10% ◆현대산업개발(회장 정몽규) 9.5% ◆한진중공업(회장 조남호) 9.1% ◆OCI(회장 이수영) 8.8% ◆삼성(회장 이건희) 8.4% ◆하이트진로(회장 박문덕) 7.4% ◆신세계(회장 이명희) 7.2% ◆세아(회장 이순형) 6.7% ◆영풍(회장 장형진)과 한화(회장 김승연) 6.5% ◆금호아시아나(회장 박삼구) 6.1% ◆대성(회장 김영대) 5.8% ◆KCC(회장 정몽진) 5% ◆동국제강(회장 장세주) 4.7% ◆한국타이어(회장 조양래) 4.6% ◆효성(회장 조석래) 4.5% ◆태광(회장 이호진) 4.4% ◆동부(회장 김준기)와 한진(회장 조양호) 4.3% ◆두산(회장 박용곤) 4.2% ◆GS(회장 허창수) 3.3% ◆현대(회장 현정은)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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